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대장정 제18구간] 석병산 풍수

弦과 肉地 분명해야 窩體 명당
카르스트 지형은 공와(空窩)로 명당 되기 힘들어

우리나라 한의학에는 인간의 체질을 사상(四象)으로 나누어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하고 있다. 사상의학은 조선 말기의 한의학자 동무 이제마(東武 李濟馬·1837-1900) 선생이 창안한 독특한 방법이지만, 근본적인 원리는 주역에 근간을 두고 있다.

주역 계사전에 이르기를 ‘역에는 태극이 있고, 태극이 양의를 낳고, 양의는 사상을 낳고, 사상은 팔괘를 낳는다. 팔괘가 길흉을 결정하고, 길흉은 대업을 낳는다(易有太極, 是生兩儀, 兩儀生四象, 四象生八卦. 八卦定吉凶, 吉凶生大業)’라고 했는데, 팔괘의 생산원리와 함께 천지만물의 생산과정을 설명한 대목이다.

태극은 ‘큰 하나[대일(大一)]’로 불교에서 말하는 공(空)의 의미이며, 움직임 이전의 상태다. 태극에서 움직이면 변화를 하면서 음양이라는 한 쌍의 양의(兩儀)가 생기고, 양의가 다시 동(動)하면 태양(太陽), 소음(少陰), 소양(少陽), 태음(太陰) 즉 사상이 생기고, 다시 동하면 팔괘가 생기는데, 팔괘에서 비로소 길흉이 정해진다고 했다.
주역에서는 음을 --로 표기하고 양은 ―로 표기하는데, 수학의 부호 +, -와 다를 바 없다.

풍수에도 와·겸·유·돌 사상(四象)이 있다

주역의 이치에 근거해 풍수지리에서 혈의 모양에 따라 사상(四象)인 와(窩), 겸(鉗), 유(乳), 돌(突) 네 가지의 종류로 구분한다. 와와 겸은 양에 속하고, 유와 돌은 음에 속한다. 다만 풍수서적에 따라 와겸은 음에, 유돌은 양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사상에서 팔괘를 낳듯이 와겸유돌은 각기 다시 음양으로 구분하여 팔상(八象)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와의 치과(雉 ·꿩집), 과저(鍋底·솥바닥), 장심(掌心·손바닥), 선라(旋螺·소라), 금분(金盆·동이), 하엽(荷葉·연잎) 등의 형상처럼 오목하게 파인 형상으로 흔히 ‘소쿠리 명당’이 말하는 것이 바로 이에 해당된다.

와의 모양은 사상으로 분류하면 태양(太陽)의 형상이다. 본래 양은 볼록하게 솟은 모양임에도 불구하고, 와를 태양으로 분류한 이유는 양은 음에서 생기기 때문이다(陽生陰中). 와에도 진짜와 가짜가 있는데, 진가(眞假)를 구별하는 방법은 혈의 뒷부분에 있는 현(弦·윤곽선)과 혈이 있는 곳의 육지(肉地·살점)의 유무에 있다. 현이 분명하고 육지가 미돌(微突)로 솟아 있으면 양와(陽窩)라고 하여 혈이 되지만, 현이 불분명하고 육지가 없으면 음와(陰窩)라고 부르며 결혈(結穴)이 되지 않는다.

겸은 사상으로는 소양(少陽)에 속하며, 와형의 변체로 모양이 와에 비해 길쭉한 목성의 모양으로 일명 ‘호구(虎口)’라고도 하며, 속칭 곡식을 까부는 도구인 키 모양으로 생겼다고 하여 흔히 ‘키 명당’이라고 부른다. 겸도 와처럼 현이 분명하고 육지가 필히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 대부분의 음택 명당은 유체(乳體)가 제일 많으며, 다음으로는 돌체(突體)가 많이 있다. 유돌에 비해 와체(窩體)와 겸체(鉗體)는 흔하지 않기 때문에 와겸에 대한 풍수 공부를 할 기회가 적기도 하고, 생김새가 움푹 파인 형태로 인해 빗물이 쉽게 고일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풍수사들이 와겸을 기피하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양택의 경우는 와체나 겸체의 명당이 유체나 돌체의 명당보다 더욱 많은 편이다.

한편 중국의 음택 명당은 우리나라와 반대로 와체나 겸체의 명당이 많은 반면에 유돌체의 명당은 적은 편이다. 실제의 예로 당나라 시대의 양구빈 선생이 소점한 강소성의 명당 대부분이 와체나 겸체로 되어있다.

돌은 태음(太陰)에 속하며, 원형의 돌기 형상으로 속칭 계심( 心), 어포(魚浦), 마적(馬跡), 아란(鵝卵), 표매(飄梅), 용주(龍珠), 자미(紫微), 왕룡(旺龍) 등으로 불리며, 특히 평지에서는 지주결망(蜘蛛結網·거미가 그물을 만드는 형국), 금구몰니(金龜沒泥·거북이가 물을 찾아가는 형국) 형국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돌체의 혈을 쉽게 볼 수 있는 곳은 조선시대 왕손들의 태를 묻은 소위 태실들이다.

유는 소음(少陰)에 속하며, 돌체의 변형이며, 여성의 유방처럼 약간 흐르는 듯한 형상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형체로, 혈의 위치는 높더라도 허리 부위에 위치하거나 낮은 곳에서는 발에 해당되는 곳이 된다. 유체는 현공풍수이론의 왕산왕향에 적합한 국이다.

카르스트 지형은 풍수의 와체가 아니다

강원도 정선군 임계면 지역의 백복령(780m)과 생계령 사이의 백두대간에는 카르스트라는 특이한 지형이 있다. 지도에도 함몰지 일대를 ‘임계 카르스트지형’이라고 기록되어 있고, 함몰지는 등고선의 모양도 요지(凹地) 표시로 되어있다.

카르스트 지형이란 용해되기 쉬운 석회암의 주성분인 탄산칼슘이 빗물이나 지하수에 의해 점점 깎여 오목한 와지(窩地) 모양으로 생긴 지역이다. 생계령 근처에 있는 등산로 주변 가까운 곳에 직경 20m 내외의 함몰지가 곳곳에 있기 때문에 함몰된 곳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이곳의 함몰지에 묘지를 조성한 곳이 있다. 외형상으로는 풍수지리에서 말하는 사상 중 하나인 와체(窩體) 명당이며, 또한 바람을 잘 막아주고 배수가 잘 되어 명당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와겸의 땅에는 윤곽선이 분명해야 하고, 육지(肉地)가 없으면 생기(生氣)가 없고, 생기가 없으면 취기(聚氣)가 되지 않기 때문에 명당이 될 수가 없다. 따라서 이곳의 묘지는 윤곽선이나 육지가 없기 때문에 좋은 땅이라고 볼 수 없다.

다만 일반적인 지역에서의 와체는 종종 습하고 물이 쉽게 고이는 장소가 되는 경우가 많이 있지만, 카르스트지형의 함몰지는 배수가 잘 되기 때문에 무덤의 구덩이 속에 물이 차는 염려는 전혀 없다. 실제로 카르스트 지대에는 배수가 잘 되기 때문에 주로 밭이나 과수원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카르스트 지형은 북한의 경우, 황해남북도와 평안남북도 지역, 남한의 경우 문경, 단양, 제천, 영월, 평창, 정선, 삼척, 강릉으로 이어지는 지역에 고생대 캄브리아기에서 오르도비스기 사이(5억7천만 년 전~4억3천8백만 년 전)의 석회암층이 대규모로 분포한다.

석회암지대에서 생성되는 함몰지는 겉모양을 언뜻 보면 장풍(藏風)이 잘 된 모양으로 와체의 명당처럼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취기(聚氣)가 되지 않아 공와(空窩)가 되기 때문에 명당으로 오인하기 쉽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지기(地氣)를 설명하기가 본래 어렵다. 풍수고서를 이르기를 ‘누가 진기를 상세히 설명할 것인가, 말로는 불가할 뿐이다(誰能詳說此眞氣 不可言語以)’라 했다. 그래서 또한 ‘제자는 스승에게 배울 수 없고 스승도 제자를 깨우쳐 줄 수가 없다. 이심전심으로 전하고 눈에서 눈으로 전하여 묘한 이치를 안다(弟子不能學於師 師不喩弟子. 以心傳心眼傳眼 然後識妙理)’고 했다.

글= 최명우 대한현공풍수지리학회 연구소장 http://cafe.daum.net/gusrhdvndtn

Posted by 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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