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대장정 제15구간] 태백산 - 풍수

산이 많아 龍도 많은 금수강산
한강·낙동강·오십천 물이 갈리는 삼수령(三水嶺)

▲ 낙동강의 천삼백 리 물길의 발원지인 황지.

풍수지리에서는 산줄기가 살아있는 용처럼 생겨야 된다고 하여 ‘산룡(山龍)’이라고 부른다. 마찬가지로 흐르는 물도 마치 용처럼 굽이치며 흘러야 제격이라고 하여 ‘수룡(水龍)’이라는 풍수용어가 있다. 다만 우리나라 풍수지리계에서는 수룡(水龍)이라는 용어나 개념 자체에 대해 생소한 편이다.

우리나라의 지형은 산이 많고 수백 리의 평야지대가 없으므로 수룡풍수이론을 적용할 지역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수룡에 대한 풍수지리적 개념이 부족하다.

산에도 용이 있고 물에도 용이 있다

그런데 중국에는 열차를 타고 몇 시간을 지나면서 보아도 산봉우리 하나도 보이지 않는 평야지대가 있다. 이러한 지역에서는 기존의 산룡법 풍수지리를 평지에서는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수룡법 이론을 활용해야 한다.

수룡풍수법에 관한 이론은 청나라 초기의 명사인 장대홍(蔣大鴻) 선생이 남긴 <비전수룡경(秘傳水龍經)>을 통해 이론이 정립됐다. 장대홍 선생은 평생 풍수지리를 연구한 당대 최고 풍수가였으며, 특히 당대(唐代)의 양균송 선생의 풍수서적을 모아 주석한 <지리변정(地理辨正)>이란 명저를 비롯해 많은 저서를 남겼는데, 특히 현공풍수에 관한 많은 서적을 남겨 현공풍수의 근대 종사(宗師)로 잘 알려져 있다.

장대홍 선생은 출생지는 상해이며, 상해 근교에서 풍수 연구로 일평생을 보냈는데, 상해 근교는 평지가 많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수룡에 관해 연구하게 됐으며, 그 연구 결과물이 바로 <비전수룡경>이다.

풍수고서에 이르기를 ‘수주재록산인정(水主財祿山人丁)’이라 하여 본래 물은 재록(財祿)을 의미하고 산은 인정(人丁)을 의미한다는 사실은 풍수지리 초보자라도 익히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의 검룡수.

그렇다면 산이 없는 지역에서는 재물은 있을지라도 인물이 나지 않는다는 말로 오해할 소지가 많은데, 중국 풍수고전 중 유명한 <청낭서(靑囊序)>에 이르기를 ‘부귀빈천재수신(富貴貧賤在水神)’이라 하여 ‘부귀와 빈천이 물에 달려 있다’고 하여 산이 없는 지역일지라도 물이 좋으면 물이 산의 의미인 인정(人丁)의 역할도 한다는 내용이 있다.

우리나라는 지형 상 수룡법 이론을 적용할 지역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 이론은 거의 쓸모가 없는 이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홍콩의 풍수지리가들은 도심지에서는 도로를 물로 간주해 본다는 사실을 이용해 즉 수룡법 이론을 도심지에서 양택 이론에 적용하고 있다.

풍수지리에서는 물이란 묘지나 주택을 기준으로 낮은 곳에서 움직이는 것을 의미하는데, 강물이나 연못의 물은 당연히 물이지만 도로나 골목길도 차량이나 사람이 통행하면 동상(動象)이 되므로 물로 간주하여 본다. 다만 도로는 실제적인 물이 아니기 때문에 ‘가수(假水)’라 부르며, 밤낮없이 흐르는 실제 물에 비해 역량이 적다.

▲ 낙동강의 발원지인 황지는 태백시내에 있다.

‘龍’ 자로 된 지명은 풍수와 관련된 지명

우리나라는 지명 중에는 풍수지리적 영향과 산이 많기 때문에 용(龍) 자가 들어간 지명이 아주 많이 있다. 예들 들면, 가룡(駕龍·전남 신안군 압해면), 가룡(佳龍·충남 천안시 성환읍), 갈룡(葛龍·전북 진안군 정천면), 개룡(開龍·전남 광양시 보강면), 거룡(巨龍·전북 부안군 백산면), 거룡(巨龍·전북 정읍시 북면), 계룡(鷄龍·전북 김제시 금산면), 고룡(古龍·경남 하동군 진교면), 고모룡(顧母龍·충남 홍성군 홍성읍), 곡룡(曲龍·경남 고성군 고성읍), 골룡(骨龍·경남 창령군 영산면), 광룡(狂龍·경북 성주군 가천면), 구룡(九龍·충남 당진군 당진읍 외 다수), 국룡(國龍·광주시 광산구 송학동), 군마룡(軍馬龍·전북 익산시 여산면), 금룡(金龍·경남 밀양시 상남면), 기룡(己龍, 起龍, 騎龍·전남 나주군 노안면), 기룡(奇龍·경남 양산군 장안면), 기룡(起龍·전북 김제시 금산면), 뇌룡(磊龍·경남 함양군 함양읍), 대룡(臺龍·경남 밀양시 단장면), 대룡(大龍·경남 양산군 장안면), 덕룡(德龍·경북 김천시 어모면), 도룡(道龍·대전시 유성구 도룡동), 도룡(倒龍·전남 순천시 송광면), 도룡(渡龍·충북 진천군 문백면), 등룡(登龍·전북 김제시 봉남면), 마룡(馬龍·경남 양산시 동면), 망룡(望龍·전남 순천시 월등면), 명룡(鳴龍·충남 공주시 이인면), 목룡(木龍·경남 함양군 휴천면), 무룡(舞龍·전남 순천시 해룡면), 문룡(文龍·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미룡(尾龍·경남 삼천포시 노룡동), 미룡(美龍·경북 영천시 고경면), 반룡(蟠龍·경북 의성군 다인면), 반룡(盤龍·전북 고창군 부안면 외 다수), 백룡(白龍·전남 나주시 문평면), 복룡(伏龍·전남 함평군 월야면 외 다수), 복룡(福龍·충북 청원군 남이면), 비룡(飛龍·충남 연기군 금남면) 등이 있다.

삼룡(三龍·충북 음성군 원남면), 상룡(上龍·경북 고령군 성산면), 생룡(生龍·광주시 북구 생룡동), 세룡(細龍·전북 순창군 인계면), 소룡(巢龍·경남 거창군 신원면), 소룡(沼龍·경북 김천시 감천면), 소룡(少龍·전북 군산시 소룡동), 송룡(松龍·전남 강진군 옴천면), 수룡(水龍·경북 경주시 건천읍), 승룡(昇龍·경북 청도군 운문면), 신룡(新龍·경남 김해시 진영읍), 쌍룡(雙龍·경북 문경군 농암면), 야룡(野龍·전북 부안군 행안면), 양룡(陽龍·충남 부여군 장암면), 어룡(魚龍·충남 천안시 성환읍 외 다수), 영룡(永龍·전남 나주시 문평면), 오룡(五龍·경남 남해군 창선면 외 다수), 옥룡(玉龍·전남 고흥군 금산면), 와룡(臥龍·전북 정읍시 소성면 외 다수), 외룡(外龍·경남 창녕군 대합면), 운룡(雲龍·전북 정읍시 고부면), 월룡(月龍·충남 연기군 남면), 자룡(自龍·충남 연기군 서면), 자룡(紫龍·전북 고창군 상하면), 장룡(長龍·전북 고창군 상하면), 주룡(舟龍·광주시 북구 운정동), 중룡(中龍·전북 익산시 여산면), 천룡(天龍·경북 경주시 내남면), 청룡(靑龍·경북 예천군 하리면 외 다수), 칠룡(七龍·강원 영월군 하동면), 평룡(平龍·전남 무안군 현경면), 하룡(下龍·경남 의령군 용덕면), 해룡(海龍·전북 고창군 신림면), 화룡(化龍·전북 김제시 용지면), 황룡(黃龍·경북 의성군 점곡면), 회룡(回龍·전남 고흥군 도양읍 외 다수), 횡룡(橫龍·전북 정읍시 감곡면), 흥룡(興龍·경남 하동군 하동읍) 등이 있다.

이 지명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지명 중에는 풍수와 관련된 지명이 아주 많지만, 수룡(水龍)과 관련된 지명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한강의 발원지는 금대산 아래 검룡소

▲ 백두대간의 삼수령 안내판.
강원도 태백시 창죽동에 검룡소(儉龍沼)라는 곳이 있다. 이곳은 백두대간의 금대봉(金臺峰·1,418m) 산자락의 여러 계곡물이 지하로 스며들었던 물이 다시 솟은 곳인데, 바로 이곳이 한강 514km의 발원지이다.

과거에는 오대산의 우통수가 한강의 발원지라고 알고 있었는데, 오대천의 우통수와 창죽천의 검룡소의 합수지점인 정선군 북면 나전리에서 두 지점을 실측한 결과 창죽천의 검룡소가 오대천의 우통수보다 약 32km나 더 길다는 것이 밝혀졌다.

검룡소는 석회암반을 뚫고 올라오는 지하수가 하루 2천 톤 가량 용출하는 곳으로, 이곳에서 발원한 물은 바로 아래의 20여m의 급경사진 물길을 따라 용트림하며 내려가는 모습은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수룡의 모습이다.

검룡소의 계곡물은 사계절 9℃ 정도로 겨울에도 주위 암반에는 푸른 이끼가 자라고 있어 신비한 모습을 더해주고 있다. 용이 살고 있다고 해서 검룡소라고 이름을 지어 부르는데, 풍수지리적으로 표현하자면 이 물줄기가 힘차게 흐르기 때문에 강룡(强龍)에 해당된다.

금강의 발원지는 뜬봉샘(飛鳳泉), 한강의 발원지는 검룡소(儉龍沼), 낙동강의 발원지는 황지(黃池)라고 하는데, 이렇게 같은 발원지인데도 규모에 따라 각기 명칭이 다르다. 샘[천(泉)]은 물이 솟는 규모가 작고, 소(沼)는 웅덩이의 물이 깊고, 지(池)는 저수지처럼 물의 양이 많은 곳을 지칭한다.

검룡소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정선군 임계면의 임계천, 정선읍의 조양강, 영월군의 동강, 그리고 남한강에 이어 한강이 되고 서해바다로 흘러간다.

그리고 백두대간의 덕항산(德項山·1,070m)과 천의봉(天儀峰·1,303m. 일명 매봉산) 사이에 있는 삼수령(三水嶺·일명 큰피재·해발 920m)은 낙동강, 한강, 오십천 세 물의 발원지가 되어 그렇게 이름이 붙었는데,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와 태백시에 있는 황지(黃池)는 낙동강의 발원지가 되고, 오십천의 발원지인 소재한이 있다.

▲ 검룡소 안내석.
삼수령에서 주변의 산을 바라보니 아름다운 강산이다. 우리나라 풍수고서에 이르기를 ‘아동 산고수려 고왈고려 조일선명 고왈조선 차내문명지상야(我東 山高水麗 故曰高麗 朝日鮮明 故曰朝鮮 此乃文明之象也·우리나라는 산이 높고 물이 수려하여 ‘고려’라고 하였고, 아침 해가 곱고 밝아 ‘조선’이라고 하였는데 이는 문명의 상이다)‘라고 했는데, 풍수지리를 논외로 하더라도 역시 우리나라는 비단에 수를 놓은 듯한 금수강산임에 틀림이 없는 고려이며 조선이며 한국이다.

한편 이 지역 백두대간의 남쪽에 있는 태백시내에 있는 황지는 523km 낙동강의 발원지가 되는 땅이다. 금대봉 남쪽 기슭의 물이 지하로 스며들어 태백시 화전동 용수골의 용소에서 솟아나와 낙동강의 시발점에 되므로 용소가 실질적으로 낙동강의 발원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용소에서 약 6km 정도 내려와 시내 중심에 황지라는 연못이 있는데, 이 연못이 낙동강 발원지로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유명한 곳이다. 황부자의 전설로 유명한 이 연못은 상지(上池), 중지(中池), 하지(下池) 3개의 연못으로 되어 있으며, 과거에는 천황(天潢)이라 부르던 곳이다.

천황은 백두산 천지처럼 ‘첫 물웅덩이’라는 의미다. 황지는 우리나라의 고지도에도 표기되어 있고, 각종 고문헌에도 낙동강의 발원지로 알려져 상징적인 의미로서 낙동강의 발원지다.

글 최명우 대한현공풍수지리학회 연구소장 http://cafe.daum.net/gusrhdvndtn

Posted by 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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