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대장정 제14구간] 선달산 식생
대간 남쪽 깊숙한 곳까지 침투한 귀화식물들
화단에 심기 위해 들여온 원예식물인 원추천인국도 야생 상태로 자라고 있는데, 루드베키아라고도 부르는 북미 원산의 한해살이풀로서, 토착화하여 세대를 이어가기도 하므로 귀화식물 범주에 넣는다. 조금 더 올라가서 만나는 용운사라는 절집 앞에서부터 줄을 맞춰 심겨진 것을 보면 절에서 조경용으로 길가에 심었다가 번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계곡을 한 번 건너면 잣나무 조림지가 넓게 펼쳐진다. 잣나무숲 속에는 투구꽃, 잔털제비꽃, 졸방제비꽃, 남산제비꽃, 멸가치, 둥굴레 등이 자라고 있다. 잣나무를 조림하면서 냈던 산판길 흔적이 아직도 남아 있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어린 신갈나무 몇 그루가 보이는가 싶지만, 이들 사이에 조림된 어린 잣나무가 더 확연히 보인다. 아래쪽의 큰 잣나무들은 오래 전에 심은 것 같지만, 이곳의 것은 그리 오래된 것들이 아니어서 최근까지 조림이 계속되었음을 보여준다.
이곳에서 20여m 위는 잘록한 고개를 이루고 있는데, 이곳이 바로 백두대간 늦은목이다. 늦은목이에 올라서면 소백산 국립공원 경계를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해발 800m로서 높이 1,200m가 넘는 선달산 정상까지는 1.9km의 거리를 올라가야 한다. 고개 너머 영주시 부석면 남대리쪽으로도 백두대간까지 일본이깔나무가 조림되어 있다. 남쪽은 잣나무 조림지, 북쪽은 일본이깔나무 조림지로 백두대간이 완전히 포위된 형국이다. 일본이깔나무숲 속에는 줄딸기 등 백두대간 능선에 자생적으로는 결코 생육하지 않는 식물들이 조림 과정에서 따라 올라와서 살고 있다. 조림지 속에 자리 잡은 나리난초 군락이 예전의 좋았던 생태를 짐작케 할 뿐이다. | ||||||||||||||||||
1,000m대까지 일본이깔나무 조림
하지만 이 노송들은 후세대를 잇지 못하고 있다. 어린 소나무나 발아 중인 소나무 씨앗은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더욱이 대간 남쪽에 조림한 잣나무들이 환경에 적응하여 어린 개체들을 재생산하고 있는 모습을 오히려 쉽게 볼 수 있어서, 앞으로 이곳에서는 소나무나 신갈나무 같은 원래 식생은 사라지고 새로 침입한 잣나무가 주종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가끔씩 아주 오래 된 일본이깔나무가 능선에 올라와 자라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고도를 더욱 높이면 신갈나무숲이 나타난다. 수령 20~30년쯤 되어 보이는 나무들이 무리를 지어 숲을 이루고 있다. 가끔씩 한 아름이 넘는 신갈나무들도 자라고 있어서 세대를 바꿔가며 신갈나무가 이곳의 우점종이 되고 있음을 추측할 수 있다. 숲 바닥에는 조록싸리, 나비나물, 고령엉겅퀴, 수리취, 일월비비추, 은대난초 등이 자라고 있다. 선달산 정상 부근에 이르면 어른 손목 굵기 정도의 줄기를 가진 신갈나무가 순군락에 가깝게 무리를 짓는다. 가끔 물푸레나무와 거제수나무가 섞이기는 했지만, 나이가 비슷한 어린 신갈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다. 숲 바닥에서는 애기나리, 수리취 등이 보인다.
선달산 정상은 표지석이 있을 뿐 나무들이 시야를 가리기 때문에 전망은 그리 훌륭하지 않다. 어린 물푸레나무와 신갈나무가 자라고 있고, 질경이, 짚신나무, 개시호, 오이풀, 쉽싸리, 싱아, 바디나물, 고려엉겅퀴 등이 관찰된다. 정상을 지나 습기가 많은 안부에는 희귀식물 냉초가 자라고 있다. 황악산 구간에서만큼 많지는 않지만, 소백산 정상 부근에 이어 이곳에서도 만날 수 있다. 일대에는 당분취와 흰진교도 자라고 있다. 정상을 지난 이후 커다란 신갈나무들이 숲을 이루어 어느 정도 자연성을 회복한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동자꽃, 어수리, 참이질풀, 속단, 개시호, 여로 등 깊은 산에서 자라는 풀꽃들이 나타난다. 떨기나무인 노린재나무가 숲의 중간층을 이루고 있다. 능선 바위에 만주우드풀, 둥근바위솔 자라
큰개현삼, 눈빛승마, 병조희풀, 물참대 등을 보며 고도를 계속 낮추다보면 어느새 계곡부의 활엽수 종류가 달라진 것을 알 수 있다. 백두대간 능선에서 주종을 이루던 신갈나무 대신에 당단풍나무가 우점하고 있다. 당단풍나무숲에 층층나무, 산뽕나무, 쪽동백나무 등이 섞여 자라고 있고, 중간층을 고추나무, 다래나무 등이 담당하고 있다. 가을철에 볼 수 있는 하층식생은 별로 뚜렷하지 않은데, 눈괴불주머니, 눈빛승마, 투구꽃 정도가 눈에 띌 뿐이다. 조릿대도 가끔 보이지만 이곳에서는 세력이 그다지 크지 않다. 화전터가 나타나면서 참반디, 개쑥부쟁이, 물봉선, 노랑물봉선, 파리풀, 짚신나물, 가시여뀌, 까실쑥부쟁이, 신감채, 두릅나무 등이 보인다. 오른쪽 계곡이 합쳐지는 지점에서는 뫼제비꽃, 민눈양지꽃, 서덜취 등의 풀과 함박꽃나무, 박쥐나무 등이 보인다. 숲의 상층을 이루는 활엽수로 까치박달이 추가되는 것도 이 부근이다.
백두대간 고치~도래기재 구간은 강원도 영월군 하동면, 경북 영주시 부석면, 봉화군 물야면과 함께 춘양목으로 유명한 봉화군 춘양면을 지난다. 춘양목은 바로 이 춘양에서 나는 질이 좋은 소나무를 일컫는다. 춘양목의 고장을 지나는 백두대간에서 본 현실은 조림한 잣나무와 일본이깔나무가 소나무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2005년 9월24일 취재). 글 현진오 동북아식물연구소장 koreanplant.info |
'백두대간퍼온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두대간대장정 제15구간] 태백산 - 풍수 (0) | 2006.11.22 |
---|---|
[백두대간 대장정 제14구간] 선달산 르포 (15) | 2006.11.21 |
[백두대간 대장정 제14구간] 선달산 풍수 (0) | 2006.11.17 |
[백두대간대장정 제13구간] 소백산 - 르포 (1) | 2006.11.15 |
[백두대간대장정 제13구간] 소백산 - 지형지질 (0) | 2006.11.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