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여행의 히든카드 ‘칠일빙천’

가욕관의 모습

▼ 운영자 알림: 중국의 오지를 탐험하는 독자 이준만씨의 오지 여행기, 그 다섯번째 입니다. 지난번 부터 실크로드 여행기를 연재하고 있습니다.옥황상제도 놀라 쉬고 갈만한 소삼협과 소소삼협의 비경을 소개한 이후 실크로드까지많은 독자분들이 놀라워 했습니다.

중국의실크로드 여행기는 인터넷상에 많이 올라오지만 이준만씨는 관광코스와는 다르게 숨겨진 비경을 찾아내 소개하고 있습니다.아울러 이준만씨의 주옥같은 사진들은 '크게 보기'를 클릭해서 보시길 권장합니다.

어둠이 짙은 새벽녘, 우리는 기련산(祁連山, 중국 간쑤성과 칭하이성에 있는 산) 깊은곳에 있는 칠일빙천(七一氷川)을 등반하려고 길을 나섰다. 어제는 이곳 웅장한 모습의 가욕관(嘉峪关)을 구경하고 오늘 등반하여 먹을 것들을 배낭에 잔뜩 넣고는 일찍 잠을 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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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련산(祁連山), 청장고원 동북부(青藏高原东北部)에 위치한 산으로 동서 길이 900~1000km, 남북의 폭이 200~400km, 모두 해발 4000~6000m 로서, 5000m가 넘는 봉우리가 약 26개나 된다. 또한 이곳에는 빙천(氷川)이 모두 3306개가 있으며, 빙천의 면적은 약 2062㎢이다. 얼음을 저장한 양이 1145억㎥라고 한다.

이중에서 가장 큰 빙천은 대설산(大雪山) 노호구(老虎沟)에 있는 12호 빙천이다. 빙천의 길이 10km, 면적은 21.45㎢이다.

그러나 사람이 가장 가깝게 근접하여 갈수 있는 곳은 가욕관에서 약 116km 떨어져 있는 기련산 깊은 곳에 있는 칠일빙천이다. 1958년 7월 1일 중국과 옛 소련의 지질학자들이 공동으로 지질 조사를 하던 중 이 빙천을 발견하였다. 그래서 얻은 이름이 칠일빙천이다.

빙천의 최고 꼭대기는 5150m 빙천의 가장 바닥 부분은 4300m , 빙천의 평균두께는 78m, 가장 두꺼운 곳은 120m, 경사 45도 이상.

여행객들이 만리장성의 서쪽끝인 이곳 가욕관을 구경하고 난 후 가장 간과할 수 있는 빙천의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우리는 출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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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살의 기련산. ☞ 큰 사진으로 보기

새벽의 여명이 만년설 기련산의 하얀 봉우리에 빛을 받아 조금씩 만년설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 기련산이 실크로드를 가는 곳에 있는 오아시스 도시들을 풍요로운 도시로 만들어주는 설산의 맑은 물을 공급해주는 산인 것이다.

저 기련산의 눈 녹은 맑은물이 세월이 흐르면서 빙하기와 온난기를 반복하면 그 주위의 도시들이 흥망성쇠를 가름한다는 역사의 사실에 비추어볼 때, 우리는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야하는 어쩔 수 없는 작은 존재일뿐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아무리 달려도 끝없이 펼쳐지는 높고 깊은 광활한 산들 뿐이다. 여름에만 잠깐 풀이 있어, 말과 양떼들이 노는 초원의 모습을 연상할 수 있지만, 지금은 눈과 황량한 바람만이 초원을 감싸고 있다. 그래서 너무나 황량한 고원.

기련산의 초원들(여름에만초원을 구경할 수 있다)☞ 큰 사진으로 보기

어느 덧 우리는 차가 더 이상 갈 수 없는 막다른 곳에까지 왔다. 배낭을 메고 등반을 하기 시작하였다. 산이 높으니 계곡 또한 거의 낭떠러지 수준이다. 여름에만 빙천 녹은 물이 조금씩 흐르는 계곡은 지금은 물 한방울 찾아보기 힘들었다.

경사면에는 온통 날카로운 바위조각으로 뒤덮여있고, 풀한포기 없는 곳에도 작은 동물들이 살고 있는 것이정말 이해할수 없었다. 이곳에 사는 새들이나 쥐들을 위해 우리는 가지고 간 식빵을 조금씩 떼어서 바위 위에다 올려놓았다.

빙천 가는길. ☞ 큰 사진으로 보기

눈덮인 설산에서는 무척 추울거라고 여겼는데 오히려 햇살이 뜨거워 두꺼운 옷을 배낭에 넣고 마치 초가을 산행하는 기분으로 땀을 훔치며 올라가니 좌측편에 높다랗지만 작은 빙천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 숨이 가빠오기 시작하였다. 몇 발자국 가지 못하고 잠시 쉬었다 다시 가야만 하는 상황이 된것이다. 아! 이것이 고산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얼마를 더 가야 할 지를 모르겠지만, 빙천의 모습을 가까이 눈앞에서 보고 싶은 욕심에 다시 한발 한발 디디었다.

빙천 가는길. ☞ 큰 사진으로 보기

숨쉬는 것조차 힘든 상황에서 발걸음을 떼는 것은 정말이지 마음 속에서는 포기 하고픈 생각이 간절했다. 그런데 마지막 힘든 고개 비슷한 것을 간신히 넘어 올라서니 앞에 바라보이는 것이 칠일빙천의 밑바닥 부분이 보인 것이다.

저것이 바로 칠일 빙천이구나! 빙천의 꼭대기가 바로 눈앞에서 보이고 하얀 맑은 구름이 빙천 꼭대기에 머물고 있는 모습이 지금까지의 힘든 여정을 말끔하게 씻어주는 기분이다.

우리는 좀 더 올라가서 빙천 가까이에 자리를 잡았다. 4500m까지 와서 큰 바위에 앉아 배낭에 갖고온 먹거리를 펼쳐놓고 허기진 배를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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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일빙천. ☞ 큰 사진으로 보기

빙천, 마치 스키장의 모굴처럼 출렁거리는 듯한 얼음 물결이 강한 햇살아래에서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진짜 전문가라면 꼭대기까지 가고 싶은 욕심이 있겠지만 우리는 아직도 실크로드를 가야 할 여정이 많기에 이런 빙천을 코앞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을 해야했다.

한동안 나는 자리에 앉아서 일어날 줄을 몰랐다.

기원전 1세기 한나라 무제때, 곽거병이 이 기련산을 점령하고 있는 흉노족과 싸워서 한나라의 대승리에 의해 흉노족은 고비사막 북쪽으로 물러가버리고 한나라는 이곳에 하서사군(장액,주천,돈황,무위)을 설치하였다.

그때 흉노족들에 유행했던 "우리가 기련산을 잃어 가축을 먹일수도 없고, 우리가 연지산을 잃어 흉노여인들의 아름다움을 모두 잃었다"는 민요는 흉노족들이 얼마나 이 곳 기련산을 중시여겼는지 알수 있다.

당시 기련산의 언지산에서 나는 식물을 채취하여 여인들에게 연지를 바르는 습관이 있었다. 우리 조상이 여인들에게 연지를 찍어주는 습관이 이 흉노족들과 동일한 습관이 아닐까?

지금 이 곳 기련산은 온난기에 접어들었다고 한다. 이 시기에는 많은 물이 흘러내려 주위의 도시에 맑은 물을 흘려보내 줄것이다.어느 역사 학자는 말했다. 중국의 역사상 이 곳이 온난기에 들어갈 때 중국의 번성기가 시작된다고…….

만년설 기련산의 모습들. ☞ 큰 사진으로 보기

여름에 온다면 기련산에 펼쳐진 초원과 말과 양떼들, 그리고 이 빙천에서 흘러내리는 맑은물을 바라본다면, 더 더욱 좋았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 감상을 하고 있을쯤, 정상의 맑은 구름이 갑자기 어두운 구름으로 바뀌니 금새 얼음장 같은 추위가 몰려왔다.우리는 얼른 두꺼운 옷을 꺼내입고 작별을 하고는 다음 여정을 향해 출발을 하였다.

도깨비뉴스 블로거= 이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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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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