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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나무숲. 오대산 명물 가운데 하나인 이 숲은 월정사 부근에 있다. 수령 100년에서 500년 사이의 아름드리 전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으며, 그 사이로 난 900여m의 길을 걷는 맛이 일품이다. |
오대산 상봉인 비로봉(1,563m)은 백두대간 마루금에 솟아 있는 산이 아니다. 백두대간 상의 두로봉(1,422m)에서 남서쪽으로 무려 6km나 물러나 앉아 있다. 두로봉에서 상왕봉(1,491m)을 거쳐 비로봉(1,563m)까지는 15리가 넘는 높고 긴 능선이 이어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대산을 백두대간의 산이 아니라고 말하는 이는 없다.
주봉이 대간 능선에 서 있지 않으면서도 대간의 산으로 여기는 오대산. 그 이유는 오대산의 너른 산세와 높은 고도에서 기인한다. 비로봉을 호위하듯 남북으로 서 있는 상왕봉, 호령봉(1,561m) 등의 주봉 부근의 산봉우리는 물론이고 저 멀리서 백두대간 마루금을 이루고 있는 노인봉(1,338m), 동대산(1,434m), 두로봉 등의 산봉우리들을 거느려 넓은 산역을 자랑하는 오대산은 높이 면에서도 국립공원 가운데 다섯번째 높이를 자랑한다.
넓은 산역, 높은 고도, 높은 고도에 형성된 능선들, 이 능선들 사이를 흐르는 끝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깊은 계곡들은 오대산의 식물을 풍부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오대천 상류에 북방계 희귀식물 좀개미취 생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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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개미취 - 영월 이북의 습지에 자라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꽃은 8~10월에 핀다. 남한에서는 드물게 발견되는 희귀식물이며, 월정사 부근 계곡에 분포한다. |
월정사 입구의 전나무숲은 오대산의 숲을 대표할 만하다. 수령 100~500년이나 되는 아름드리 전나무 1백만 여 그루가 250만 평의 짙푸른 숲을 만들어내고 있는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난다. 낮에도 어두컴컴할 정도로 짙은 그늘을 만드는 전나무숲 사이로 난 산책로와 숲속에 자리 잡은 큰스님들의 부도밭은 자연의 신비감, 그리고 숲과 사람의 조화를 실감하게 한다.
더욱이 이 전나무숲 부근에서는 여간해서 만나기 어려운 귀한 풀꽃 하나가 발견된다. 좀개미취라는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백두산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지만, 남한에서는 영월, 태백산 등지에서만 발견되는 북방계 희귀식물이다. 8월10일경부터 꽃을 피우기 시작하는데, 한 포기에 여러 개의 머리 모양 꽃이 달려서 아름답기 그지없다. 오대천 계곡을 따라서 분포, 훼손되기 쉬운 환경에 노출되어 있다. 하루 빨리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 이 종에 대한 보전의 중요성을 깨달아 보전대책을 세웠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밖에도 월정사 부근의 길가와 숲속에는 매화노루발, 은대난초, 여우오줌, 왕고들빼기 등이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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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미밀망 - 중부 이남의 숲 가장자리에 자라는 미나리아재비과의 낙엽 덩굴나무로 꽃은 6~8월에 핀다. 꽃이 3개씩 모여 달리며, 사위질빵에 비해서 줄기가 굵다. |
월정사에서 오대천을 따라 상원사쪽으로 올라가는 동안에는 신갈나무, 소나무, 전나무, 분비나무, 까치박달, 난티잎개암나무, 피나무, 고로쇠나무 등의 나무가 관찰되며, 풀로는 환삼덩굴, 쇠별꽃, 모시물통이, 이삭여뀌, 가시여뀌, 동의나물, 눈괴불주머니, 눈개승마, 짚신나물, 물봉선, 기름나물, 애기괭이눈, 바늘꽃, 초롱꽃, 진득찰, 고려엉겅퀴, 두메고들빼기, 각시둥굴레 등이 나타난다.
한편, 오대천을 따라 난 도로를 통해 차량 출입이 가능한 이곳에는 애기수영, 소리쟁이, 흰명아주, 붉은토끼풀, 토끼풀, 달맞이꽃, 돼지풀, 미국가막사리, 지느러미엉겅퀴, 개망초, 뚱딴지, 원추천인국, 겹삼잎국화, 서양민들레 등의 귀화식물도 침입해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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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외 - 중부 이북의 높은 산 숲 가장자리에 자라는 박과의 한해살이풀로 덩굴지어 자라며, 꽃은 8~9월에 핀다. 두 갈래로 갈라진 덩굴손이 다른 물체를 감고 올라간다. |
오대산의 전나무숲은 상원사 부근에서도 한 번 더 발달한다. 이곳의 전나무숲에는 숲 밑에 귀한 풀꽃도 많이 자라고 있다. 참개별꽃, 나도바람꽃, 홀아비바람꽃, 너도바람꽃, 꿩의바람꽃, 매발톱꽃, 점현호색, 태백제비꽃, 당개지치, 산외, 노랑무늬붓꽃, 연령초, 관중 등이 전나무숲 속 곳곳에서 발견된다.
오대산의 숲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전나무숲을 이루는 전나무는 북쪽에 고향을 둔 북방계 침엽수로서, 남한에서는 지리산, 소백산, 태백산, 설악산 등 높은 산에서만 자생한다. 설악산의 경우에는 해발 800m쯤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해발 1,300m쯤 되어 분비나무로 대치될 때까지 생육한다. 백양사 등 고도가 낮은 곳에 위치한 사찰 주변에서도 전나무 노거수를 만날 수 있는데, 자연적인 분포는 아닌 듯하고, 사찰을 통해 오래 전에 전래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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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송이 풀 - 전국의 높은 산에 자라는 현삼과의 여러해살이풀로 꽃은 8~9월에 핀다. 홍자색 꽃이 피는 송이풀과는 달리 흰 꽃이 피므로 품종으로 구분한다. |
오대산의 경우, 월정사나 상원사는 해발고도가 700~900m나 되므로, 자연적인 분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월정사 주변의 전나무숲은 이곳에 전나무만이 순군락을 이뤄 자라는 것으로 보아 천연림은 아닌 듯하다. 이 전나무 숲은 자연적인 것에 인위적인 관리가 보태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오대산 전체로 보면 전나무숲은 너른 품세, 그것도 바위가 거의 없는 대표적인 육산(肉山)인 오대산이 가꿔내는 숲의 아주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전나무 군락뿐만 아니라 굴참나무 군락, 피나무 군락, 고로쇠나무 군락, 당단풍나무 군락, 사스래나무 군락, 서어나무 군락 등 여러 큰키나무들이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는 것이다.
이들 가운데서도 참나무의 일종인 신갈나무가 오대산 전역에 걸쳐 가장 광범위하게 분포하며, 특히 고지대 능선에는 어김없이 이 숲이 발달해 있다. 비로봉의 주변의 능선과 사면, 진고개에서 노인봉 일대의 해발 1,000~1,200m에는 신갈나무가 순군락에 가깝게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다. 또한 저지대와 바위지대에는 소나무가 자라고 있는데, 명개리 계곡, 월정사, 호령봉 등 해발 500~1,000m 지역에 주로 분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