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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간의 주요 지점에 공식 야영장 마련돼야
연가리골 샘터의 물은 사실 평소에도 내가 먹고 있는 물이다. 이 물은 진동리를 가로지르는 방태천으로 흘러들어 내린천과 소양강을 거쳐 결국은 한강에 이를 것이다. 과거 우리네 전통 사회는 같은 물을 먹는 단위로 공동체를 형성했다. 같은 우물물을 먹는 마을 공동체는 결속력이 더 강했다. 놀부의 패악 목록 가운데 ‘우물에 침 뱉기’가 들어 있는 것으로도 알 수 있는 일이다. 도시의 식수 문화는 수돗물 문화에서 이제는 정수기나 생수 문화로 바뀌었다. 같은 물을 마시는 생명의 공동체라는 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사회의 단위가 커지면 커질수록 공동체에 대한 인식이 희박해지는 건, 생명의 근원이라 해도 좋을 물의 뿌리에 대한 의식의 공유가 없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한여름에 모든 서울 시민을 한강가로 불러내어 1시간만 뙤약볕 아래 세워 두어도 한강물은 훨씬 맑아질 것이라는 엉뚱한 상상을 해 본다. 956m봉을 지나 단풍나무가 많은 곳을 지나면서부터 단체로 대간 종주를 하는 사람들을 만난다. 한 무리의 학생들이 보송보송한 솜털에 잔뜩 땀방울을 매달고 우리 곁을 지나고 있다. 한 학생에게 학교를 물어 보았다. 평소 내가 알고 있던 경기도 분당에 있는 한 대안 중고등학교 아이들이었다. 한국 교육의 모순을 몸으로 보여 주는 아이들이다. 제도 교육에서는 생각하기조차 힘든 일을 하고 있는 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면 부러워할 일이지만, 한국 교육의 현실을 생각하면 서글퍼진다. 이 아이들에게는 분명 대안이겠지만 그것이 한국 교육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점에서. 나는 지금 대안 학교도 또 다른 형태의 교육 불평등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대안 학교의 의미 있는 실험이 어느 정도는 제도권에 전염돼야 한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은 것이다. 만약 그런 상호 작용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대안 학교도 또 다른 형태의 특수학교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비전문가의 기우일까? 이런 생각을 하는 한편, 대간 종주를 하는 그 아이들이 ‘극기 훈련’ 따위의 생각에 매몰되지 말고 공동체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사실 힘든 일이다. 숨차고, 다리 아프고, 배고픈 게 전부이기가 쉽다. 하지만, 끝난 이후라도 백두대간의 사전적 의미 외에 산과 물, 대지, 그리고 인간이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생각해 본다면 그들은 자신의 행위에 대해 더 큰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단풍나무가 밀집된 곳에서 30분쯤 내려서자 제법 큰 공터가 나타난다. 흔히 대간꾼들이 대야영장이라고 말하는 곳이다. 이 일대도 가을이면 장관을 이룰 단풍나무가 즐비하다. 지정된 곳 외에 산에서 취사야영이 금지된 나라에서 대야영터라는 이름을 붙인 것도 난감하다. 버젓이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것을 자인하는 셈이다. 그런데 산림청이나 지자체에서는 트레일을 정비하고 이정표를 세우는 등 대간 종주를 지원한다. 바람직한 일이긴 하지만 모순인 것도 사실이다. 가까운 시일 내에 주요 지점에 데크를 설치한 공식 야영장을 만드는 식의 합리적 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옛 조침령 서쪽은 쇠나드리다. 5~6월에 동해에서 불어오는 높새바람이 어찌나 센지 황소가 날아갈 것 같다고 해서 붙은 지명이라 한다. 쇠나드리에서 찻길을 따라 오르면 설피 마을이다. 더 이상 찻길은 없다. 걸어서 대간의 고개인 단목령을 넘으면 한계령 아랫마을인 오색리에 닿는다. 옛조침령(약 700m)에서 조침령(760m)까지는 1시간 남짓 거리다. 고도 차이도 거의 없다. 끝없이 배낭을 당기는 수풀을 헤치면 조침령을 오르는 도로 절개지 옆 난간을 따라 조침령 표석이 있는 곳에 닿는다. 양양군 서면과 인제군 기린면을 잇는 고개로 1984년에 열렸다. 현재는 아래로 터널 공사가 마무리 단계다. 이 길도 곧 교통로로서의 구실은 사라질 것이다. 대간꾼들에게는 계속 요긴하게 쓰이겠지만. 북암령과 단목령으로 이어지는 대간은 표석에서 도로를 따라 조금 더 올라야 한다. 안내판과 전망대를 세워둔 곳으로 연결된다. 산경표에는 조침령의 한자 표기가 曹枕嶺이다. 우리말로 풀어 보자면 ‘무리를 지어 자고 넘는 고개’쯤이 되겠다. 그런데 현재 신문을 비롯한 글들을 보면 鳥寢嶺이라 하여 ‘새들도 자고 넘어서 비롯된 이름’이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이고 있다. 최근에 만들어진 얘기인 것 같다. 굳이 시비할 것까지야 없지만 전혀 개성이 느껴지지 않을 뿐 아니라, 실제로 그리 가파른 고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보면 맞장구쳐 주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백두대간 고샅의 명소 # 곰배령 봄이면 들꽃으로 천상의 화원을 이루는 곰배령은 일부러라도 가볼 만한 곳이지만 대간 주능선에는 들지 않는 고개다. 설악산 국립공원에는 포함되며 점봉산에서 1시간 남짓한 거리다. 대간 종주길에 이곳을 지나려면 조침령~북암령~단복령~점봉산을 포기하고, 곰배령에서 작은점봉산~점봉산으로 가는 방법도 있다. 기계적인 대간 종주를 고집하지 않겠다는 약간의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겠다. 이런 방법이 께림칙하면 2~3시간 정도 시간을 할애해서 빈 몸으로 곰배령을 올랐다가 내려오는 방법도 있겠다. 굳이 대간 종주가 아니더라도 단풍 좋은 계절엔 진동리에서부터 곰배령까지 걷는 것도 멋지다. 가족 여행 코스로 잡아도 좋을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길의 하나로 꼽힌다. 글 윤제학 현대불교신문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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