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하게 빛나는 금빛 풍경, ‘로마’
[포토] 금빛 찬란한 ‘로마’의 야경
이한철(jhjnews) 기자
로마를 여행할 때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야경. 로마에서 지내는 동안 밤 10시 이전에 숙소에 들어온 적이 없었다. 연일 강행군으로 피곤하지만 숙소보다는 밤거리를 돌아다니다가 트레비 분수나 스페인 계단에 앉아 쉬는 것이 훨씬 좋았기 때문이다.

로마 테르미니 역에 도착한 첫 날, 숙소를 찾는 것조차도 그리 만만한 게 아니었다. 숙소에 연락을 취하기 위해 공중전화를 찾아 테르미니 역으로 향하려던 무렵, 귀에 꽂히는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 찾으세요? 한국분이시죠?”

다행히 하늘이 도왔는지 현지에서 관광 가이드를 하는 분을 우연히 만나게 된 것이다. 알고 보니 숙소는 제대로 찾았지만 문에 눈에 띄는 간판이 없었고, 벨도 어떤 걸 눌러야 하는 건지 몰라 헤맸던 것이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 보낸 천사 구원자 같이 느껴졌다. 가이드의 도움으로 무사히 숙소를 찾을 수 있었고 소매치기를 비롯한 유의사항 등도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숙소에 짐을 풀고 대충 정리를 마친 시간이 대략 9시 반쯤.

‘매일 밤마다 펼쳐지는 금빛의 향연’

▲ 테르미니 역 근처에 위치한 호텔 (Exedra, a Boscolo Luxury Hotel)
ⓒ 이한철
첫 날부터 그냥 잠자리에 들기엔 너무나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헤매면서도 전혀 지루함을 느끼지 못하게 만들었던 로마의 밤거리를 다시 여유롭게 걸어보고 싶기도 했다. 결국, 카메라와 삼각대를 챙겨들고 거리로 향했다.

첫 날,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이름을 알 수 없는 거대한 호텔이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똑같은 모양의 건물 두 개가 나란히 자리 잡고 있어 쌍둥이 호텔이라고 불리는 곳이란다. 정확한 명칭은 ‘Exedra, a Boscolo Luxury Hotel’로 대충 고급호텔이라고 보면 된다.

여행 전부터 로마의 소매치기에 대해 너무 많이 들었던 탓에 바짝 긴장했다. 주변을 살피며 삼각대를 펴고 가장 먼저 촬영한 곳이 바로 이 호텔이었다. 이 근처에서 촬영을 하고 있을 때 건장한 남자가 다가왔다.

이탈리아 사람으로 보이는 이 남자는 영어로 “너무 불안할 필요 없다. 편하게 여행하라”는 취지의 말을 건네고 지나갔다. 짧은 영어 실력으로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는 없었으나 여행객들에 대한 약간의 불만이 섞여 있는 듯 했다. 하긴, 여행객들이 대다수의 선량한 이탈리아 사람들마저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니 그럴 만도 했다.

▲ '콜로세움'의 야경
ⓒ 이한철
야경은 로마에서 특별한 일이 없으면 거의 매일 밤마다 돌아 봤다. 특히 웅장한 ‘콜로세움’은 밤이 되면 더욱 더 빛을 발한다. 사진에서는 그 화려함을 느낄 수 없어 아쉽지만 그 때의 느낌은 잊혀 지지 않는다.

밤이면 더욱 빛을 발하는 로마의 유적지

로마에서 지낸 둘째 날 저녁에는 첫 날 만난 가이드 분의 소개로 한국인들을 상대로 한 무료 야경투어에도 참여했다. 테르미니 역에서 만나 가이드의 안내로 로마에서 야경이 아름다운 핵심 장소 몇 군데를 돌아보는 식이다.

교통에 익숙하지 않은데다 숙소에 돌아와야 하는 문제로 멀리까지 나가보지 못했기 때문에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일정은 크게 천사의 성-나보나 광장-판테온-트레비분수-스페인광장이었다.

▲ 성 베드로 성당
ⓒ 이한철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천사의 성’ 건물 앞. 천사의 성 건물을 등지고 서면 ‘성 베드로 성당’의 야경도 볼 수 있다. 도로 정 가운데 자리 잡은 성당이 화려한 금빛 조명을 받아 눈길을 사로잡았다.

다시 뒤돌아서면 ‘천사의 성’이 보인다. 이 건물은 하드리아누스 황제와 가족들을 위한 묘로 지어진 건물이다. 꼭대기에는 황제의 동상과 전차의 청동상이 우뚝 솟아있는데 전체적으로 보면 요새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실제로 아우렐리아누스 황제 시절엔 요새로 사용됐다고 한다.

▲ 천사의 성(왼쪽)과 천사의 다리에서 볼 수 있는 '천사상'
ⓒ 이한철
‘천사의 성’을 끼고 우측으로 올라가다보면 다리가 하나 보이는데 이 다리를 ‘천사의 다리’라고 부른다. 이 다리를 지나는 동안엔 ‘천사상’이라 불리는 10개의 조각품들도 감상할 수 있다. 또, 이곳에선 ‘천사의 성’과 ‘성 베드로 성당’을 또 다른 각도에서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밤이 되면 더욱 활기를 띄는 로마

▲ 나보나 광장의 풍경
ⓒ 이한철
나보나 광장엔 밤에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낭만적인 분위기의 식당과 카페에는 관광객들로 넘쳐나며 화려한 조명을 받아 더욱 멋진 분수 앞에 앉아 기념촬영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또한 거리의 행위예술가는 물론 화가들 역시 늦은 시간까지 계속 활동하며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 판테온 신전
ⓒ 이한철

▲ '판테온' 건물 앞쪽에 위치한 '오벨리스크'
ⓒ 이한철
판테온의 야경 역시 절대 놓쳐선 안 된다. 화려한 조명을 받은 웅장한 건물은 낮에 느낄 수 없었던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하고 있었다. 사진은 판테온 앞에 있는 오벨리스크에서 촬영한 것이다. 장동건의 디지털카메라 CF가 바로 이 앞에서 촬영됐다고 한다.

판테온을 지나 거리를 거닐다가 우연히 연주에 맞춰 춤을 추는 이탈리아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순식간에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남녀가 짝을 지어 화려한 춤을 추는 동안 그들은 관광객들과 눈을 마주치며 환하게 웃었다.

▲ '트레비 분수'와 주변 풍경
ⓒ 이한철
이밖에도 트레비 분수와 스페인 광장 등을 포함한 거리 곳곳에는 야경을 즐기려는 관광객들이 많아 늘 활기가 넘친다. 굳이 유명한 건물이 아니더라도 저마다 금빛 조명으로 화려하게 빛나고 있기 때문에 이동시에도 전혀 지루함을 느낄 수 없었다.

시내 중심가를 돌다 보면 인적이 드물어 두려움을 느낄 일은 없었다. 거리를 지나 트레비 분수나 스페인 광장 앞에 도착하면 여전히 밝게 웃는 수많은 관광객들을 만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잡상인들과 마차에 이르기까지 관광객들을 상대로 한 상인들의 호객행위도 끊이지 않았다.

특이한 점은 문을 닫은 상점들 대부분 내부 불을 켜두고 있다는 점이다. 영업은 하지 않지만 저마다 불이 켜져 있어 거리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은 물론 진열해 놓은 물건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로마의 밤거리는 그렇게 낭만적인 곳이었다.

▲ '스페인 광장'의 풍경
ⓒ 이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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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로마, 그 역사 속 한복판에서
거대하고 위압적인 로마의 흔적들
이한철(jhjnews) 기자
▲ 캄피돌리오 언덕에서 내려다본 포로 로마노
ⓒ 이한철
로마의 상징, 포로 로마노

캄피돌리오 언덕 뒤쪽으로 돌아가면 광활한 포로 로마노의 전경이 보인다.(그림 1, 2) 화려한 시대를 뒤로하고 뼈대만 앙상하게 남았지만 뜨겁게 내리쬐는 태양과 어우러진 금빛 광채는 관광객을 압도하고 있었다.

캄피돌리오 언덕에서 전경 사진을 카메라에 담고 언덕길을 내려오다 보면 작은 식수대가 하나 보인다. 이곳에서 생수통에 물을 가득 채우는 것은 필수. 넓은 포로 로마노를 돌아보는 것은 뜨거운 태양과의 한판 승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로마를 거닐다 보면 간혹 식수대가 보이는데 먹어선 안 된다는 별도의 표시가 없다면 먹어도 괜찮다고 한다. 물이 귀한 유럽에서 공짜로 물을 보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이기도 하다.

포로 로마노는 어떻게 보면 쓸모없는 돌덩이에 불과하지만 고대 로마를 상징하는 곳으로 그 어떤 곳보다도 중요하게 여겨지는 곳이다. 당시만 해도 이곳은 정치, 종교, 문화, 경제 등 핵심기관이 밀집된 로마의 중심지였기 때문이다.

▲ 사투르누스 신전과 안토니우스와 파우스티나 신전
ⓒ 이한철
왕들은 죽어서 신전을 남겼나?

로마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왕들을 신격화하기 위해 신전을 세우는 것이 하나의 관례였다. 따라서 로마 곳곳엔 많은 신전들이 있는데 특히 포로 로마노에는 로물루스, 시저, 아우구스투스 등 유명한 왕들의 신전이 몰려 있다.

고대 로마의 신전들은 대부분 기둥 형태로 이루어진 것이 특징이다. 캄피돌리오 언덕에서 내려오면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것이 사투르누스 신전(그림 3)으로 유피테르 신전 다음으로 가장 오래된 로마 공화정 초기의 신전으로 알려져 있다.

B.C 497년에 사투르누스 신을 기념하기 위해 완공된 것으로 태양이 죽고 새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기념하는 사투르날리아 축제 때 큰 기능을 했다고 한다. 그 옛날에 이런 거대한 기둥을 정교하게 세웠다는 것도 의아한 점이지만 아직까지 위용을 뽐내며 서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안토니우스와 파우스티나의 신전(그림 4)은 안토니우스 황제가 그의 아내 파우스티나를 위해 세운 신전으로 11세기 이후엔 성당으로 쓰였다고 한다. 바깥쪽의 기둥 형태가 신전임을 증명하며 이것을 개조하여 기둥만 그대로 남겨둔 채 건축물을 새롭게 지었음을 알 수 있다.

▲ '부르투스 너마저도'라는 유명한 발언을 마지막으로 최후를 맞이했던 시저의 무덤
ⓒ 이한철
시저의 영광은 끝나지 않았다

포로 로마노엔 그 유명한 율리어스 시저의 무덤(그림 5)이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역사적 영웅 치고는 초라해 보이는 무덤이지만 그의 숨결을 느끼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무덤 안쪽을 들여다보면 관광객들이 던져놓은 꽃다발이 쌓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시저는 '부르투스 너마저'라는 명언을 남기고 최후를 맞이했다. 시저는 원로들에 의해 살해됐는데, 가장 신뢰했던 부르투스가 공격하는 원로들을 보고도 방어하기는커녕 같이 칼을 꺼내들자 방어할 의욕마저 상실한 채 최후를 맞이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저가 이룩한 로마의 영광은 후세의 사람들에게도 여전히 강력한 향수로 남아있다.

▲ 포로 로마노엔 뼈대만 남아있는 건축물이 대부분이지만 원형 그대로 잘 복원된 건축물도 적지 않다.
ⓒ 이한철
이밖에도 포로 로마노에는 많은 신전과 다양한 건축물이 관광객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다양한 건축물 중에는 놀라울 만큼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는 건물(그림 6, 7)도 많고 초라해 보이는 것도 많다. 하지만 관련 서적을 들고 역사속의 인물들을 상상하며 이곳을 거닐어 보는 것만으로도 큰 감동이 될 것이다.

<글레디에이터>의 막시무스, 기억하시나요?

캄피돌리오 언덕을 거쳐 포로로마노를 돌아봤다면 나오는 길에 거대한 원형 경기장을 발견하게 된다. 그 곳이 바로 너무나 유명한 콜로세움(그림 10)이다. AD 80년에 완공된 이곳은 원형투기장 및 극장으로 사용됐던 곳이다.

▲ 영화 <글레디에이터>에서 막시무스의 이야기가 펼쳐졌던 '콜로세움'
ⓒ 이한철
영화 <글레디에이터>에서 나오는 '막시무스'의 전설도 바로 이곳 콜로세움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검투사와 짐승 간의 격투기뿐만 아니라 기독교도의 박해장으로 사용되기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로마 유적지 중 가장 거대한 규모로 서울 상암 월드컵 경기장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 5만 명이 넘는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최대지름 188m, 둘레 527m, 높이 57m 등 듣기만 해도 입이 떡 벌어진다.

콜로세움은 특히 시간대별로 펼쳐지는 야경의 변화가 매우 아름답다. 오후 늦게는 저녁 노을에 붉게 물들고 밤이 깊어갈수록 화려한 조명과 어우러져 화려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벤허>의 전차경기가 펼쳐졌던 '대전차 경기장'

콜로세움과 마찬가지로 검투사들의 격투가 벌어졌던 또 하나의 대표적인 곳이 바로 '대전차 경기장'(그림 11~13)이다. 검투사들의 검투도 벌어졌지만 주로 전차경기가 벌어졌던 곳으로 영화 <벤허>에서 보여졌던 전차경기도 바로 이곳에서 펼쳐진 것이다.

지금은 넓은 토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지나친다면 버려진 공터처럼 보일 수 있는 곳이지만 영화와 역사 속의 장면들을 상상하며 바라본다면 그 가치는 빛을 발한다.

▲ 영화 <벤허>로 유명한 '대전차 경기장'
ⓒ 이한철
영화와 역사책 속에서 접해왔던 현장이 밀집해 있는 곳 로마. 그 중에서도 포로 로마노와 대전차경기장은 가장 핵심적인 곳이라 할 수 있다. 끊임없이 발굴하고 보존하려는 로마인들의 노력 하나만큼은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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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순간에 사라져버린 비운의 '‘폼페이'
[포토] 폼페이, 그 비극의 현장에서
이한철(jhjnews) 기자
로마 여행에 이어 이젠 좀 더 멀리 나가보기로 했다.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로 역사에서 사라졌던 도시 폼페이. 폼페이는 무려 1500년 동안이나 땅속에 잠들어 있었다고 한다.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할 정도로 역사적 의미를 지닌 곳이기도 하다.

▲ 폼페이 역 주변 풍경
ⓒ 이한철
로마에서 폼페이로 향하는 길은 비교적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로마에서 나폴리까지는 기차, 나폴리에서 소렌토로 향하는 사철을 타고 중간에 폼페이 역에서 내린다. 처음인 만큼 긴장도 되지만 동행하는 사람들이 많은 관계로 서로 의지해 보기로 했다.

순박하고 친근하게 다가온 '폼페이'

사철을 타고 폼페이로 향하면서 바라본 이탈리아의 풍경들은 로마와는 사뭇 달랐다. 로마가 오래된 유적지를 깨끗하게 갈고 닦아 화려한 모습으로 재탄생했다면 이탈리아의 지방의 모습은 우리의 시골 풍경을 보듯 소박하고 평범해 보였다.

특히, 열차로 이동할 때 눈에 띄는 것은 열차길 곳곳에 그려진 낙서들이었다. 그 중 대다수는 지저분한 낙서가 아니라 정성이 가득한 그림 작품이란 느낌이 들 정도로 훌륭해 보였다. 이러한 낙서는 열차는 물론 플랫폼 곳곳에 빼곡히 그려져 있기도 하다(사진 1).

▲ 폼페이 유적지 입구(사진 4)와 폼페이 관람객들의 모습
ⓒ 이한철
폼페이에 도착했을 때의 느낌도 로마에 비해선 한결 여유가 느껴졌다. 역 근처여서 그런지 차들은 생각보다 많이 다녔고(사진 3) 사람들은 순박해 보였다. 폼페이로 향하는 길에는 여러 가지 노점상들이 있는데 특히 서툰 한국말로 인사한 분은 무척 친근하게 느껴졌다.

처참한 모습 고스란히 남아

폼페이는 역시 세계적인 유적지답게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사진 4∼6) 폼페이의 대부분은 과거의 화려한 모습은 사라지고 뼈대만 초라하게 남아 있어 포로 로마노에서와 비슷한 느낌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곳엔 베수비오 화산으로 사라졌던 당시의 처참한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가볍게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특히 폼페이에선 그 유명한 베수비오 화산의 모습도 가깝게 볼 수 있어 당시의 긴박하고 처참했던 광경들을 상상해 볼 수 있었다.

▲ 아폴로 동상 뒤쪽으로 보이는 베수비오 화산(사진 7)과 화산재에 갇힌 사람의 죽기 직전의 모습을 복원한 모형(사진 8).
ⓒ 이한철
아폴로의 동상(사진 7) 뒤쪽에 보이는 것이 바로 베수비오 화산이다. 그러나 폼페이에서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역시 죽은 사람들의 모습이다. 화산재의 빈 공간에 석고를 넣어서 형상을 복원해 낸 것으로 당시의 비극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사진 8).

베수비오 화산으로 인해 사라지기 직전의 폼페이는 아름다운 자연과 위락시설 등 로마의 귀족들이 주로 거주하던 도시로 농업, 상업 등 현대 도시를 버금가는 번영을 누리고 있었다고 한다.

▲ 공회당(사진 9)를 비롯한 폼페이의 건축물들은 대부분 뼈대만 앙상하게 남아 있다.
ⓒ 이한철
삶의 지혜가 넘치는 도시 폼페이

사실 이곳의 건축물들은 대부분 기둥과 외벽 정도만이 남아 있기 때문에 (사진 10, 11) 처음 간 입장에서 어떤 건물이 뭘 하는 곳이며 어떤 의미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구분하고 기억하기는 어려웠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곳 중에 하나는 공회당(사진 9)이다. 이곳은 당시 법원에 해당하는 곳으로 재판이 이곳에서 열렸다고 한다. 직사각형 모양의 공회당은 당시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그 뿌리를 통해 당시의 사회상을 상상해 볼 수 있다.

▲ 폼페이 유적지의 도로
ⓒ 이한철
▲ 폼페이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양식들
ⓒ 이한철
폼페이에는 당시 사람들의 지혜와 생활상이 곳곳에 묻어난다. 보행자 다니는 길은 조금 높게 설치해 인도와 도로를 구분함은 물론, 도로에는 야간에 길이 눈에 잘 띄도록 하얀 돌을 박아 놓는 등(사진 16) 지혜를 발휘하기도 했다.

또 여관과 병원 등은 물론, 현재의 음식점이나 카페에 해당되는 곳들도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특히 원형 경기장은 로마에 있는 콜로세움보다도 더 깊은 역사를 자랑한다. 규모는 작은 편이지만 문화생활까지 즐겼던 당시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것만 같았다.

▲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는 '폼페이 대극장'
ⓒ 이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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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피렌체

이태리 2007. 2. 19. 09:34

‘전망 좋은 방’에서 바라본 이탈리아 피렌체

살아있는 르네상스 정신, 낭만의 광장
피렌체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인 폰테베키오교(橋).


르네상스의 상징도시 이탈리아 피렌체. 어느 곳을 방문해도 고즈넉한 골목과 낭만적인 자연경관을 접할 수 있는 이 도시는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 다큐멘터리다. 그 때문에 이 도시를 무대로 하는 영화가 많으나 1985년작 ‘전망 좋은 방(A room with a view)’만큼 그 매력을 잘 보여준 영화는 아마 없을 것이다. 영화가 촬영된 무대는 피렌체와 인근 토스카나 지방, 영국의 런던 근교에 걸쳐있지만 역시 중심은 로맨스와 낭만이 공존하는 피렌체에 머문다.

유복한 가정에서 영국식 교육을 받은 루시(헬레나 보헴 카터)와 사촌 샬럿(매기 스미스)이 르네상스의 발상지 피렌체를 찾는다. 도시의 상징인 두오모와 아르노 강변이 내려다보이는 베르톨리니 펜션에 투숙한 두 사람은 예약 당시 전망 좋은 것으로 알고 있던 방이 실은 주변이 꽉 막혀있자 불만스러워한다. 저녁식사에 참여한 두 사람이 불만을 털어놓자, 귀 기울이고 있던 두 사내 에머슨 부자는 자신들의 전망 좋은 방과 바꿔주겠다고 제안한다.

영화 서두의 무대인 베르톨리니 펜션은 아르노 강변에서 가까운 룽가르노 토리기아니 거리에 있다. 이 거리에는 여러 종류의 숙박시설이 영업하고 있지만 요즘은 펜션이나 민박집보다는 호텔이 주류다. 두오모와 베키오 궁전 주변에 비해 혼잡하지 않으면서도 멋진 풍광을 접할 수 있기 때문에 하루이틀 머물다 떠나는 여행객보다는 여유롭게 피렌체를 둘러보려는 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시뇨리아 광장과 베키오 궁전. 주변에는 다양한 조각상들이 서 있다.


폰테베키오 다리를 찾은 방문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단테, 미켈란젤로, 갈릴레오, 마키아벨리…

전망 좋은 방에서 첫밤을 보낸 루시가 창문을 열고 바라본 두오모와 베키오 궁전은 숙소에서 600~700여m, 도시를 남북으로 연결하는 폰테베키오 다리는 숙소에서 200여m 거리에 불과하다. 특히 폰테베키오 다리는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다리로 언제나 방문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북쪽의 우피치 궁과 남쪽의 피티 궁전을 연결하는 통로로 건설된 다리 양쪽에는 금속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상점이 모여있어 늘 북적거린다.

영화 속에서 루시가 처음으로 방문한 곳은 산타크로체 성당이다. 관광 안내자의 안내를 거부하고 성당을 둘러보던 루시는 조지의 아버지인 에머슨씨를 만나 함께 성당을 둘러본다. 피렌체 동북쪽에 자리 잡은 산타크로체 성당에는 멋진 프레스코 벽화가 있지만, 가장 유명한 볼거리는 성당 안에 있는 무덤이다. 단테, 미켈란젤로, 갈릴레오, 마키아벨리 등 당대를 대표하는 수많은 명사가 이곳에 잠들어 있다.
피렌체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도시의 상징인 두오모 돔.


토스카나 지방에서 생산되는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두오모의 첨탑. 벽면에는 멋진 조각장식이 있다.

시뇨리아 광장에 세워진 다비드 조각상.


시뇨리아 광장을 관광하던 루시는 젊은 청년들 사이에 벌어진 폭력사건을 목격하고 충격을 받아 쓰러진다. 때마침 광장을 지나던 조지는 쓰러진 루시를 그늘로 데려가 진정시킨다. 이 광장은 두오모와 함께 피렌체를 상징하는 건축물인 베키오 궁전이 있는 곳으로, 각양각색의 조형물 등 볼거리가 많다.

우선 베키오 궁전 앞에 우뚝 서 있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잠볼로냐의 작품인 ‘사빈 여인의 강간’, 도나텔로의 사자조각상 ‘마르초로’ 등은 하나같이 소중한 명작이다. 지금 광장 주변에 있는 작품들은 복제품이지만 그 분위기는 진품과 다를 바 없어 관람객으로 하여금 자리를 뜨지 못하게 만든다.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와 여행객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광장 인근의 박물관과 미술관은 르네상스 예술이 어떤 것인지 피부로 느끼게 해준다. 광장을 응시하는 94m 높이의 탑이 들어선 베키오 궁전이 현재는 그대로 박물관이 되었는데, 화려한 그림과 유물, 황금으로 장식된 여러 개의 전시실은 피렌체가 얼마나 풍요로운 고장이었는지 미루어 짐작케 한다.

베키오 궁전과 아르노 강 사이에 위치한 우피치 미술관은 명실공히 이탈리아 최고의 미술관으로, 르네상스를 탄생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메디치가(家)의 사무국으로 사용되던 건물이다.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과 ‘봄’을 필두로 마르티니의 ‘성 수태고지’ 등 교과서에서 보았음직한 명작들이 가득하다.

영화보다 더 로맨틱한

영화 ‘전망 좋은 방’ 속의 피렌체는 무척이나 로맨틱하다. 그러나 실제의 피렌체는 그보다 훨씬 더 로맨틱하다. 끝없이 펼쳐진 해바라기밭을 비롯해 그림 같은 풍광, 흥미로운 사연을 간직한 좁은 골목과 광장은 방문객을 영화 속 주인공으로 만들어버린다. 낭만이야말로 여행에서 맛볼 수 있는 최고의 기쁨이 아닐까.

토스카나 지방의 겨울풍경. 계절에 따라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거리에 붙은 초대형 다빈치 전시회 포스터.

두오모 세례당 벽면에 장식된 조각상. 신약성경이 테마이다.(위) 영화에서 루시와 조지 에머슨이 강변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던 우피치 미술관 남쪽의 풍경.(아래)


여행정보

인천공항에서 로마의 레오나르도다빈치 공항을 경유해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피렌체로 가는 경우 12시간이 걸린다. 로마에서 비행기를 내려 고속철 유로스타를 이용해 갈 수도 있다(2시간10분). 일반열차를 이용하면 3시간30분, 자동차를 타고 가면 3~4시간이 걸린다. 이탈리아는 무비자로 3개월 체류가 가능하며, 봄 여름 성수기에는 인터넷이나 여행사를 통해 숙박지를 예약해두는 것이 좋다.

<주간동아 사진·글 / 이형준 >

<함께쓰는 여행일기, 동아 Travel 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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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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