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잉꼬의 저녁과 갈매기의 아침
뉴질랜드 여행기(16) : 카피티 해안의 저녁과 아침 풍경
정철용(ccypoet) 기자
폭스턴의 드 몰렌 풍차와 작별한 우리는 뉴질랜드의 수도 웰링턴(Wellington)까지 쭉 이어지는 1번 고속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달린다. 좀처럼 눈에 띄지 않던 태즈만 해가 오타키(Otaki)라는 이름의 작은 마을을 지나면서부터 멀리 시야에 잡히기 시작한다. 카피티 해안(Kapiti Coast)에 들어섰다는 얘기다.

태즈만 해를 가슴에 품으며 약 40km에 걸쳐 굴곡 없이 완만하게 이어지는 카피티 해안은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해변들로 유명한 곳이다. 여기에 대도시인 웰링턴에서 약 한 시간 거리에 있다는 지리적 이점이 더해져서 여름철마다 휴가를 즐기려고 온 사람들로 북적대는 곳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 곳을 찾은 시기는 한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조금씩 깊어지고 있던 때라, 해변도 도로도 모두 한산했다. 중간에 파라파라우무(Paraparaumu)라는 마을 근처에 있는 남반구 최대 규모의 구식 자동차 박물관 '사우스워드 자동차 박물관'을 구경하고 나서 우리는 다음 목적지로 향한다(흥미로운 이 자동차 박물관에 대한 이야기는 뉴질랜드 여행기(2) : '장난감 트랙터는 죽고 오래된 벤츠는 살아남다'를 참고하세요).

'초록 잉꼬의 횃대'에서 바라본 저녁 노을

오후 5시가 조금 지난 시간, 기울어져 가는 늦은 오후의 가을 햇살을 받으며 우리는 카피티 해안의 남쪽 끝 마을에 도착한다. 그 마을 이름이 재미있다. 파에카카리키(Paekakariki), 이곳 원주민 마오리 말로 '초록 잉꼬(kakariki)의 횃대(pae)' 라는 뜻이라고 한다. 왜 이런 마을 이름이 붙여졌을까?

그러나 그 궁금증을 금세 잊어버리고 우리는 마을 끝 갈림길에서 1번 고속도로를 버리고 바닷가의 가파른 고개로 이어지는 좁은 도로(파에카카리키 힐 로드)로 들어선다. 그 고개의 정상에 자리잡고 있는 전망대가 우리의 목적지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카피티 해안의 모습
ⓒ2005 정철용
전망대에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서니 걸음을 옮겨놓기도 힘들 정도로 거센 바닷바람이 우리를 막아선다. 귀가 윙윙 울린다. 그러나 저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너른 바다에는 바람이 자는지 큰 파도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잔잔한 물결이 둥글고 완만하게 뻗어있는 해변에 스며들고 있다. 과연 여름철 해수욕을 즐기기에는 그만인 해변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곳의 해변이 이처럼 잔잔한 물결을 지니게 된 것은 그 앞 바다에 떠 있는 카피티 섬 때문이다. 길이 10km, 폭 2km에 불과한 작은 섬이지만 이 카피티 섬이 먼 바다에서 세차게 달려오는 큰 파도들을 막아주고 있는 것이다. 소문난 해변의 이름 대신에 이 작은 섬의 이름을 이 지역의 지명으로 삼은 데에는 이처럼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카피티 섬의 역할은 큰 파도를 막아주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거센 바람을 피해 잠시 차 안에 들어와 이 지역 여행 안내서를 펼쳐보니, 카피티 섬은 뉴질랜드의 특산 나무들과 키위를 비롯한 희귀종 또는 멸종 위기에 처한 여러 새들의 서식처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그 새들의 무리 중에는 초록 잉꼬도 있다고 한다. 아, 이 마을의 지명이 바로 여기에서 비롯되었구나! 나는 비로소 깨닫는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카피티 섬의 모습
ⓒ2005 정철용
그렇다면 우리가 서 있는 이 전망대야말로 '초록 잉꼬의 횃대'가 아닐런지. 나는 저 아래 카피티 섬에서 날아온 초록 잉꼬들이 이곳 전망대의 나무 울타리 위에 앉아 자신의 보금자리를 지그시 바라다보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리고 그 잉꼬들의 횃대에 나도 몸을 기대고 두 눈 가득 밀려드는 바다를 바라다본다.

거칠 것 없는 너른 바다의 수평선 아래로 저녁 해가 막 잠기고 있다. 하늘에는 구름 몇 조각이 붉게 타오르고 바다는 비단치마를 벗어놓은 듯 큰 파도 하나 없이 잔잔한 주름 몇 개만 퍼져나가고 있다. 그리고 그 잔물결을 거스르며 어두워지는 하늘로 솟구치는 새 몇 마리가 보인다. 그들은 카피티 섬에 있는 자신의 보금자리로 귀소하고 있는 중이리라.

▲ 전망대에서 바라본 해넘이
ⓒ2005 정철용
해가 완전히 수평선 아래로 잠기고 사위가 점점 어둑어둑해지자 우리도 전망대를 내려와 저녁을 먹고 예약해 놓은 숙소인 '킬라라 B&B'로 귀소했다. 바람은 여기서도 심하게 불고 있었다. 우리는 따뜻한 방안의 침대 안에서 그 바람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다(B&B는 숙박(bed)과 아침 식사(Breakfast)를 제공하는 민박의 일종으로, 뉴질랜드의 다양한 민박 형태에 대해서는 뉴질랜드 여행기 (5) : '민박이 호텔보다 좋은 이유'를 참고하세요).

바닷가 아침 산책길에 만난 갈매기 부부

다음날 새벽, 일찍 잠이 깬 나는 침대 속에서 꾸물거리는 대신 바닷가 산책에 나서기로 한다. 아내는 화장도 안 한 맨 얼굴로는 가기 싫다며 혼자 다녀오라고 한다. 옷을 꿰차고 딸아이가 자고 있는 방문을 살짝 열어보니 딸아이도 아직 한창 꿈나라다.

▲ 숙소의 이층 창문에 담긴 새벽 바다의 모습
ⓒ2005 정철용
커튼을 쳐 놓지 않은 창문으로 여명의 바다가 그림처럼 들어와 담겨 있다. 고요하고 아름답다. 그 여명의 바다를 놓치기 싫어서 나는 딸아이를 깨우지 않고 혼자 산책을 나서기로 한다. 이층 계단을 내려와 거실의 문을 통하여 정원으로 나서니 해변이 바로 코앞이다.

어젯밤에는 그렇게도 바람이 심하게 불더니 오늘 아침에는 거짓말처럼 바람이 그쳐 있다. 상쾌한 기분으로 나는 아직 어둑어둑한 모래밭에 내 발자국을 찍는다. 인적 없는 해변에는 잔물결이 밀려와 고운 모래밭을 핥고 있고 수평선 너머 하늘은 꿈꾸듯 발그레하게 밝아오고 있다. 그리고 새벽 하늘이 꾸는 그 꿈의 한가운데에 카피티 섬이 길게 누워있다.

▲ 잔물결이 이는 아침 바닷가
ⓒ2005 정철용
끊어지는 곳 없이 계속 이어지는 바닷가 모래밭을 따라 나는 천천히 걸어간다. 맞은편에서 개를 데리고 산책 나온 사내 둘을 만나 가볍게 인사를 나눈다. 얼마쯤 걷다 보니 난파당한 모습으로 모래 위에 누워 있는 고목이 눈에 띈다.

어디서 흘러온 나무일까. 부러지고 꺾어진 가지들과 썩어 들어가고 있는 나무 기둥이 안쓰럽다. 나는 자세히 살펴보기 위하여 그 버려진 고목에 가까이 다가선다. 그러자 그 반대편에서 나무 속을 쪼고 있던 갈매기 두 마리가 갑자기 날아오른다.

▲ 모래밭에 난파당한 고목
ⓒ2005 정철용
나도 무척 놀랐지만 아침 일찍 먹이 구하러 나선 그들은 더 놀랐으리라. 그러나 쉽게 포기할 생각이 없는지 갈매기들은 내 발걸음이 나가는 것만큼 주춤주춤 뒤로 물러설 뿐 좀처럼 하늘로는 날아오르지 않는다.

내가 조금 더 다가서자 갈매기 두 마리는 콘크리트 방파제 위로 날아가 나란히 앉는다. 그러나 서로 등을 돌리고 있다. 마치 부부 싸움하고 토라진 모양새다. 하지만 한 놈은 끝내 외면하지는 못하겠던지 고개를 돌려 자기 짝을 바라다본다. 마음 약한 그 놈은 아내일까, 아니면 남편일까.

▲ 방파제 위에 날아 앉은 갈매기 부부(?)
ⓒ2005 정철용
어쩌면 이 갈매기 두 마리는 부부 사이가 아닐지도 모르리라. 그러나 내 눈에는 어쩐지 그 둘이 부부 사이로만 여겨진다. 세수를 하고 화장을 끝내고 나를 기다리고 있을 아내에게 문득 생각이 미친다. 딸아이도 이젠 잠자리에서 일어났을까. 조금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내와 딸아이와 함께 산책을 나올 걸, 하는 가벼운 후회가 인다.

나는 방파제가 있는 그쯤에서 그만 돌아가기로 한다. 온 길을 다시 되돌아 걸어가는 도중에 예쁜 조가비 두 개를 주워 호주머니에 넣는다. 그걸 만지작거리며 다시 우리의 숙소로 돌아오니 날이 완전히 밝았다. 나는 기다리고 있던 아내와 딸아이의 손바닥 위에 조가비 한 개씩을 쥐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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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경영하라(2)
뉴질랜드 여행기(15) : 타라루아 윈드 팜
정철용(ccypoet) 기자
풍차가 바람을 경영하는 유일한 방식은 아니다. 바람의 힘은 곡식을 빻는 일보다 훨씬 더 생산성 있는 일에 쓰일 수 있다. 바람의 힘을 이용하여 전기를 만들어내는 일이 바로 그 일이다. 바람을 경영하는 새로운 방식인 이 일을 위해서는 나무로 만들어진 풍차의 돛(또는 팔)은 유리섬유 강화 플라스틱이라는 현대적인 재질의 바람개비로 변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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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3개의 날개로 이루어지는 이 바람개비에 의해, 바람은 풍차에서 곡식을 빻고 나면 사라지고 마는 일회성 에너지라는 운명에서 벗어나게 된다. 풍력 발전이라는 이 새로운 방식에 힘입어, 먼지 잔뜩 낀 낡은 풍차를 결코 벗어나지 못했던 바람의 힘은 이제 한 곳에 저장되었다가 멀리 운반되어 무수히 많은 용도로 활용되는 다용도의 전기 에너지로 변모하게 되는 것이다.

▲ 풍력발전에 쓰이는 대형 바람개비의 모습
ⓒ2005 정철용
고전적인 풍차의 작동 원리를 현대적으로 응용한 이러한 풍력 발전은 최근 들어 각광을 받고 있다. 올해 초, 교토 의정서가 발효됨에 따라 온실 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한 대체 에너지원 개발에 세계 각국이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고, 풍력 발전은 그 유력한 대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올해 동해안 영덕에 풍력발전단지가 설치되어 가동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린다. 독일, 덴마크, 스페인 등 일찍부터 풍력 발전을 시작한 유럽의 여러 나라들에 비하면 한참 늦은 출발이고 발전 규모도 보잘것없는 수준이지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뉴질랜드의 풍력 발전 역시 유럽의 풍력 발전 강국들보다는 한참 늦은 시기인 지난 199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기에 아직도 초기 단계에 있다. 전국적으로 생산되는 전력의 겨우 2.5%에 불과한 168메가와트(MW)를 생산하고 있는 뉴질랜드의 풍력 발전은 아직은 세계에 내세울만한 수준이 아니다.

그러나 바람에 관한 한 뉴질랜드는 세계에서 가장 풍부한 자원을 가지고 있는 나라 중의 하나로 손꼽히고 있어서 뉴질랜드 풍력 발전의 잠재력은 매우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여행의 마지막 날에 우리가 만난 타라루아 윈드 팜(Tararua Wind Farm)은 그 시금석이 되고 있는 곳으로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 낮은 구릉들과 벌판이 이어지는 한적한 농촌 지역 타라루아의 전형적인 풍경
ⓒ2005 정철용
타라루아는 뉴질랜드 북섬의 남부를 동서로 비스듬히 가로지르는 루아히네 산맥과 타라루아 산맥의 동쪽에 자리잡고 있는 한적한 농촌 지역이다. 큰 도시 하나 없이 낮은 구릉들과 푸른 벌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작은 마을 몇 개가 점점이 숨어 있을 뿐이어서, 오랫동안 좀처럼 여행객들의 발길이 머물지 않던 곳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타라루아 산맥의 북쪽 끝자락에 타라루아 윈드 팜이라고 불리는 대규모 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면서부터 이곳은 매력적인 여행지로 떠오르게 되었다. 낮은 구릉들 위에 줄지어 서 있는 103개의 거대한 바람개비들이 은빛 날개를 반짝거리며 돌아가고 있는 멋진 모습을 구경하려고 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여행 안내 책자에 소개되어 있는 멋진 사진에 매혹된 나 역시 무리한 일정인 줄을 알면서도 이 장관을 구경하고 가기로 했다. 이 지역의 중심 마을인 우드빌(Woodville)에 차가 가까워지자 멀리 언덕 위에 은빛 바람개비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 타라루아의 낮은 구릉들 위에 자리잡고 있는 바람개비들의 모습
ⓒ2005 정철용
내 시선이 자꾸 그 쪽으로 돌아가자 조수석에 타고 있던 아내는 운전대를 잡고 있던 내 손을 탁 쳤다. 다시 전방을 주시하며 나는 우드빌에서 파머스턴 노쓰로 이어지는 마나와투 골짜기 고갯길로 향했다. 그곳이 타라루아 윈드 팜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전망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길은 막혀있었다. 두어 달 전쯤에 내린 폭우로 도로의 일부가 유실되고 도로 주변의 흙더미가 쏟아져 내려 도로가 통제되었다는 뉴스를 본 지가 벌써 한 달이 지났는데, 아직도 그 복구 공사가 끝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남은 방법은 그 바람개비들이 서 있는 현장을 직접 찾아가는 것. 나는 차를 갓길에 세우고 우드빌 여행자정보센터에서 가져온 타라루아 지역 세부 지도를 펼쳐보았다. 타라루아 윈드 팜까지 구불구불 이어지고 있는 막다른 작은 길 하나가 눈에 띄었다. 나는 그 길을 타고 가기로 했다.

예상했던 것 이상으로 그 길은 험했다. 낭떠러지를 옆에 끼고 구불구불 가파르게 이어지는 비좁고 흙먼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비포장길이었다. 나는 극도로 조심스럽게 차를 몰아 가까스로 그 꼭대기에 도착했다. 시원한 바람이 땀으로 척척하게 젖은 내 등과 얼굴을 식혀주었다.

▲ 남반구 최대의 풍력발전단지인 타라루아 윈드 팜의 모습
ⓒ2005 정철용
그 바람을 받아 수십 개의 거대한 바람개비들이 돌아가고 있었다. 부드럽게 만곡을 이루고 있는 구릉들 위에 적당한 간격으로 우뚝 서서 은빛 날개들을 돌리고 있는 바람개비들의 모습은 정말 이색적이었다. 그 아래 가까이 다가서자 '웅웅' 거리며 바람개비 돌아가는 소리가 웅장한 심포니의 배음처럼 들렸다.

오랫동안 양들과 소들의 목초지였던 이 구릉들이 바람을 경영하는 농장으로 변모하게 된 것은 불과 4년 전이었다. 연중 85% 이상의 기간 동안 평균 풍속 35km의 바람이 늘 불어대는 천혜의 입지조건 때문에 남반구 최대의 풍력발전단지로 개발이 된 것이다.

가축농장에서 바람농장으로의 이 변신은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타라루아 윈드 팜은 매년 3만 가구가 쓸 수 있는 정도의 전력을 생산해서 이 지역 주민에게 공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타라루아 윈드 팜에 힘입어 관광산업의 불모지였던 이 지역이 이제는 매력적인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으니 말이다.

▲ 타라루아 윈드 팜의 바람개비는 덴마크 업체의 제품이다.
ⓒ2005 정철용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타라루아 윈드 팜의 바람개비들을 제조하여 설치한 업체 베스타스(Vestas)가 덴마크의 회사인 것처럼, 이 지역에는 일찍이 덴마크와 노르웨이 등 북유럽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이 많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드빌의 북쪽에 있는 작은 마을 노스우드(Norsewood)와 단네비르케(Dannevirke) 등은 그 마을 이름에서 느껴지듯이 1870년대에 이주해 온 스칸디나비아인들이 세운 마을이라고 한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이 타라루아 윈드 팜을 자랑스러워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듯 네덜란드의 고전적인 전통 풍차도, 덴마크의 현대식 풍력발전단지도 뉴질랜드에서는 모두 관광산업으로 편입되고 있었다. 바람을 경영하여 관광상품으로 변모시킨 모습을 나는 폭스턴의 풍차와 타라루아의 윈드 팜에서 보았다.

흙먼지 나는 길을 다시 조심스럽게 내려와 바라본 언덕 위에는 마치 작별을 고하듯이 바람개비들이 하얀 날개를 빙빙 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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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경영하라(1)
뉴질랜드 여행기(14) : 폭스턴의 네덜란드 전통 풍차
정철용(ccypoet) 기자
뉴질랜드는 1840년 영국 정부의 주도로 건국되었고 지금도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공식적인 국가 원수인 입헌군주국이다. 그런 역사적인 배경 탓인지, 뉴질랜드 여행을 다니다보면 '캠브리지', '퀸스타운', '해밀턴', '웰링턴' 등 곳곳에 영국의 지명이나 위인들의 이름을 그대로 따온 지명들이 제법 많이 눈에 띤다.

이런 점에 비추어볼 때, 이 작은 섬나라가 국가 이름을 빚지고 있는 나라가 영국이 아니라 네덜란드라는 사실은 몹시도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뉴질랜드(New Zealand)'라는 이름의 기원이 된 질랜드(Zeeland)는 바로 라인강이 북해로 흘러들고 있는 네덜란드 남부 해안지역의 지명인 것이다.

나라 안의 여러 지명은 영국에 빚지고 있지만 정작 나라 이름은 영국이 아니라 네덜란드에 빚지게 된 데에는 아벨 태즈먼(Abel Tasman)이라는 네덜란드 항해사의 공이 컸다. 1642년 당시 네덜란드의 식민지였던 인도네시아의 자바 섬을 출발하여 호주 동쪽에 있다고 여겨진 미지의 대륙 탐사에 나선 그는 출항 5개월 만에 유럽인으로서는 최초로 뉴질랜드를 발견한 것이다.

뉴질랜드의 원주민 마오리족에게 부하 선원들 여러 명을 잃는 곤욕을 치르면서도 뉴질랜드 남섬의 서해안을 따라 올라가 북섬까지 탐사를 계속한 아벨 태즈먼은 이 땅에 '네덜란드 국회의 땅(Land of States-General)'이라는 의미로 'Staten Landt'라고 이름을 붙였다.

그런데 몇 년 후, 이 이름은 네덜란드 남부 해안지방의 이름을 딴 '새로운 질랜드(Novo Zeelandia, 영어식 표현으로는 New Zeeland)'로 바뀌어서 유럽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고 이것이 현재의 뉴질랜드 이름이 된 것이다.

하지만 곤욕을 치른 아벨 태즈먼이 그 이후에 두 번 다시 뉴질랜드를 찾지 않았던 것처럼 19세기 후반 유럽으로부터 본격적으로 밀어닥친 초기 뉴질랜드 이주민들의 물결 속에는 네덜란드인들은 거의 없었다. 뉴질랜드에 네덜란드 이민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인 195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였다.

그러니 아무리 그 이름을 네덜란드에 빚지고 있다고는 해도 뉴질랜드에서 네덜란드를 떠올리게 하는 역사적 유물이나 볼거리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뭐든지 자세히 찾아보면 마침내 보이는 법. 이번 여행길에 우리는 너무나도 네덜란드다운 것을 한 작은 마을에서 볼 수 있었다.

파머스톤 노쓰에서 테 마나 박물관을 구경하고 나서 점심을 먹은 후에 우리는 다시 바닷가 쪽으로 방향을 틀어 달렸다.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태즈먼 해에 인접해 있는 작은 바닷가 마을인 폭스턴(Foxton). 우리가 네덜란드를 떠올릴 때면 튤립과 함께 자동적으로 연상하게 되는 멋진 풍차가 그 마을에 있다는 것을 여행안내책자에서 읽었기 때문이었다.

▲ 폭스턴의 풍차 '드 몰렌'의 모습. 17세기 네덜란드 전통 풍차를 그대로 복원한 것이다. (사진은 Foxton Windmill Trust Inc.-폭스턴 풍차 재단-에서)
ⓒ2005 정찰용
파머스톤 노쓰에서 남서쪽 방향으로 20여분을 달려 폭스턴에 도착해 보니 과연 4∼5층 건물 높이의 커다란 풍차 한 대가 우리를 맞아주었다. 가벼운 바람을 맞아 그 커다란 양팔을 슬슬 돌리고 있는 모습이 마치 우리를 환영한다는 몸짓처럼 여겨졌다.

문외한인 나의 눈에는 일단 겉보기로는 그저 평범한 풍차들과 다를 바 없어 보였다. 그러나 그 입구에서 받은 안내책자를 들여다보니 '드 몰렌(De Molen)'이라는 이름의 이 풍차는 17세기 네덜란드의 전통 풍차를 그대로 복원해 낸 것으로서 그렇게 만만하게 볼 것이 결코 아니란다.

1990년 첫 발의에서 2003년 개관까지 10년 이상을 공을 들인 이 풍차는, 네덜란드를 직접 방문하여 현지의 건축가로부터 직접 디자인과 사양을 받아왔으며 이후 뉴질랜드내 네덜란드 커뮤니티의 재정 지원과 자문을 얻어서 이 마을 사람들이 자원봉사로 제공한 노동력으로 완성한 하나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고전적인 작품의 아름다움을 좀 더 감상하기 위해서는 그 내부로 들어가 보아야 한다. 우리는 골드 코인(색깔이 황금색인 뉴질랜드의 1달러나 2달러짜리 동전을 말함) 기부금을 입장료로 내고 풍차의 내부 2층으로 이어지는 가파른 계단을 기어 올라갔다.

▲ '드 몰렌' 풍차의 내부 모습. 기어의 톱니까지도 전통적인 방식대로 나무로 만들었다. (사진은 Foxton Windmill Trust Inc.-폭스턴 풍차 재단-에서)
제법 넓은 다락방처럼 느껴지는 그 내부 공간은 다시 5층으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복잡한 기계장치들이 층간에 이어지고 있었다. 톱니처럼 맞물려 있는 기어, 그들을 이어주는 축, 맷돌이 들어있는 것으로 여겨지는 둥근 통 등 대부분의 기계장치들은 나무로 만들어져 있었고 희뿌연 밀가루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눈이 휘둥그레져서 그것들을 구경하고 있자니 직원으로 보이는 한 사내가 그 기계장치를 실제로 작동시켜 움직이는 모습을 우리에게 직접 보여주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이 풍차는 이처럼 실제로도 작동이 되어 밀가루를 빻아내며 그렇게 빻은 밀가루를 아래층 매장에서 기념품으로 팔고 있다고 한다.

겉모습뿐만 아니라 그 기능까지도 17세기 네덜란드의 전통적인 제분 방식을 그대로 복원하기 위하여 풍차 내부에 쓰인 기어와 맷돌, 풍차의 팔(돛대) 등 주요 자재까지도 네덜란드에서 직접 들여와 만들었다고 그는 덧붙인다.

2003년 4월에 이 풍차가 문을 열고나서 한 해 동안만 6만 명에 이르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다녀갔고 또한 네덜란드의 전직 총리까지도 다녀갔다는 사실이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떠나기 전에, 주민 수가 모두 합쳐서 5천명도 채 되지 않는 이 바닷가 작은 마을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떠오른 '드 몰렌' 풍차를 다시 한 번 둘러보았다.

▲ '드 몰렌' 풍차가 있어 뉴질랜드는 비로소 그 이름에 걸맞는 관광명소를 지니게 되었다. (사진은 Foxton Windmill Trust Inc.-폭스턴 풍차 재단-에서)
ⓒ2005 정철용
이 풍차가 있어 뉴질랜드는 드디어 그 이름에 걸맞은 관광명소를 가지게 되었으니 얼마나 자랑스러운 풍차인가. 그러나 바람을 경영하여 매년 수만 명의 관광객의 돈을 빻아내고 있는 '드 몰렌' 풍차는 자랑하는 기색도 없이 얌전하게 슬슬 돌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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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산업, 뉴질랜드 '여행자정보센터'에서 배우라
[뉴질랜드 여행기13] 내가 만난 여행자정보센터들
정철용(ccypoet) 기자
'배낭여행족들의 바이블'로 불리는 유명한 여행안내책자 <론리 플래닛>은 세계 각국의 편집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올해 최고의 여행지'라는 이름으로 순위를 매겨 다섯 나라를 매년 1월에 발표하고 있다.

그 나라를 실제로 다녀온 많은 여행객들의 의견도 참조하여 이루어지는 이 흥미로운 설문 조사에서 뉴질랜드는 2003년과 2004년, 2년 연속하여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러한 결과는 피터 잭슨 감독의 장대한 판타지 영화 <반지의 제왕>에 힘입은 바 크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분석이다. 거칠 것 없는 뉴질랜드의 대자연을 배경으로 촬영된 이 영화를 보고 많은 이들이 뉴질랜드를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 1순위로 손꼽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뉴질랜드를 찾아와서 영화의 화면보다 더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직접 보았다 하더라도 뉴질랜드를 여행하는 동안 겪은 불편이 적지 않았다면 그 아름다움은 반감되고 말았을 것이다. 2년 연속 '세계 최고의 여행지'에 오르는 영예를 누리지 못했을 것 또한 분명하다.

이렇듯 천혜의 자연이나 유서 깊은 문화유산이라는 기본자산만 가지고서는 여행객들을 끌어들이는 데 충분치 않다. 여행객들이 여행을 하는 동안 불편함이 없도록 뒷받침해주는 교통, 숙박, 통신 등의 기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야 비로소 그 나라의 아름다운 자연과 찬란한 문화유산이 제 빛을 발하게 되는 것이다.

뉴질랜드는 바로 그러한 나라들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뉴질랜드가 2년 연속해서 '올해 최고의 여행지'로 떠오른 진짜 이유일 것이다.

여행의 모든 것이 있는 여행자정보센터

뉴질랜드의 잘 갖추어진 여행기반시설 중에서 내게 제일 인상적이었던 것은 곳곳에서 마주친 여행자정보센터(Visitor Information Centres)였다. 인구 수십 만 명의 대도시는 물론이거니와 주민 수가 고작 천여 명에 불과한 작은 마을에도 어김없이 여행자정보센터가 눈에 띄는 것을 보고 나는 감탄했다.

이 여행자정보센터에는 그 지역뿐만 아니라 뉴질랜드 전역의 여행안내책자들이 비치되어 있어서 누구든 자신이 여행하고자 하는 곳의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뉴질랜드 북섬의 남서부 지역을 돌아보는 7박 8일간의 이번 여행 일정을 짤 때도 나는 우리 동네에 있는 여행자정보센터를 방문하는 방법을 택함으로써 인터넷을 뒤져 여행정보를 일일이 인쇄하는 수고를 덜 수 있었다.

▲ 파머스톤 노쓰의 여행자정보센터 내부. 뉴질랜드 전국의 여행안내책자와 지도가 가지런히 비치되어 있다. 모두 무료다.
ⓒ2005 정철용
나는 그곳에서 우리가 가고자 하는 지역의 지도와 그 지역의 역사, 볼거리, 숙박업소 등이 자세하게 수록된 안내책자들을 한아름 가져왔다. 물론 모두 공짜였다. 그 책자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보고 일정을 짰기 때문에 시간 단위로까지 계산되는 아주 세부적인 여행 일정을 짤 수 있었다.

뉴질랜드의 여행자정보센터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단순히 여행안내책자들을 비치해 두고 그 지역의 여행정보를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숙박과 교통편 및 투어 예약 등과 같은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여행관련 서비스까지도 무료로 제공한다.

그래서 숙박 예약을 하지 않고 여행지에 도착했는데 모텔마다 '빈방 없음(No Vacancy)'이라는 간판이 내걸려 있어서 잠자리가 걱정된다면, 빈방이 있는 모텔을 찾아 이리저리 헤매는 수고를 하는 대신 그 곳의 여행자정보센터를 찾아가는 것이 훨씬 더 손쉽고 빠른 방법이 된다.

낯선 여행객일지라도 여행자정보센터 찾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여행자정보센터는 도로 표지판마다 꼭 표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여행자정보센터는 도시나 마을의 가장 번화한 중심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에 지도를 참조하지 않더라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 뉴 플리머쓰의 여행자정보센터가 있는 푸케 아리키 건물. 여행자정보센터는 대부분 도심이나 마을의 중심에 있어서 누구나 손쉽게 찾을 수 있다.
ⓒ2005 정철용
우리가 왕가누이에서 하루를 묵고 나서 그 다음날 오전에 도착한 도시 파머스톤 노쓰(Palmerston North)의 여행자정보센터도 마찬가지여서, 정확히 도심 한가운데 자리잡고 있었다. 일요일인데도 문을 열어놓고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우리는 여행자정보센터로 들어섰다. 일하고 있던 직원에게 이 도시에서 가볼만 곳을 문의하니 근처에 있는 테 마나와(Te Manawa) 박물관을 우리에게 추천했다. 여행 떠나기 전 미리 잡아놓은 일정에 포함되어 있던 곳이라 우리는 주저하지 않고 바로 테 마나와 박물관으로 향했다.

여행자정보센터 네트워크 i-SITE

이렇게 여행을 떠나오기 전 이미 파머스톤 노스에 대한 여행정보를 입수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여행자정보센터를 방문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뉴질랜드에서는 어떤 곳을 가게 되든지 항상 그곳의 여행자정보센터를 여행의 출발점으로 삼으라는 잘 알려진 충고가 있기 때문이다.

사전에 여행지에 대한 정보를 잘 조사했다고 하더라도 놓치거나 잘못된 정보가 있을 수 있기에 일단 그곳의 여행자정보센터에 들러 최신의 보다 자세하고 전문적인 그 지역 여행 정보를 입수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여행을 할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모든 여행자정보센터가 연중 무휴로 문을 열지는 않기 때문에 현지에 가서 모든 것을 처리하자고 생각했다가는 낭패를 보기 쉽다. 뉴질랜드의 여행자정보센터는 그 운영 재원에 따라 두 종류로 구분되는데, 운영하는 시간도 다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체의 지원금만으로 운영되는 여행자정보센터는 일요일과 공휴일에는 문을 열지 않는다. 주로 작은 마을에 자리잡고 있는 이런 여행자정보센터는 규모도 작고 제공되는 서비스도 그 지역에 국한되어 있다.

▲ 우드빌의 i-SITE. 온라인 네트워크로 연결된 i-SITE들은 뉴질랜드 관광산업의 신경망이다.
ⓒ2005 정철용
반면에 지방자치체뿐만 아니라 뉴질랜드 관광청의 지원금도 받아서 운영되는 여행자정보센터는 연중무휴로 운영된다. 흔히 'i-SITE'라고 불리는 이런 여행자정보센터에서 제공하는 여행 서비스는 그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을 커버한다. 전국의 i-SITE들이 온라인 네트워크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85개소의 i-SITE들이 연결되어 있는 이 네트워크는 1990년부터 시작되었으며 뉴질랜드 관광산업의 신경망 역할을 하고 있다. 2003년 한 해에만도 약 1천만명의 여행객들이 i-SITE를 방문했다고 한다.

뉴질랜드의 이곳 저곳을 여행하면서 우리도 여러 번 i-SITE를 방문했다. 그러나 우리의 방문이 단지 여행 정보를 얻기 위한 목적 때문만은 아니었다. 어떤 곳에서는 i-SITE 그 자체가 하나의 볼거리여서 그곳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관광명소가 된 여행자정보센터

뉴질랜드 북섬의 남서부 지역을 돌아보는 이번 여행길에서 처음 만났던 도시 뉴 플리머쓰(New Plynouth)의 여행자정보센터 i-SITE도 그런 관광명소 중의 하나였다. 뉴 플리머쓰의 자랑거리 중의 하나인 최첨단의 박물관이자 도서관 건물인 '푸케 아리키(Puke Ariki)'에 여행자정보센터도 함께 입주해 있었다.

이처럼 여행자정보센터는 여행객들이 많이 몰리는 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의 건물 내에 입주해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곳에 자리잡은 여행자정보센터에서는 몰려드는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기념품을 판매하거나 때로는 간단한 음료와 요기 거리를 팔기도 한다.

▲ 필딩의 여행자정보센터. 많은 여행자정보센터들이 이처럼 유서 깊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2005 정철용
또한 유서 깊은 건물을 여행자정보센터로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왕가누이에서 파머스톤 노쓰로 가는 길 도중에 잠깐 들렀던 작은 마을인 필딩(Feilding)에서 보았던 여행자정보센터는 바로 그 중의 하나였다. 영국 에드워드 왕조 시대의 스타일로 지어진 우아하고 아름다운 건물에 자리잡고 있어서 몹시 보기 좋았다.

그러나 그동안 내가 다녀왔던 뉴질랜드의 여행자정보센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뉴질랜드 북섬의 중앙 내륙지역에 있는 작은 마을인 티라우(Tirau)에서 보았던 것이다. 물결무늬 양철판으로 만든 커다란 개의 얼굴을 건물 한쪽 벽면과 지붕 위에 씌워놓은 독특한 디자인이 너무나 재미있었다. 붉은 혀를 쑥 내민 채 웅크리고 앉아 있는 이 사랑스러운 개의 모습 때문에 그 누구도 티라우의 여행자정보센터는 그냥 지나치지 못할 것이다.

▲ 티라우의 여행자정보센터. 독특한 건물 모습으로 그 자체가 하나의 관광명소가 된 곳이다.
ⓒ2005 정철용
관광산업은 아름다운 자연환경이나 물려받은 문화유산에 의존하기에 흔히 '굴뚝 없는 산업'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이렇듯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와 아이디어가 없이는 여행객들을 끌어 모으기 힘들 것이다. 뉴질랜드를 여행하면서 내가 만난 수많은 여행자정보센터는 관광산업에 어떤 투자가 선행되어야 하는지를 매우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Posted by 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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