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대장정 제19구간 / 대관령] 지형지질

동양 최대 목초지 이룬 고위평탄면의 원형
횡계고원은 화강암 차별침식으로 형성된 분지성 고원

산지가 대부분인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높은 산들이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을 따라 동쪽으로 크게 치우쳐 있다. 이는 황해 앞바다 인천을 출발하여 동해 앞바다 강릉으로 이어지는 영동고속도로를 달려보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경기도 이천을 지나 강원도 문막에 이르기까지는 그다지 높지 않은 산지들로 이어지다가 원주를 지나면서부터는 급격히 산세가 높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새말 나들목을 지나면서 산세는 첩첩산중을 이루며 더욱 험준해지는데, 이곳을 통과하면서 나타나는 둔내~봉평~진부 제1, 제2, 제3터널로 이어지는 긴 터널들이 험한 산세를 잘 말해준다.

그런데 마지막 터널인 진부 제3터널을 통과하여 오대산과 월정사로 빠져나가는 진부 나들목을 지나, 용평스키장과 대관령목장이 위치한 횡계리 도암면에 이르는 관문 싸리재(800m)를 넘으면서 상황은 이내 급변한다. 앞서 달려온 이전 지역의 차창 밖 풍경과는 전혀 색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산 넘어 산으로 급준하게 이어지던 산세는 모두 어디론가 사라지고 갑자기 고즈넉해 보이는 언덕과도 같은 작은 기복의 구릉을 이루는 저평한 고원성 대지가 평온한 느낌으로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바로 대관령(832m) 고개를 눈앞에 두고 위치한 평창군 도암면의 횡계고원이다. 다른 지역과 달리 높고 험한 산지가 많은 곳이라 하여 한국의 알프스라고 불리는 산악의 고장 강원도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 밋밋하고도 편평하게 생긴 구릉들이 능선을 따라 유연하게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 특이하다.

높은 산지에 발달한 평탄면을 이루는 지형이라 하여 지형학 용어로는 고위평탄면이라고 한다. 이러한 지형은 특히 오대산에서 태백산에 이르는 백두대간의 허리자락에 집중되어 있는데, 소백산 부근과 전북 진안고원 부근에도 잘 발달해 있다. 이 가운데 고위평탄면(高位平坦面)의 원형을 찾아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 대관령이 위치한 횡계고원이다.

횡계고원 한가운데를 통과하고 있는 대관령 길은 태백산맥에 놓인 고갯길 가운데 가장 교통량이 많다. 서울에서 가장 가까울 뿐만 아니라 옛날부터 일찍이 사람들이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관령을 통하여 서울과 강릉을 오가기 이전보다 훨씬 더 오래 전부터 이용되던 고갯길이 대관령 남쪽으로 놓여 있는데 이를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바로 강릉시 왕산면과 정선군 임계면을 연결하는 삽당령으로 현재 이 고갯길에 35번 국도가 나 있다.

삽당령은(680m) 대관령보다 약 150m 가량 낮은 고갯길로, 이 길이 언제부터 이용되어 왔는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영월군, 정선군을 포함한 남한강 상류지역의 일부가 이미 신라 경덕왕(?-765) 때부터 명주(지금의 강릉)에 속했다는 사실로 보아 적어도 통일신라시대부터 이용되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삽당령을 통하여 동사면의 강릉과 서사면의 임계~정선~영월~원주, 그리고 남한강 수계를 이용하여 서울과 개경을 오갔을 것으로 여겨진다.

이후 고려시대를 거쳐 조선 초에 들어서면서 토목기술력의 발달로 마차가 통과할 수 있게 되자 원주~안흥~방림~대화~진부~대관령~강릉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역로(驛路)가 놓여졌다. 남한강 수계를 이용하던 노선이 대관령 일대의 완경사 구릉지대를 통과하는 육로 중심의 노선으로 바뀐 것이다. 지금은 가장 짧은 노선인 둔내를 통과하여 원주~둔내~진부~대관령~강릉에 도달하는 노선을 통하여 서울에서 강릉을 오가고 있다.


화강암의 차별침식으로 형성된 분지성 고원

▲ 용평스키장에서 바라본 대관령에서 선자령으로 이어지는 고위평탄면. 횡계고원 일대의 완만한 구릉지는 겨울철 스포츠의 왕자라고 하는 스키장으로 활용하기에 제격이다. (위), 화강암이 풍화되어 형성된 마사토가 횡계고원 상부 표토층을 두껍게 덮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화강암의 풍화는 현재보다 기후가 온난다습했던 제3기와 제4기의 빙하를 여러 차례 겪으면서 침식되어 형성된 것이다.(아래)
해발고도 800~1,300m에 위치한 대관령 일대의 횡계고원은 북쪽으로 동대산(1,433m), 황병산(1,407m), 소황병산(1,329m), 동쪽으로 매봉(1,173m), 곤신봉(1,128m), 대관령(832m), 서쪽으로 장군바위(1,140m), 싸리재(800m), 그리고 남쪽으로 발왕산(1,458m), 옥녀봉(1,146m) 등으로 둘러싸인 산간분지다. 그리고 분지 내부는 17~22도 정도의 완만하고 평활한 면경사로 50~100m의 기복이 있는 구릉성 지형을 이루고 있다. 인공위성 사진을 보면 분지 일대가 주변 산지들에 비하여 평탄면을 이루고 있음을 더욱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어떻게 이렇게 높은 곳에 분지성 고원지대가 형성될 수 있었을까? 그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이곳 일대의 지질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횡계고원 일대의 지질은 중생대 쥐라기 말 약 1억5천만~1억3천만 년 전 사이에 대보조산운동에 의해 관입된 흑운모 계열의 화강암이 기반암을 이룬다. 그러나 인접한 북쪽의 오대산 부근은 선캄브리아기 편마암 계열에 속하는 변성암이며, 남쪽으로 고루포기산과 발왕산 부근은 고생대 평안계 계열의 사암과 셰일로 이루어진 퇴적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화강암은 단단한 암석이지만 일단 절리면을 따라 물과 접촉되면 쉽게 풍화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횡계고원 일대는 겨울철 눈이 많고 여름철 강수량이 많아 화강암의 풍화에 적합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기반암을 이루는 화강암은 비교적 온난다습했던 제3기를 거치면서 오랜 동안 지중에서 심층풍화가 진행되었으며, 이후 제4기의 여러 차례에 걸친 빙하를 거치면서 더욱 심하게 풍화되어 침식과 삭박을 받아 평탄한 지형이 된 것이다.

반면 북쪽에 위치한 오대산 부근의 편마암과 남쪽에 위치한 평안계 퇴적암은 화강암에 비하여 풍화와 침식에 강했기 때문에 횡계고원에 비하여 덜 깎여나가 험준한 산지를 이루게 되었다. 즉 횡계고원 일대를 이루는 화강암이 주변 지역의 암석에 비하여 풍화와 침식에 약하기 때문에 보다 현저하게 침식이 진행되어 저평한 형태의 분지가 된 것이다.

한반도는 중생대 쥐라기와 백악기에 걸쳐 전국 규모의 커다란 지각변동을 겪은 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큰 지각변동 없이 오랜 기간 침탈과 삭박의 지질시대를 거쳤기 때문에 지표면은 준평원 상의 평탄한 지형을 이루게 되었다. 그러나 신생대 제3기, 약 2천3백만 년 전에 한반도는 다시 한 번 크게 요동치게 된다. 동해가 생겨나면서 그 영향으로 횡압력을 받아 심하게 요곡, 융기하게 된 것이다.


2천3백만 년 전 경동성 요곡운동에 의해 융기

▲ 강릉수력발전소동쪽으로 급경사를 이루는 우리나라의 산세를 이용한 독특한 발전양식을 취하고 있는 강릉수력발전소. 도암댐(좌)에 고인 물을 터널을 통해 산 넘어 강릉수력발전소(우)로 보내어 발전하는 것이다. 현재 수질오염으로 인하여 발전이 중단된 상태다.
이 과정에서 동해지각과 거의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던 한반도 지형면은 습곡과 단층의 영향을 받으며 융기했다. 이때 횡압력을 직접적으로 받은 동해안쪽은 융기량이 많아 급경사를 이루었으나, 서쪽 지역으로 가면서 융기량이 적었기 때문에 경사가 완만한 동고서저의 경동지형을 이루게 된 것이다. 동해와 나란히 평행하게 달리며 솟아오른 낭림산맥과 태백산맥은 바로 이때 생겨났다.

그런데 이때 한반도가 솟아오르는 과정에서 과거 평활했던 지형면의 일부가 다른 지역에 비해 습곡의 영향을 덜 받은 가운데 그대로 융기하여 현재의 높은 고도 상에 평탄지로 남게 되었다. 대관령 일대의 횡계고원은 바로 이때 태백산맥이 만들어짐과 동시에 들어올려진 이후 덜 깎여나간 지형면이 현재의 높은 고도에 남은 것이다.

현재 태백산맥을 비롯하여 소백산맥 등 전국 곳곳의 약 900m 이상의 산지에 약 300m 내외의 소기복을 이루며 발달해 있는 고위평탄면은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 형성된 것들이다.

그런데 고위평탄면은 왜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을 따라 동쪽 산지에 밀집하여 나타나는 것일까? 이는 지반융기의 축이 동쪽으로 치우쳐 있었기 때문으로, 융기량이 컸던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의 내륙 산정부에 준평원의 잔재인 고위평탄면이 집중적으로 분포하게 된 것이며, 또 산정부에 원형 그대로의 모습이 잘 보존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편 남한산성이 위치한 경기도 광주의 남한산(495m) 정상부의 평탄한 지형면 또한 과거의 지형면 일부가 태백산맥 형성 당시 함께 융기한 것으로, 융기축인 태백산맥과 소백산맥에서 멀어질수록 융기량이 적었음을 말해주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이곳을 연구 조사했던 청주대학 지리교육과 권순식 교수(지형학)는 “현재 대관령 일대에서 살펴볼 수 있는 지형면은 과거 융기했을 당시 그대로의 지형면은 아니라는 사실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준평원에 달했던 지형면은 융기한 이후에도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침식을 받았기 때문에 지금의 지형이 융기할 당시 그대로의 지형(원지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다만 개석(開析)되고 남아 있는 지형면을 기준삼아 침식되기 이전의 지형으로 연장해보면 약 2천만 년 전의 원지형의 규모를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다.

횡계고원 일대의 고위평탄면에는 남한강 최상류천인 차항천과 송천이 흐르고 있다. 평탄면에서 이 두 하천으로 흘러드는 지류를 따라 평탄면은 오랜 세월 침탈되고 삭박되어 정상부에서 볼 때, 곡(谷)의 깊이는 크게 약 200m 이상 패여 나갔을 정도로 큰 규모다. 따라서 권 교수의 말에 따르면 현재 우리가 고원 상에서 살펴볼 수 있는 지형면들은 바로 개석되고 남아 있는 잔류 지형면으로, 일종의 화석지형(relict form)에 해당된다.

대관령 지역은 해발고도가 높아 여름철에도 기온이 그리 높지 않고 비교적 서늘하다. 또한 백두대간의 중심축을 이루는 태백산맥의 한가운데에 위치하여 연 강수량이 약 1,500mm에 이를 만큼 풍부할 뿐만 아니라, 겨울철 눈이 많기로도 유명한 곳이다. 따라서 강수량이 적은 봄철에도 이곳은 겨울철에 쌓인 눈이 녹아 토양이 수분을 풍부하게 머금고 있어 목초재배에 유리하다.


한국판 ‘사운드 오브 뮤직’, 동양 최대 목초지 들어서

▲ 한국판 '사운드 오브 뮤직' 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곳으로 동양 최대의 목초지가 들어선 대관령 삼양목장. 험준한 주변산지와는 대조적으로 완만한 평탄대지를 이루는 이곳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위평탄면 지형이다. 대관령의 강한 바람을 이용하여 발전하기 위해 풍력발전기를 세우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게다가 완만한 경사로 이어지는 구릉지대를 이루고 있어 방목에 유리하고 고산지대여서 모기와 진드기가 없으며, 가축의 먹이가 될 옥수수, 마초(馬草) 등이 잘 자라서 한우와 젖소 사육을 목적으로 현재 삼양목장과 한일목장을 비롯하여 여러 개의 목장이 들어서 있다. 특히 1975년 영동고속도로의 개통과 함께 수도권에 신속하게 신선한 우유를 공급할 수 있게 되자 많은 목장들이 들어왔다.

그러나 최근 식생활 변화에 따른 우유 소비의 감소와 버터, 치즈, 분유 등의 낙농제품 수입으로 인하여 젖소 사육두수는 현저하게 줄어든 상태다. 현재 대관령 삼양목장에 들어서 있는 삼양축산의 경우 예전 3천 마리에 달했을 만큼 많았던 젖소가 2005년 현재 600마리밖에 되지 않는다.

도암면 소재지에서 이곳을 관통하여 흐르는 송천을 따라 약 3km 가량 상류로 올라가면 여의도의 7.5배에 달하는 크기의 동양 최대의 목초지라고 할 수 있는 대관령 삼양목장에 이르게 된다. 목장 초지대로 들어서면 한국판 ‘사운드 오브 뮤직’의 한 장면이 떠오를 만큼 광활한 초원 위로 젖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평화로운 광경을 볼 수 있다. 최근 이곳은 한여름철 새로운 고원 피서지 명소로, 영화 촬영지로 각광을 받으면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횡계고원 일대의 지형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털을 깎아놓은 양 모양으로 자연식생인 삼림은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민둥산 모양이다. 대신 그 자리에는 젖소와 한우를 사육하기 위한 목장들이 들어서 있을 뿐만 아니라 무, 배추를 재배하는 고랭지 채소밭이 널려 있다. 1970년대 중반부터 목장이 들어서고 고랭지 농업이 널리 행해지기 시작하면서 울창했던 원시림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이곳 일대의 원시림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이보다 훨씬 이전인 17세기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원래 이곳은 원시림으로 우거진 삼림지대를 이루고 있었으나, 17세기 후반부터 18세기 초 조선시대의 사회적 변화의 영향으로 화전민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울창한 거목들이 불태워지고 잘려나가기 시작했다. 화전민들은 귀리, 기장, 조, 옥수수, 콩과 같은 냉량성(冷凉性) 작물들을 재배하며 이곳에 삶의 터전을 마련했고, 19세기에 들어 함경도와 평안도 사람들이 이주해오면서 이들이 가져온 감자가 고랭지 농업의 대표적인 작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나 화전은 1966년 화전정리법이 시행되면서 급격히 감소하고 1970년대 들어서는 완전히 사라졌다.

한편 횡계고원 일대는 황태덕장으로도 잘 알려진 곳이다. 황태는 명태를 한겨울철 산간지역에서 추위와 바람 속에서 건조시킨 것을 말하는데, 이는 한겨울에 횡계고원 일대가 영하 15℃를 오르내릴 정도로 기온이 특별히 낮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곳으로 명태를 말리기에 적합한 기후조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 덕장이 시작된 것은 한국전쟁 당시 함흥, 원산, 명천 등지에서 덕장일을 하던 피난민들이 이곳 대관령 지역에 들어오면서부터라고 한다. 기후조건이 그들이 살던 지역과 유사했기 때문에 별 어려움 없이 횡계고원 지역에서 덕장일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화전이 사라지면서 화전민들이 대거 덕장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에 횡계고원 지역은 인제의 용대리 덕장과 함께 황태의 고장으로 명성을 얻게 되었다.


환경문제 야기하는 ‘현대판 화전’ 고랭지 채소재배

▲ 횡계고원을 관통하여 정선 방향으로 흐르는 송천은 비가 올 때면 누런 황토색으로 변한다. 그리고 도암면 소재지와 주변 스키장 등에서 방출되는 생활 오폐수가 함께 흘러들어 부영양화 현상으로 녹조류에 의해 물이 녹색을 띠는 경우도 흔하다. (위), 횡계고원 일대가 ‘현대판 화전’이라고 하는 고랭지 채소밭으로 개간되면서 집중호우가 내릴 때면 토양이 심하게 침탈, 유실되어 심각한 환경문제가 되고 있다.(아래)
1975년 영동고속도로의 개통으로 서울에서 나귀를 타고 오면 약 7일이나 걸리던 길이 자동차로 3시간만에 이를 수 있게 되자, 산간오지나 다름없던 대관령 지역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소규모 자급자족 영농이 행해지던 전형적인 산촌 지역에 나타난 가장 특징적인 변화는 현재 이곳 주민들의 고소득원으로 자리 잡게 된 고랭지 농업의 성행이다.

횡계고원 일대는 해발고도가 약 800~1,300m에 달하여 한여름철 8월의 최고기온의 평균이 23.3℃밖에 되지 않을 정도이어서 평지에 비해 여름날씨는 거의 더위를 느끼지 못할 만큼 시원하다. 따라서 여름철 식물의 생장기간은 짧을 수밖에 없다. 배추는 보통 20℃에서 재배가 잘 되는 작물인데, 여름철 기온이 높아 저지대에서는 재배가 곤란하다. 기온이 23℃를 넘으면 무름병이 발생하여 배춧잎이 썩어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횡계고원 일대에서는 가을에 생산되는 채소를 여름에 재배하여 출하할 수 있는 시기 상의 이점이 있다. 또한 영동고속도로가 이 지역을 통과하게 되면서 신속하게 수도권 시장으로 내다팔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지자 고랭지 채소재배가 널리 행해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곳 또한 ‘현대판 화전’이라고도 불리는 고랭지 채소밭의 과다경작으로 심각한 환경문제가 야기되고 있다. 고랭지 채소밭의 토사들은 교결성(점성)이 약한 사질성 토양이기 때문에 약간의 비만 와도 빗물을 타고 쉽게 흘러내린다. 여름철 집중호우가 내릴 때 고랭지밭에서 유출되는 토사가 하천으로 흘러들어 엄청난 수질오염을 일으키는 것이다.

많은 비가 올 때면 횡계고원을 관통하여 용평스키장 입구를 지나 정선 방향 수하리로 이르는 송천은 거의 누런 황토색으로 변한다. 거기에다 도암면 소재지와 용평레저타운에서 방출되는 생활 오폐수가 함께 흘러들어 부영양화 현상이 심해져 녹조류에 의해 물이 녹색을 띠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곳 주민들의 소득원이 된 고랭지 채소밭이 계속적으로 늘어나자 송천의 수질은 더욱 악화되어 하천으로서의 생명력을 상실하게 되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01년 급기야 송천의 물을 막아 능경봉(1,123m) 넘어 강릉 남대천으로 물길을 돌려 발전하던 강릉 수력발전소가 발전을 멈추게 되었다. 횡계고원의 고랭지 채소밭에서 유출된 토사로 뒤범벅이 된 흙탕물이 강릉으로 넘어오면서 깨끗하기로 소문난 남대천이 썩어가자 강릉 주민들이 발전 중지를 요구하는 시위와 함께 피해 보상을 위한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대관령과 풍력 발전

영동고속도로가 통과하는 대관령은 바람이 강하기로 유명한 곳으로, 연평균 초속 7m의 세찬 바람은 풍력발전에 최적의 조건이다. 자연환경의 파괴를 우려하는 환경단체의 반대도 있었으나 1차분 14기의 풍력발전기가 세워져 2005년 12월 상업운전에 들어갔다.
강원도는 2006년 말까지 35기를 추가로 건립하여 총 49기의 풍력발전기를 가동할 계획이라고 한다. 연간 발전량은 약 24만5천MWh, 돈으로 환산하면 260억 원어치로 강릉시 7만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한편 기존 대관령 고갯길 밑으로 터널을 뚫어 새롭게 놓인 영동고속도로의 개통으로 그동안 방치되었던 횡계리 옛 고속도로 대관령 하행선 휴게소가 새롭게 탈바꿈되었다. 강원도에서 2005년 11월 30억 원을 들여 지하 1층, 지상 1층 연면적 1,360㎡ 규모에 풍력발전을 비롯하여 미래 에너지를 소개하는 신·재생에너지 전시관을 개관한 것이다.

전시관에는 우리나라 에너지의 현 주소, 신·재생 에너지의 종류와 이용 가능성을 비롯하여 풍력발전의 원리와 개발현황 등이 알기 쉽게 소개되어 있으며, 물자동차, 바람악기, 태양전지벌레, 내가 만든 전기 등 미래 에너지를 활용한 다양한 체험공간까지 갖추어져 있어 학생들의 체험학습관으로도 손색이 없다.

이우평 백령중학교 교사

Posted by 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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