[백두대간 대장정 제21구간 / 두로봉]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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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대산이라는 이름은 동아시아적인 문화영역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같은 이름은 중국과 일본에도 있다. 다시 말해 중국에 있는 오대산이라는 이름이 우리나라와 일본에 공간적으로 확산된 지리적인 속성도 띠고 있다. ‘한중일 오대산신앙의 연구’(박노준)에 의하면(이하 관련 내용은 연구를 요약한 것임), 원래 오대산신앙은 불교의 화엄경에 의거하고 있지만, 불교와 산악숭배 관념이 결합된 것으로, 중국 태원의 오대산, 한국의 오대산, 일본 쿄토 부근의 애탕산(愛宕山)이 오대산에 비정되기도 하였던 것이다.
오대산이라는 이름에 접두사로 붙은 오(五)라는 이름에는 동아시아의 가치체계가 반영되어 있다. 오대 혹은 오봉(五峰)의 신성한 산 관념은 인도의 숫타니파타에서도 드러나며, 문수사리반열반경에서는 히마바트(Himavat)의 신령스러운 곳에 다섯 봉우리로 둘러싸인 호수가 있다는 내용도 있다. 중국과 한국에서 오(五)라는 숫자는 만물을 아우르는 상징성을 내포한 성수(成數)였기 때문에 세계와 자연경관을 오의 의미체계로 읽거나 해석하였는데, 세계관의 운행질서로서 오행과 방위의 오방(五方)이 그 대표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국토의 명산 역시 오악으로 지정하였는데, 중국의 오악은 동 태산(산동성), 서 화산(섬서성), 남 형산(호남성), 북 항산(산서성), 중 숭산(하남성)이고, 신라의 오악은 동 토함산, 서 계룡산, 남 지리산, 북 태백산, 중 팔공산이었으며, 일본(헤이안시대)의 오악은 조일봉, 대취봉, 고웅산, 용상산, 하마장산이었던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여 중국 태원의 오대산이나 한국의 오대산이 화엄경에 문수보살이 머문다는 청량산으로 지정될 수 있었을까? 화엄경에는 ‘동북쪽에 보살이 머무는 청량산이 있다. 과거 이래로 보살이 거주하였는데 현재 문수보살이 만 명의 보살을 거느리고 항상 설법한다’는 내용이 있지만, 여기에 청량산은 실제의 산이라기보다는 불교의 경전문학에서 가공된 산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오대산은 중국 중원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고 기후적 조건이 청량하며 산수 경관이 신비스럽고 탁월하다는 점도 문수보살이 머무는 곳으로 신앙되는 요인이 되었을 것이다. 한국의 오대산은 신라의 자장율사가 중국에서 귀국하여 전국을 순례하다가 중국의 오대산과 닮아서 붙인 이름인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에게 익숙한 환경이나 이상향을 닮은 곳에 입지하는 성향이 있다. 이러한 관습은 역사적으로 사찰의 입지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통도사가 있는 영취산이라는 이름은 기사굴산의 역어로서 인도의 산과 닮아서 이름 지었고 사찰이 입지하였던 것이다. 고승전에 의하면, 중국의 경우에도 인도의 승려인 구나발마(求那跋摩·377-431)가 시흥에 머물렀을 때 호시산이 기사굴산과 비슷하여 영취산이라고 이름하고 절을 세웠다고 한다.
한국의 오대산은 삼국유사에 나와 있듯이, 신라의 자장율사가 중국의 오대산의 태화지라는 못가에서 7일 동안 기도하고 문수보살을 친견하였는데, 그 때 문수보살이 하는 말이 “너희 나라 동북방 명주 경계에는 오대산이 있는데 만 명의 문수보살이 항상 그 곳에 있으니 참배하라”고 하여 귀국 후 문수보살을 친견하였다는 것이다. ‘강원도 경계에 큰 산이 있는데 다섯 봉우리가 함께 우뚝하다. 크고 작기가 비슷하면서 고리처럼 벌렸는데, 세상에서는 오대산이라고 부른다. 봉우리의 가운데 것은 지로(地爐), 동쪽은 만월(滿月), 남쪽은 기린(麒麟), 서쪽은 장령(長嶺)이라 하며, 북쪽은 상왕(象王)이라 한다.’(오대산 서대 수정암 중창기) 최원석 경상대 연구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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