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실크로드 여정기' (6 편)

(2006` 6, 17 ~ 6, 25)

칼날 모래능선 마음 옥 죄

일행은 명사산 오를 준비를 갖추고 버스에 올랐다. 명사산 입구까진 2 ~ 3분 만에 닿았다. ‘鳴沙山月牙泉(명사산월아천)’이란 편액을 단 멋스런 기와지붕을 인 대문이 앞을 가로막는다. 입장권을 가지고 대문을 통과했다. 거창한 황금빛 모래언덕(沙丘)이 눈앞을 꽉 메워버린다. 바람에 따라 모래언덕이 모양을 바꾸기 때문에 높이란 아예 의미가 없다. 간밤에 불던 바람에 꾸겨진 칼등 같은 모래능선이 비단 폭을 접었다 막 펴 놓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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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산 입구 기와지붕을 인 멋진 대문. '명사산 월아천'이란 현판을 내건 대문이관광객의 앞길을 가로 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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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모래구릉 칼날 같이 날카로운 능선이 꾸불꾸불 이어져마치 춤추는듯 살아 움직인다. 탄성이 절로 터졌다.)

황금빛 모래구릉 칼날 같은 능선은 굽이굽이 휘몰아쳐 들면서 마음마저 옥죈다. 참 장관이다. 그 날카로운 칼등성이가 마치 뱀이 기어가듯 꾸불꾸불 이어져 움직이는 듯하다. 칼등성이 좌우 경사면 황금빛 모래벌판은 마치 빗자루로 쓴 듯, 아니 비단을 펴 놓은 듯 아름답다. 모래알도 비단처럼 곱다. 이 고운 모래가 바람에 날리면서 울음을 내뱉는다.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올밖에. 이 칼등성이가 뻗어나가면서 명사산이란 명물을 만들어냈다.

탐험가 오렐 스타인은 이 칼등 같은 모래능선을 두고 “파도 같은 사구가 넘실거리는 바다와 같다”고 표현했다. 참 멋진 표현이다. 난 도저히 글로 형용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에 사진만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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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같은 고운 모래가 바람에 날리면서 칼능선의 모양을 바꾼다. 이 모래가 바람에 날리면서 울음소리를 낸다.)

이곳에서 낙타를 탔다. 난 샌들을 준비하지 않아 모래가 신발에 들어오지 않도록 덧버선을 빌렸다. 5위안을 줬다. 덧버선은 종아리까지 감싸주었다. 낙타대열은 4명 일조다. 일조를 한 명의 마부가 끌었다. 이곳은 쌍봉낙타로 덩치가 작아 이집트사막에서의 타기체험보담 위험하지 않았다. 낙타가 앉고 설 때의 흔들림이 훨씬 덜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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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을 들어서면 월아천까지 가는 길은 이 낙타를 타고 간다. 쌍봉낙타는 이집트의 사막에 자라는 낙타보담 덩치가 작아 탈 때와 내릴 때 흔들림이 적었다.)

낙타 타기는 한 5분 내외에 불과했다. 월아천 가기 전에 다른 오아시스가 자리했다. 그 아래까지 타고가선 내렸다. 오아시스를 건너 멀지 않은 월아천까지 7 ~ 8분은 그 부드러운 감촉의 황금빛 모래구릉을 밟고 걸어가야 했다. 발이 푹푹 빠져 걷기가 힘들다. 또 단단한 곳도 있어 수월하게 지나갔다. 아름다운 사막속의 오아시스 월아천을 향해서.


‘월아천 사라진다.’, 중 총리 발끈

월아천(月牙泉: Crescent Moon Lake). 사막 구릉 속 폭 꺼진 곳에 마치 초승달 모양으로 생긴 물웅덩이를 말했다. 돈황의 남쪽을 두르고 있는 곤륜산맥(崑崙山脈)의 눈 녹은 물이 저지대인 이곳으로 흘러 솟아 일궈진 웅덩이다. 수천 년 동안 물 마른 적이 없다고 했다. 또 매년 여러 차례 광풍(狂風)이 휘몰아치지만 이곳만은 모래가 덮어 웅덩이를 묻은 적이 없다는 것이다. 참 신기했다. 웅덩이와 주위에 자라는 식물들이 죽지 않아 만천(萬泉)이라고 불렸다. 그래서 이 물웅덩이를 ‘돈황의 눈동자’라고 불렀다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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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에 내려서 월아천까지 7 ~ 8분은 도보로 고운 모래를 밟고 가야한다. 우리 그룹이 월아천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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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아천 위쪽에 있는 3층 팔각 지붕을 가진 누각. 여덟 각지붕이 마치 학이 하늘로 날기 위해 춤추듯 하다.)

초승달 모양의 물웅덩이는 남북 길이가 100m, 넓은 곳 폭이 25m, 수심은 깊은 곳이 2m라고 했다. 호수 주변엔 갈대를 비롯해 이름 모를 야생화가 한창 꽃을 피워냈다. 물색이 상당히 맑았다. 웅덩이를 바로 내려다 볼 수 있는 곳에 3층 8각 지붕 여덟모서리가 하늘로 치솟는 날아갈듯 한 누각을 세웠다. 참 주위경관과 잘 어울리는 멋진 건물이다. 누각 옆 팔작지붕을 인 건물들은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도교사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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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산 기슭에서 내려보면서 찍은 월아천 전경. 모래 언덕과 그 주름들, 그리고 푸른 식물, 또 호수의 맑은 물이 한데 멋지게 어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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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산 정상에서 찍은 월아천 모습. 모래 산 뒤론 멀리 푸른 나무가 자라는 돈황 시내가 눈에 들어온다.)

이번 여정 두어 달 전 한 신문에선 이런 기사가 나왔다. “중국 원자바오(溫家寶)총리가 화를 냈다. 좀처럼 없던 일이다. 인민일보가 보도한 ‘월아천이 사라진다.’라는 르포기사를 읽고 난 뒤다. 중국총리가 화를 낼 만큼 ‘월아천’은 중국의 명승지다.”. 이어 “호수가 사라지는 이유는 극심한 사막화로 인해 수량유입이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한 때 4.000평가량의 수면면적을 자랑했던 호수는 지금은 고작 1.500평정도 남았다. 10m 넘었던 수심도 이젠 1.2m로 얕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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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아천 호수 주변엔 이름모를 들꽃들이 흐드러졌다. 푸른 나무도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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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산을 관광객들이 오르고 있다. 모래 언덕에 나무로 만들어 깔아놓은 사다리 같은 계단을 밟고 힘들게 올라야 정상에 설 수 있다.)

호수 주변을 아름답게 장식했던 붉은 버드나무도 이젠 고목더미가 돼 호수 주변을 뒹굴고 있을 뿐이다. 둔황시 당국은 중앙정부로부터 전문 인력을 지원받아 원인규명에 착수했다. 사막화 현상이 주요원인이지만 호수의 수원인 당강(黨江)이 말라버린 것을 큰 원인으로 판단하고, 당강 상류지역에 대한 대대적인 환경복구사업에 착수했다.”는 내용이다.


고작 70 ~ 80 삶, 무슨 의미가?

그렇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부처님은 그래서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고 했던가? 세상의 모든 것은 인연(因緣)에 따라 생긴 가상(假相)이며, 영구불멸의 실체(實體)가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수천 년 동안 마르지 않았다던 그 웅덩이 물도 마르려고 하지 않는가? 고작 70 ~ 80인 우리 삶이 무슨 의미가 있다는 말인가? 점점 수량이 줄어드는 웅덩이를 밑으로 내려다보면서 잠시 상념에 잠기기도 했다.

“빨리 갑시다.”라는 재촉에 정신 차리고 대열의 꽁무니를 이룬다. 이젠 명사산을 오를 차례다. 한참을 왼쪽으로 꺾어 모래 산을 걸어 오르는 길에 닿았다. 샌들을 신었거나 덧버선을 신은 일행은 그냥 모래언덕에 나무로 만들어 모래위에 깔아놓은 긴 사다리 계단을 밟고 오르면 됐다. 그러나 이런 준비를 갖추지 않은 분들은 부득이 신발과 양말을 벗고 맨발로 오를 수밖에 없다. 송정화씨는 맨발차림으로 칼날 능선 오르기에 도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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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만든 긴 사다리 모양의 계단 두개가 눈에 들어왔다.나무 계단을 통하지 않고 올라간 사람들의 발자국도 찾아볼 수 있다.)

만약 나무로 된 긴 사다리 모양의 계단을 모래언덕에 깔아두지 않았다면 능선까지 오르기는 참 힘이 들 것 같았다. 나무 계단이 없는 모래 오르막은 한 걸음 떼어놓으면 두 걸음 미끄러지고 마니깐. 이 사다리 같은 나무 계단을 만들어 놓고는 돈을 받는다. ‘비단 장사! 왕 서방’임에 틀림이 없다. 가는 곳마다 돈을 우려내니깐.

칼날 능선까지는 아마 100m가 조금 넘을 것 같았다. 룸 방장(方丈) 권정웅 부장이 걱정이다. 오르면서 아래를 뒤돌아본다. 혹시 오르기를 중도 포기할까봐서. 우리 일행 모두는 “권 부장, 파이팅!!!”을 외쳐댄다. 방장께선 온힘을 다 쏟아 오르신다. 맨 꼴찌지만 드디어 칼날 능선에 올랐다.


황금 모래 산 능선, 눈부셔

능선에선 사방에 가득히 퍼진 명사산 전경이 들어왔다, 그리고 저 아래 펼쳐지는 풍광들. 참으로 아름다웠다. 명사산은 동서 길이 40km, 남북이 20km라고 했던가? 칼날 능선은 뱀이 기어가듯 구불구불 한 없이 이어졌다. 또 중간 중간 가지치기를 하면서 뻗어갔다. 그 경사면은 비단을 편 듯 말쑥하게 퍼지기도 하고, 때론 분화구 같은 멋진 모래웅덩이를 만들어 내기도했다. 눈이 부셨다. 햇살을 받은 모래는 말처럼 황금빛 색깔 그대로다. 이 모래산은 오늘밤 부는 바람에 따라 세파에 더렵혀진 인간의 발자국을 모두 지우내고, 그 모양을 또 새롭게 말끔히 바꾸고 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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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정상 능선에 올라 숨을 고른다. 깊은 상념에 젖은 듯한 일행의 모습도 보인다. 아래쪽 멀리 도로 왼쪽엔 우리가 묵었던 '돈황산장' 호텔의 건물도 조그맣게 보인다.)

모두는 칼날 능선에 앉아 숨을 고르면서 주위 풍광에 넋을 빼앗겼거나 아니면 상념에 빠져든 것처럼 보였다. 저 아래쪽엔 너무나 아름다운 월아천이 자리했다. 그야말로 초승달처럼 생긴 물웅덩이다. 멋진 8각 누각과 사원, 그리고 웅덩이 주변의 녹색과 초원의 풀밭이 한 폭의 그림이다. 또 월아천을 통하는 작은 오아시스와 백양나무 숲에 가린 건물들, 멀리는 돈황이라는 큰 도시 오아시스가 펼쳐져 한 눈에 가득히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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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산에서 돈황 시내쪽을 보고 찍었다. 월아천 가기 전 나타난 조그마한 인공호수가 내려다 보인다. 그 뒤론 푸른 숲에 쌓여있는 돈황 시가지가 아련하게 다가온다.)

비경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오래 머물 시간은 없다. 능선에서 반쯤 내려오면 모래 썰매가 기다린다. 썰매 장까진 나무 사다리 계단을 밟지 않고 그냥 경사진 모래언덕을 내달렸다. 발목이 푹푹 빠지면서 내딛는 내리막 걸음이 참 기분 좋았다. 발자국이 없는 곳을 쫓아 마구 내려온다. 썰매 장에 닿아 차례를 기다린다. 썰매는 직사각형 나무로 짠 상자다. 바닥은 대나무 조각을 붙였다. 사람이 발을 얹고, 엉덩이를 붙이고, 등과 어깨까지 댈 수 있을 정도의 크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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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산 7부 능선 쯤엔 모래설매를 타는 곳이 기다린다. 4각형의 모래설매는 바닥이 대나무로 엮어져 있어 모래에 잘 미끄러진다. 두 팔과 손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내려가야 한다.)

사람이 썰매에 누우면 아래 모래비탈로 밀어버린다. 바닥이 대나무라 썰매는 모래 위에 미끄럼틀처럼 잘도 미끄러져 내리꽂힌다. 이 때 두 손으로 방향을 잡아 줘야한다. 방향이 삐뚤어지면 곤두박질치거나 아니면 뒤집혀져 모래에 뒹굴 수밖에 없다. 난 방향을 잘 잡았으나 내려오는 속도 때문에 창 넓은 야자수 잎 모자와 선글라스를 날려버렸다.

Posted by 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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