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뻐요, 동백꽃이 장미꽃보다 더 예뻐요"
동백꽃 활짝 핀 여수 오동도
조찬현(choch1104) 기자
▲ 난생 처음 본 동백꽃이 장미꽃보다 더 예쁘다는 김진주 양
ⓒ 조찬현
동백섬 오동도 방파제에 봄바람이 산들산들 불어온다. 여수 수정동에 위치한 오동도 섬은 768m의 방파제로 육지와 연결되어 있다. 지난 2월 20일 찾은 오동도엔 봄맞이 나온 사람들의 물결이 섬까지 이어진다. 일부 상춘객들은 동백열차를 기다리기도 한다.

갯바위에는 강태공 부부가 봄을 낚아 올리고 있다. 순천에서 아내와 함께 낚시를 왔다는 김금봉(57)씨는 점심을 라면으로 때웠다. 오후 4시께가 다 됐는데도 입질을 않는다며 그냥 오는 봄이나 낚아 올려야 할 모양이라고 허허 웃는다.

"아이고, 하루 종일 입질한번 못 받아 봤습니다. 아침 7시에 왔는데 여태껏 한 마리도 못 잡았어요. 손맛 한번 볼라고요. 아내는 그냥 도우미에요."

지금 여수는 '2012여수엑스포' 붐 조성을 위한 열기로 대단하다. 자전거사랑 전국연합회 여수지부 임용식(62)회장과 회원 20여명의 여수엑스포 홍보를 위한 자전거 행렬이 지나간다. 잠시 후 행락객을 가득 태운 동백열차가 지나간다.

▲ 봄을 낚아 올리고 있는 강태공 부부
ⓒ 조찬현

▲ 동백열차
ⓒ 조찬현
떨어진 꽃송이가 더 아름다운 빛깔 고운 동백꽃

동백 숲이다. 직박구리 녀석이 제철을 만났다는 듯 '끼익~ 끽' 괴성을 지르며 온 숲을 휘젓고 다닌다. 쪽빛 바다에는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져 내린다. 은빛으로 금빛으로 일렁인다.

동백은 톡톡 꽃망울을 터트리며 방긋 웃는다. 봄볕에 환한 미소를 머금고 일제히 환호성을 내지른다. 봉긋 솟은 붉은 꽃망울에서 발그레한 꽃잎이 나와 노란 꽃술을 감싸 안고 환하게 웃고 있다.

봄 햇살을 한껏 머금은 동백의 자태가 아름답다. 그 빛깔이 너무 곱다. 동백꽃은 꽃이 진 뒤에도 아름답다. 솔잎에 아픔으로 떨어진 꽃송이가 차라리 더 아름답다. 동백 숲 사이로 한줄기 햇살이 비춘다.

▲ 솔잎에 아픔으로 떨어진 꽃송이
ⓒ 조찬현

▲ 떨어진 꽃송이가 차라리 더 아름답다.
ⓒ 조찬현
오솔길을 걷다보면 길 가운데서 기다렸다는 듯, 간간히 마주치는 소나무와 동백나무가 길손에게 손을 내민다. 숲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바다, 하늘로 길게 쭉 뻗은 소나무, 푸른 하늘과 온 세상에는 봄볕이 가득하다.

엄마의 손에 이끌려 유모차를 타고 가는 아기의 얼굴에도 지나가는 나들이객들의 얼굴에도 봄꽃이 활짝 피었다. 노부부는 한잔 술에 기분이 좋은 듯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간다. 동백 숲에서 아름다운 새들의 노래 소리가 들려온다.

여인의 붉은 순정 동백꽃으로 피어나다

▲ 여인의 붉은 순정 동백꽃
ⓒ 조찬현
용굴로 이어지는 나무계단이 인상적이다. 나무계단에 기댄 소녀가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바다에는 모터보트가 성난 독사의 머리를 하고 내달린다. 여객선은 미끄러지듯 뒤를 따른다. 갯바위에서 아낙이 굴을 따고 있다. 나들이 나온 여인은 맨발로 살금살금 갯바위로 다가가 파래를 뜯는다.

소녀가 예쁘게 핀 동백꽃 향기를 맡고 있다. 친구와 함께 여행 왔다는 김진주(21.전북 군산)양이다.

"예뻐요. 동백꽃이 장미꽃보다 더 예뻐요. 노란 꽃술과 빨간 잎이 어우러져 너무 예쁜 것 같아요."

▲ 아름다운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는 소녀
ⓒ 조찬현

▲ 용굴 근처 갯바위의 나들이객들
ⓒ 조찬현
동백섬 오동도에는 예부터 동백꽃으로 피어난 여인의 순정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먼 옛날 오동도에 아리따운 여인과 어부가 살았다. 어느 날 도적떼에게 쫓기던 여인이 낭떠러지 벼랑에서 바닷물에 몸을 던졌다.

바다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온 지아비는 여인의 시신을 보고 소리소리 슬피 울었다. 어부는 양지(지금의 등대 부근) 기슭에 무덤을 지었는데 북풍한설 내리치는 그해 겨울 하얀 눈이 쌓인 무덤가에 여인의 붉은 순정이 동백꽃으로 피어났다고 한다.

여인의 붉은 순정 동백꽃이 올해도 예쁘게 피었다. 장미보다 더 예쁘고 아름답게 활짝 피었다. 봄볕에 환한 미소를 머금은 동백이 이번 주말쯤이면 절정을 이룰 듯하다.

▲ 활짝 핀 동백꽃
ⓒ 조찬현

▲ 장미보다 더 예쁘게 핀 동백꽃
ⓒ 조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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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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