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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는 30만명 정도이고, 연강수량은 80㎜밖에 되지 않는 건조한 곳이다. 가장 추운 1월은 기온이 영하 28℃이고, 가장 더운 7월은 38℃까지 올라간다. 그러나 연평균온도 7℃라 하니 뜨거운 날보다 추운 날이 더 많은 셈이다. 그래서 이곳의 관광은 5월에서 11월 사이에만 가능하다. 그 이후의 기간에는 기온이 너무 낮아 여행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주민들은 그 기간 동안 1년의 수입을 다 벌어야 한다. 그래서인지 주변 도시보다 물가가 비싼 것 같다. 가욕관 시내는 제철공장이 생기면서 신흥도시로 형성되어 구획정리가 잘 되어 있고 건물들이 깨끗한 것이 우리나라 신도시와 같았다.
가욕관성으로 가기 전에 주천 5호묘를 들르기로 했다. 주천은 가욕관역에서 20분 정도 떨어져 있었다. 주천은 실크로드의 주요 오아시스 중 하나로 일찍이 상업도시로서 번영했던 곳이다. 그러나 오랜 역사 속에서 한족과 유목민과의 세력균형이 무너지기 시작하면 곧 싸움터의 한복판이 되고 마는 장소이기도 하였다. 주천으로 가는 길 양쪽에는 우산나무, 백양나무, 버드나무 등의 가로수가 늘어서 있다. 이 나무들은 원래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오아시스 도시의 주변에 많이 심었다. 그 너머에는 옥수수밭과 보리밭, 목화밭 등이 펼쳐져 있다. 주천이라는 이름의 유래는 이러하다. 북방의 유목민 흉노와 싸워 이긴 곽거병과 그 장병들을 위로하기 위해 한무제가 술을 보내왔는데 전군이 마시기에는 부족했다. 그래서 곽거병이 그 술을 샘에 쏟아 부었더니 샘이 금방 술로 변해 아무리 마셔도 모자라지 않았다고 하여 술의 샘이라는 지역 이름이 붙여진 것이라 한다.
안내원이 열어준 철문으로 들어서면 계단이 나타난다. 시원한 내부는 뜨거운 이곳의 더위를 식히기에 충분했다. 묘에 들어가는 순간, 우리나라 공주에 있는 무령왕릉이 생각났다. 무령왕릉이 위진남북조 시대의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다고 했으니 그 전형을 여기에서 본 셈이다. 인간세상과 천상을 벽화에 그리다 전실과 후실은 좁은 통로로 연결되어 있다. 각 실의 최대높이는 12m 정도이고 전체 길이는 33m이다. 벽돌로 지어서 석회칠을 한 내부에 그려진 화려한 벽화가 특징이다. 전실에는 당시 사람들의 이상향과 제후의 생활을 보여주는 벽화가 그려져 있는데, 벽화의 아랫부분은 인간세상의 모습을, 윗부분은 하늘세상을 그렸다. 천장은 둥글게 만들어 천상의 모습을 나타냈는데 천리마, 용 등이 그려져 있다. 청룡, 백호, 주작, 현무를 그린 것은 도교의 영향이라 한다. 바닥은 사각으로 만들어 인간세상을 표현했는데 무덤의 주인인 제후가 가무를 즐기는 모습, 농사짓는 모습, 마차 등의 그림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특이한 것은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얼굴이 각양각색이란 점인데 당시 많은 소수민족이 같이 살았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무성한 나무와 농사짓는 그림에서 당시에는 이곳이 척박한 땅이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좁은 통로로 연결된 후실에는 제후와 부인 그리고 애첩의 묘가 있었다고 한다. 묘실의 바닥에는 화려한 무늬가 조각되어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사람들의 발자국에 지워져 가고 있었다.
밖으로 나오니 사막의 따가운 햇살이 정수리에 꽂힌다. 등에 큰 혹을 가지고 있는 낙타는 이러한 사막에서 살아가기 적합하게 진화되었다. 스스로 닫을 수 있는 콧구멍과 귀 주변의 긴 털, 긴 속눈썹은 모래를 막아준다. 넓은 발은 모래 위를 걸어 다니기에 적합하다. 오랜 시간 물 없이도 견딜 수 있다. 등의 혹은 물이 아닌 지방이 저장된 것이어서 이를 비상식량으로 활동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때에는 혹이 점점 작아지다가 나중에는 거의 없어진다고 한다. 혹의 크기도 영양 상태에 따라 크기가 달라진다. 낙타는 혹이 1개 있는 단봉낙타와 2개가 있는 쌍봉낙타의 2종류가 있는데, 단봉낙타가 90%를 차지한다. 단봉낙타는 야생이 없고, 아랍과 아시아, 아프리카에 산다. 쌍봉낙타는 단봉낙타보다 크기가 약간 작은데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에서부터 고비사막, 몽골에 이르는 지역에 분포한다. 그래서 중국 쪽의 실크로드에서 본 낙타는 모두 쌍봉낙타였다. 낙타는 옛날부터 가축화되어 사람이 타고 다니는 일 이외에도, 젖은 비타민C가 풍부한 음료로, 털은 천막이나 카페트를 만들고, 낙타가죽은 가방과 밧줄을 만든다. 낙타의 발에는 3개의 관절이 있기 때문에 관절염에 좋다하여 이곳을 지나는 관광객은 낙타발 요리를 꼭 찾는다. 그러나 고기나 혹은 맛이 없어서 먹지 않는다 한다. 하늘의 비행기과 육지의 책상을 빼곤 다 먹는다는 중국인도 가리는 걸 보면 어지간히 맛이 없나보다.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라는 말이 있다. 상당히 힘들다는 의미인데 어떻게 다른 동물도 아니고 낙타일까? 바늘과 낙타는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인데 말이다. 이 속담은 잘못된 번역에서 유래된 것이다. 사실 성경 마태복음 19장 24절에 나오는 성경구절 '밧줄이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이 부자가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쉽다'를 잘못 번역한 것이다. 번역자가 아랍어의 원어 'gamta(밧줄)'를 'gamla(낙타)'와 혼동하였기 때문이다. 밧줄이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낙타에 비한다면 훨씬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생뚱맞은 과학선생의 생각으로는, 물리학에서는 아주 쉽게 낙타를 바늘구멍으로 통과시킬 수 있다. 꼭 낙타뿐만 아니라 빛만 있다면 세상에 모든 물체를 바늘구멍으로 통과시킬 수 있다. 바늘구멍 사진기를 이용하면 낙타를 바늘구멍으로 통과시켜 필름에 상을 맺을 수 있고 그곳에 흰 종이를 대면 실상을 관찰할 수도 있다. 실상은 바늘구멍 안쪽에 있으므로 낙타는 결국 바늘구멍을 통과한 것이 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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