Ⅹ.경보로 다녀야했던 피렌체 <아쉬운 스위스><드디어 이탈리아><이탈리아 화물 운전사 휴게소> |
11.발바닥이 부르트도록 로마를 누비다.
<한적한 로마 숙소><기운으로 충만한 로마의 유적지들> <발바닥이 부르트게 다닌 로마시>
<눈앞에서 발길을 돌려야한 트레비분수> <해물스파게티가 맛있는 로마의 노천카페>
그렇게 누가 쫓아오듯 피렌체를 보게 하더니, 로마 숙소에 3시간도 안 걸려서 5시 48분에 도착했다. 이렇게 가까우면 볼 것 많은 피렌체나 좀 더 보게 하지, 입이 이만큼 나온다. 짐 싣고 내리는 조는 식사준비용 텐트를 치느라 바쁘고, 우리는 2인용 숙소에 빨래줄을 매느라 바쁘다. 거의 매일 이동을 하니 빨래 마를 새가 없다. 윤석 오빠처럼 15개의 헌 양말과 속옷들을 골라 와서 입고 버리는 것도 재미있는 아이디어인 것 같다. 로마숙소에는 좀 사람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제일 한적하다. 옆에서는 다른 top deck 사람들이 식사중인데, 웬 동양인 여학생이 보여서 한국사람인 것 같다 아니다 우기고 있었는데 우리말을 알아듣고 온다. 그런데 듣고 보니 그 팀에 한국인은 자기 혼자라서 맘고생이 너무 심한 것 같다. 처음에 자기소개 할 때 영어를 잘 못한다고 했더니 애들이 말도 안 걸고 가이드도 자기에게 한마디도 안 한단다. 무시를 하는 건지 냉정한 사람으로 오해를 한 건지 여린 성격의 소녀였는데, 우리를 만나니 거의 울 것 같이 반가워한다. 그동안 말을 못해서인지 봇물 터지듯 불만을 얘기한다. 듣던 데로 다국적 배낭은 변수가 많은 것 같다. 다행히 우리팀은 운전사나 요리사도 쾌활하고, 특히 우리 가이드는 늘 웃으며 우리를 챙겨주는데, 그들이 새삼 고마워진다. 게다가 6명이 한국인이라 외로워질 새가 없어서 다들 해외여행이 아니라 수학여행 온 것 같다며 투덜대던 우리는 한편으로는 참 행운아인 것 같다. 긴 얘기는 이따가 bar에서 다시 만나 하기로 했다. | |
로마 캠프장 bar의 일행들 지현이 옆이 외로운 소녀 | 로마전철표-75분 제한시간 표시가 선명하다 |
저녁 먹고도 시간이 많이 남아 씻고 편지 쓰고, 기공도 조금 하고 일찍 잠이 들었다. 한참 자고 있는데 문 두들기는 소리. bar에 갔던 지현이가 왔나보다. 캠프장 문은 안팎 모두 열쇠로만 열 수 있는데, 이번에는 열쇠는 돌아가는데 문이 안 열린단다. 둘이서 낑낑대다가 윤석 오빠도 와서 열어봤지만 아무리 해도 여는 법을 모르겠다. 밝을 때 연습을 좀 해둘 걸. 결국 자긴 자야하니까 지현이가 높은 창문을 넘어 들어오다가, 별로 술취한 것 같지도 않았는데 중심을 못 잡고 침대에 부딪쳐서 종아리에 손바닥만한 보라색 멍이 들고 말았다. 그나저나 내일 아침에는 우리에 갇힌 원숭이처럼 구조요청을 하게 생겼다. "help me!" 잠긴 문은 운전사 matt가 와서 쉽게 열어주었는데 문제는 열쇠를 두 번 돌린다는데 있었다. 캠핑장의 문들은 도난방지를 위해 돌리는 방향이나 횟수가 다양해서 늘 몇 번씩 익히고 나가곤 했는데, 한바퀴 반 돌리는 건 봤어도 두바퀴 돌려야 열리는 열쇠는 처음 보았다. 쑥스럽게 나와서 8시에 준비된 아침을 먹고 로마행 기차역으로 출발했다. 나눠주는 표를 들고 기차에 타니 기차 안에 표를 넣고 시간을 찍는 기계가 있다. 여기도 기차와 기차역에는 온통 예술과 낙서에 경계에 있는 스프레이낙서가 어지럽다. 옆에 흑인 아저씨가 탔는데 특유의 체취가 견디기가 어려워 기분 나쁘지 않게 조심스레 자리를 피했다. 한국인의 마늘 냄새도 이렇게 온몸에서 나와 외국인들을 괴롭힐까. 향수를 싫어하는 나이지만, 다양한 인종이 섞여 사는 유럽에서 안 뿌리는 사람이 거의 없는 이유를 알 수 있겠다. 로마시의 북쪽인 flaminio역에 내려서 모이는 시간을 듣고, 레이첼과 함께 다닐 사람들과 헤어졌다. 바티칸 미술관을 먼저 보고싶은 지현이와 윤석오빠와 함께 바티칸에서 가장 가까운 octtaviano-san pietro 역으로 향했다. 레이첼이 따로 표 끊을 필요 없이 아까 표를 그대로 내면 된다고 해서 전철을 타려는데 표검사를 하던 아저씨가 우리만 잡는다. 이탈리아에서는 관광객을 봉으로 알아서 관광객중심으로 표검사를 해서 바가지요금을 뜯는 수도 있다는 걸 들은지라 겁이 덜컥 났다. 하지만 안 통하는 말이지만 우리가 산 표로 탈 수 있는 시간인 75분이 초과되지 않았음을 우겨보았더니 두 명이 자세히 살피더니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보내주었다. 전철역에 내려서 바티칸 박물관을 물어 물어 갔더니 10시 30분인데 담 밖을 빙 돌아 이어진 줄이 길다. 들어가서도 한참 줄을 서서 1/3이나 할인되는 학생표를 끊고 박물관 구경에 나섰다. | |
|
|
로마의 기운은 다른 도시와 달리 참 강했다. 역사가 깊은 도시인데다가 세계각지에서 하루에도 수천 명이 오가는 곳이라서 그럴 것이다. 모두 각자 조금씩 기공 수련을 했던 경험이 있는 우리 셋은 이 기운이 신기해서 절로 손이 움직였다. 남들이 어떻게 생각했을 지는 모르지만, 한동안 수첩을 들지 않은 한 손으로 허우적거리며 기를 느끼며 걸었다. 교황의 세력이 얼마나 컸었는지 실감이 간다. 호사스럽다 못해 사치의 극을 달리는 각종 교회의 물품들이 혀를 내두르게 했다. 종교를 위한 공간인 교회를 장식하는데 커다란 황금꽃병에 황금장미가 웬 말인지. 가난한 민중들은 이런 교회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지 속이 다 답답해진다. 시스티나 예배당의 천장화 천지창조를 보기 위해서는 한참을 화려한 테피스트리와 천장화로 장식된 복도를 따라 걸어가야 한다. 이 그림을 보기 위해 바티칸박물관을 찾은 사람이 대부분이므로 가는 길부터 파도처럼 사람이 밀려간다. 드디어 미켈란젤로의 천장화가 있는 예배당에 도착했다. 예배당을 가득 매운 사람들은 선 채로 천장을 올려다보느라 모두들 목을 잔뜩 뒤로 꺾고 있다. 옆에는 역시 유명한 최후의 심판이 있으니 뭘 먼저 봐야할지 망설여진다. | |
|
|
몇십 분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목이 뻣뻣해지고 눈이 아픈데 노인의 몸으로 몇 년간 어떻게 천장에 매달려 작업을 했을까. 새삼 후세에 길이 남는 훌륭한 예술가는 천재성 보다 땀과 노력으로 작품을 빚어낸 사람임을 느끼게 된다. 이제 보고싶던 라파엘로 아테네학당만 찾아보면 되는데, 요소 요소에 배치된 제복입은 안내원들이 영 사람을 놀려댄다. 이리가시오 해서 이리가면 아니라고 저리가시오 하고. 또 알려준 데로 가면 엉뚱한 곳이고. 안내원들이 길을 모르면 누가 안단 말인지. 다음부터는 비싸도 미술관지도를 꼭 사야겠다. "사요나라" 하고 인사하는 안내원에게 대꾸도 하기 싫다. 그렇게 드넓은 박물관을 몇 바퀴 빙빙 돌다가 지쳐버려서 포기하고 그냥 나왔다. 우리도 지쳤지만 특히 천지창조말고는 미술관에 특별히 관심없던 윤석오빠는 시간을 낭비하게되어 더 신경질이 난 눈치이다. 원래 미술관 보다 거리를 주로 보는 사람인데 사진기를 고장낸 우리와 오늘 함께 다녀주기로 해서 미술관부터 온 거라 참 미안한다. 그래서 나오는 출구 바로 앞에 우체국이 있었는데 꼭 보고싶던 바티칸우표도 보고 써놓은 엽서도 보내자는 말도 못 꺼냈다. 사진기를 고장낸 지현이가 원망스럽다. 하지만 지현이도 내게 불만이 많겠지. | |
|
|
미술관을 나와 싼 삐에뜨로 광장의 열주 옆에 앉아 점심도시락을 먹는다. 듣던 대로 역시 로마이다. 다른 도시에서는 박물관에서나 느낄 수 있던 고대의 향기가 발 딛는 바닥돌 하나에서도 느껴지는 듯 하다. 그 잘 닦인 길 위로 관광객을 태운 마차가 지나간다. 미켈란젤로의 피에타를 보러 싼 삐에뜨로사원에 가야하는데 셋 다 바티칸박물관에 너무 지쳐서, 또 줄서서는 곳이라면 어떤 건물 안으로도 들어가기가 싫다. | |
| |
그래서 집으로 전화나 한 통씩 하고 천천히 걸으며 마차길을 따라 바티칸을 빠져나왔다. 한여름도 아닌데 햇빛에 달궈진 돌길을 걷다보니 어질어질 해진다. 이탈리아에도 왜 씨에스타가 있는지 몸으로 느끼고 있다. 쭉 걷다보니 싼탄젤로 성 앞에 인포메이션센터가 있다. 지도를 구하고 테베레강을 건너 본격적인 로마구경에 나선다. 씨에스타 시간이라 그런지 거리에 사람은 거의 없고 옛 건물들만 즐비하니 마치 우리가 영화의 한 장면 속에 들어와 있는 듯 하다. 공사를 하고 있는 건물도 많은데 신기한 것은 건물 외관은 그대로 두고 조심조심 속만 파내서 공사를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 |
|
|
시내 한복판에 아직도 발굴중인 유적지에는 검은 고양이들이 어슬렁거리고, 그런 폐허와 호텔이 공존하는 수풀사이로 끊임없이 고개를 주억거리는 늙은 광인과, 쪽쪽 소리가 들리도록 입맞추는 연인이 보인다. 11사진 아직도 발굴중인 유적지. 로마 곳곳에 이런 곳이 많다 로마시대에 깔았다는 검고 반듯한 바둑판같은 돌 길 위로 아직도 차와 마차가 함께 다닌다. 좀 더 걸으니 베네치아광장이 나온다. 잔디밭에서 쉬는 유럽 젊은이들을 보며 우리도 잠시 쉬었다가 다시 남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깜삐돌리오 언덕은 예상 밖의 날씨 탓에 다들 제정신이 아니라서 오르려다 그만두고, 까라깔라 목욕장을 향해 걸었다. 도시 곳곳이 발굴중인 유적지이다. 폐허만 남아 삭막해 보일 수도 있는데 누군가 꽃씨를 뿌려 놓았는지 들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있어 삭막하기보다는 쓸쓸한 느낌이 든다. 가는 길에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손이 잘린다는 "진실의 입"이 있다는데 안내판이 나올 때쯤 됐는데 안 보인다. 더위에 탈진할 지경이라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 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건물의 쇠창살 벽안에서 관광객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혹시나 해서 들여다보니 바로 진실의 입. 유치하기는 하지만 다들 하는 대로 입에다가 손을 넣고 사진을 찍으며 한마디 해보았다. 스위스에서 만난 미현이가 오해한대로 "지현과 윤석은 신혼부부다" 외쳐보니. 어 안 잘리네. 신혼부부 맞나? 그러면 한국의 애인들은 어쩌나. | |
|
|
지도상으로는 걸을만 해 보였는데 걸어도 걸어도 까라깔라(caracalla) 욕장이 안나온다. 고대 마차경주장이었던 곳에서 지금은 관광객들과 팔자좋은 개들만이 노닐고 있다. 땀을 많이 흘려 탈수증에 걸릴 지경이라 물을 사먹으려 마차경주장(circo massimo) 옆 노점상에게 물으니 작은 병이3000리라(1600원)란다. 그냥 사먹었으면 싶은데 아깝다고 다른 데서 사먹자고들 한다. 지도상으로는 걸을 만 해 보였는데 걸어도 걸어도 까라깔라(caracalla) 욕장이 안나온다. 고대 마차경주장이었던 곳에서 지금은 관광객들과 팔자 좋은 개들만이 노닐고 있다. 땀을 많이 흘려 탈수증에 걸릴 지경이라 물을 사먹으려 마차경주장(circo massimo) 옆 노점상에게 물으니 작은 병이3000리라(1600원)란다. 그냥 사먹었으면 싶은데 아깝다고 다른 데서 사먹자고들 한다. 드디어 까라깔라 표지판이 보인다. 마지막 힘을 내서 언덕을 올라가 보았더니 아뿔싸 다른 날은 7시까지 하는데 일요일과 월요일은 2시까지밖에 안 한단다. 무슨 종로 보령약국도 아니고 일요일에다가 월요일까지 쉴 게 뭐람. 나란히 하늘 높이 삐죽 자란 소나무들 사이로 고양이만 자유로이 드나들 뿐이었다. 한번에 1500명 이상이 이용할 수 있는 규모에 체육관, 도서실, 사교장, 예술전시실까지 있었다는 호화로운 목욕탕이 폐허로 변한 모습을 보며 과거를 상상해 보고 싶었는데 밖에서 보는 걸로 만족해야 했다. 카라칼라는 놀아도 노점상은 놀지 않았다. 도저히 목이 말라서 안되겠어서 3000리라주고 그냥 물을 사먹었다. | |
|
|
이번엔 콜로세움을 향해 전진이다. 여행책자에 로마시내는 충분히 걸어서 다닐 수 있는 크기라고 적혀 있어서 철석같이 믿었는데, 그때는 겨울이었나보다. 아니면 우리가 하루에 보느라고 이렇게 힘든가. 괜히 여행책자를 원망하는지도 모른다. 쉬엄쉬엄 보다 쉬다 한다면 덜 힘들 수도 있겠지. 그래도 지도를 보며 걷다보니 어느새 콜로세움(colosseo)이 눈앞에 있기는 하다. 입장이 무료라고 알고 왔는데 우리나라 지하철역 같은 통과기가 있다. 괜히 들어가기 싫어져서 벽 사이로 살짝이 보고 밖에서 보는 걸로 만족하기로 했다. 여기도 말이 끄는 마차가 관광객들을 실어 나르느라 바쁘다. 한옆에서는 유료로 함께 사진을 찍어주는 청동 투구를 쓴 병정과 금빛 옷을 입은 시저복장을 한 광대들이 땀을 뻘뻘 흘린다. 이 더운 날에 말도 병정도 고역이다. 콜로세움을 지나서 조금 가다보니 시대별로 로마의 영토의 변화를 표시해 놓은 지도가 벽면 가득 있다. 가장 광대했을 때의 로마는 아프리카대륙에도 뻗어있고 프랑스를 넘어 영국까지 넘어가 있었다. 세월의 무상함이여. 조금 더 걷다가 포로 로마노(foro romano)를 위에서 보고 저녁식사를 할 곳을 찾아 중심가로 향했다. | |
|
|
|
|
세 명 다 꼭 무슨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고집도 없었는데, 오히려 그래서인지 마땅한 음식점을 찾아 로마의 뒷골목을 1시간 넘게 헤매고 다녔다. 거리마다 피자집은 넘치는데 엊그제 피자는 먹었고 발에 채이게 많은 중국음식점도 내키지 않고, 그러다가 트리토네(fontana del tritone) 분수가 있는 barberini역까지 왔다. 분수 앞에서 단체사진을 찍는 일본인들이 있는걸 보니 유명한 분수이긴 한 것 같은데 배가 고프고 힘이 들어 자세히 보고싶은 생각도 안 난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옛말이 꼭 맞다. 분수 주변에 노천까페들이 즐비하긴 한데 식사를 하는 곳은 별로 없다. via vittorio veneto 거리를 따라 허위허위 올라가다 보니 Alex cafe라는 유리온실같이 만들어 놓은 거리의 카페에서 동양인 유학생으로 보이는 연인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하얀 옷을 입은 웨이터들이 지키고 있어서 아주 비싼 곳이라 생각하고 겁먹었는데, 특별한 날인 것 같긴 하지만 수수한 옷을 입은 젊은 연인들이 웃으며 식사를 하고 있으니 아주 고급식당은 아닌 것 같아 용기를 내어 들어가 보기로 했다. | |
|
|
메뉴판을 보기까지 조마조마한 마음은 그대로인데, 싸지는 않지만 다행히 주머니의 현금으로 해결되는 액수였다. 문제는 맛인데, 뭘 시켜야하나 이탈리아어로 적힌 메뉴를 봐도 잘 모르겠어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나는 해물스파게티를 지현이는 크림스파게티를 시켰다. 양은 정말 적었는데, 커다란 새우가 함께 나오는 해물스파게티의 맛은 조개와 새우, 스파게티의 맛이 모두 각각 살아있으면서 어우러지는, 입맛에 딱 맞는 맛이었다. 한국에서 해물 스파게티를 언젠가 먹어 본 기억이 나는데, 학교앞 싼 집이기는 했지만 모든 재료를 한데 섞어서 크림에 묻힌 잡탕의 해물맛을 내서 별 미식가도 아닌 나를 실망시켰었던 기억이다. 윤석오빠가 시킨 스테이크도 양도 많고 맛있다. 흰 양복을 입은 지배인 아저씨는 너무 친절하다. 지현이가 화장실에 가다가 문턱에 걸려 넘어질 뻔 하자 팔을 내밀어 에스코트를 해 주신다. 화장실의 세면대 물을 어떻게 나오게 하나 한참을 고민했는데 알고 보니 저 밑의 발판을 밟는 식이었다. | |
식사가 끝났으니, 물이 새는 배를 본뜬 바르카치오 분수를 보러 스페인광장으로 떠날 차례다. 보르게세공원 담벼락을 타고 빙 돌아 스페인 광장에 도착하니 과연 젊음의 광장이란 말이 무색하지 않게 세계 각국에서 온 젊은이들로 가득하다. 동화 소재를 얻기 위해 이런 분위기에서 사람들을 좀 오래 관찰하고 싶었는데, 9시 모이는 시간까지 1시간도 채 안 남아 급히 사진만 찍고 발길을 돌렸다. 계단에 앉아 여유로이 로마의 저녁시간을 즐기고있던 외국애들의 눈에는 뭐에 쫓기듯 뛰어가는 이런 우리의 모습이 참 이상해보였을 것이다. | |
|
|
이제 트레비분수(FONTANA TREVI)만 보면 로마의 마침표를 찍는 건데, 아, 여행책자의 안내대로 걸어도 얼른 트레비가 나오지 않는 거다. 표지판도 저기 보이는데 우리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트레비를 무리해서 보고 일행을 놓치고, 당연히 그러면 교외선 지하철 막차도 끊기니 비싼 택시비를 물고 숙소까지 갈 것인가 아니면 여기서 방향을 돌려 약속장소로 향할 것인가. 소심한 우리는 물론 후자를 택했다. 지도로는 가까운데 어둠이 내리자 FLAMINIO역까지 찾아가는 일이 만만치 않다. 포폴로 광장도 지나고 아까 분명히 여기라고 한 것 같은데 일행들이 안 보인다. 로마에 흔한 오토바이폭주족 한 쌍에게 물어보고 있는 순간 일행을 찾았단다. 역시 다들 기다리고 있다. 레이첼을 따라 오전 관광을 했던 민혜와 승진언니는 오히려 오후 늦게 바티칸 미술관에 갔더니 사람도 별로 없어서 좋았고, 더욱이 우리를 헤매게 한 안내원도 친절하게 관심을 보이며 박물관 뱃지를 선물했다고 하니 참 샘이 난다. 그리고 우리가 지쳐서 포기한 산 피에트로대사원의 미켈란젤로의 삐에타가 참 인상적이었고, 우연히 듣게된 저녁미사의 파이프오르간 소리도 감동이었다고 한다. 부지런한 아침관광이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 |
|
|
그런데 늘 모범생이던 노르마가 안 보인다. 같이 다니던 일행과 중간에 헤어졌다는데 위험한 로마의 밤거리를 헤매면 어쩌나 다들 걱정이다. 하지만 막차시간이 다 되어서 어쩔 수 없이 기차에 올랐다. 기차를 타고 가면서도 다들 걱정인데 같은 나라 사람인 마르코만 중간역에서 전철문이 열리자 철없이 "노르마 너 거기 있니?"하며 농담을 해대서 눈총을 받았다. 하지만 다행히 노르마는 우리보다 먼저 기차역에서 기다리던 버스에 와 있었다. 어떤 이탈리아 청년이 자꾸 따라와서 무서워서 미리 버스로 돌아왔단다. 로마의 야경을 못 봐서 아쉽다. 버스고장만 없었으면 전날 원래 볼 수 있는 건데. 인포에서 받은 팜플릿의 사진만 보며 입맛 다시고 있다. | |
| |
| |
|
12 물반 사람반 베네치아의 풍경
<용감한 자는 오라 리도섬><아 옛날이여 아카데미아미술관>.
'서유럽(2006)...........'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말로만 무제한????/최영대 (0) | 2006.07.30 |
---|---|
9박10일간의 유럽배낭일기 (0) | 2006.07.10 |
자매의 유럽여행기 (스위스) (0) | 2006.06.22 |
자매의 유럽여행기 (프랑스) (0) | 2006.06.22 |
자매의 유럽여행기 (영국) (0) | 2006.06.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