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드니에서의 밤은 그 자체로 ‘매직’이다

▲미항 시드니의 랜드마크인 시드니항의 오페라하우스. 뒤편의 현수교가 시드니 하버브리지로 하버브리지클라이밍은 더 다리의 아치를 걸어서 오르는 투어다. [사진제공=뉴사우스웨일스주 관광청]


열심히 일한 40, 50대 한국인, 떠나라. 어디로? 세계 3대 미항의 하나로 불리는 호주 시드니를 추천한다. 혼자도 좋고, 부부라면 더 좋다. 졸업 20주년 혹은 25주년을 맞은 중고교 동창 모임이라면 최고다. 자녀들은 잠시 잊고 직장 일도 눈 딱 감고 이번만큼은 일주일 이상 장기 휴가를 내라. 열심히 산 당신, 그 정도 휴가와 호사도 못 누리겠는가? 당신은 여전히 매력적이며 모험적이기까지 하다.

- [화보] 세계 3대 미항 중 하나 호주 시드니 둘러보기

- [화보]‘산토리니’ 섬 전체가 예술

- [화보] 빈탄섬서 즐기는 ‘나이트 라이프’ 화보 감상


미국은 ‘자연’과 ‘모험’을 팔고 유럽은 ‘역사’와 ‘문화’를 판다. 그러면 호주는?
‘환경’과 ‘평화’다. 치안도 좋고 인종 차별도 없다. 그리고 지금은 한창 깊어가는 가을이다. 시드니 여행이라면 더 이상 그룹패키지 투어에 의존하지 말자. 당신의 높은 기대를 저버리기 때문이다. 대안은 자유여행이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 관광청과 아시아나항공 그리고 현지의 투어코디네이터 리처드 김(호주 0418-550-789)이 추천한 코스라면 적극 추천할 만하다. 그 여행길로 안내한다.


달링하버에서 꿈같은 낭만이 시작된다
시드니 여행길은 시작도 끝도 모두 시드니 항이다. 거기서도 중심은 ‘달링하버’(Darling Harbour)다. 특히 어뮤즈먼트 콤플렉스의 시드니 아쿠아리움(수족관)은 빼놓을 수 없는 코스. 영화 ‘니모를 찾아서’의 주인공 크라운피시도 볼 수 있다. 투명한 아크릴제 수중 터널 밖으로 펼쳐진 산호수중과 초대형 쥐가오리와 상어의 유영 모습도 볼거리다. 유리바닥 보트로 수중 비경을 감상하는 리프체험도 선보였다.

▲시드니항 달링하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 '시드니 아쿠아리움'. 대형수족관에 들어서면 마치 수중세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들정도다. [사진제공=뉴사우스웨일스주 관광청]


호주는 ‘가장 작은 대륙이자 동시에 가장 큰 섬’. 캥거루와 코알라는 오직 호주대륙에서만 사는 특별한 동물이다. 인근의 ‘와일드 라이프 월드’에 가면 캥거루 코알라는 물론 에뮤(타조처럼 생긴 새)와 더불어 희귀 조류, 나비 등을 볼 수 있다. 즉석에서 코알라와 기념사진(유료) 촬영도 한다.


이 로맨틱한 부둣가. 앞바다로는 ‘제트 블래스트 라이드’가 오갔다. 초대형 현수교인 하버브리지와 오페라하우스를 시속 75km로 달리는 제트보트. 35분간의 질주는 스릴 그 자체다. 180도 회전에 개구리 점프까지. 제공된 비옷을 입어도 한바탕의 물벼락은 피할 수 없다. 산책 도중에 킹스트리트 워프(King Street Wharf) 부둣가를 지나다가 한 건물의 레스토랑을 찾았다.

▲세계의 미항 시드니하버를 하늘에서 내려다본 광경. 시드니의 복잡한 해안지형을 남북으로 연결하는 시드니하버브리지 오른 쪽 끝 위로 시드니오페라하우스가 보인다. 시드니항은 오페라하우스 위쪽이다. [사진제공=뉴사우스웨일스주 관광청]


이름은 ‘닉스 바 앤드 그릴’. 시푸드와 스테이크, 이탈리아 음식 등 다양하다. 그중에도 질 좋고 저렴한 호주산 비프스테이크(티본스테이크 600g에 3만1500원)는 누구나 좋아할 메뉴다.

134m 현수교 오르며 미항의 진면목 감상
시드니의 밤은 그 자체로 ‘매직’(마술)이다. 그 마법에 걸린 항구의 야경을 감상하기에 ‘시드니 쇼 보트 디너 크루즈’만 한 것이 없다. 매일 오후 7시 30분 킹스트리트 워프를 떠나 오후 10시에 돌아온다. 젊은 연인들에게는 로맨틱한 데이트 코스로, 가족들에게는 생일파티 이벤트 장으로 인기다. 선상에서 카바레쇼를 보며 코스 요리로 저녁 식사를 한다. 팔등신 미녀들이 출연해 부채춤 등 세계 각국의 춤을 선보인다.


둘째 날 역시 시드니 항에서 하루를 보낸다. 시드니를 다녀온 사람은 헤아릴 수 없이 많아도 정작 미항의 진면목을 본 사람은 거의 없다. 왜냐면 ‘하버 브리지 클라이밍’을 하지 않고서는 볼 수 없어서다. 오페라하우스 앞 시드니 만(灣)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철제 아치형 현수교(하버브리지)를 등산하듯 오르는 것으로 목적지는 수면 위 134m 높이의 아치 꼭대기.

▲수면위 134m의 하버브리지 아치의 꼭대기를 걸어서 오르는 하버브리지클라이밍이야말로 미항 시드니의 진정한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투어다. 제공한 방풍의를 입고 아치의 정점에 올라 안전장치로 몸을 난간에 확보한 관광객 뒤로 시드니항이 내려다 보인다. [사진제공=하버브리지클라이밍]


여기에 서면 시드니항과 주변 바다 풍광이 360도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매표소에 ‘환영합니다’라고 쓴 한글 안내문이 보일 만큼 한국인도 많이 찾는다. 위험해 보이기는 해도 실제 해보면 안전하다고 한다. 추락방지용 안전장치와 경험이 풍부한 가이드의 통솔이 있기 때문이다. 강풍이나 폭풍만 아니면 언제든, 고소 공포증만 없다면 누구든 오를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가장 멋진 풍경은 새벽과 낙조 때 펼쳐진다.


여기에 오른 유명 인사도 많다. 할리우드 스타인 로버트 드니로와 조디 포스터, 맷 데이먼, 윌 스미스, 영국 왕실의 해리 왕자와 미국의 앨 고어 전 부통령, 여자 테니스 세계챔피언 모니카 셀레스와 미국 가수 브루스 스프링스턴, 호주 출신의 여배우 니콜 키드먼과 100세를 맞은 여성 등반가 등이 그들이다.


오페라하우스 공연 웅장한 울림 못 잊어
오페라하우스는 시드니의 얼굴이자 21세기 호주의 ‘문화적 기함(旗艦)’이라고 평가받는 명소다. 그런데 대부분 여행객은 그 겉모습만 보고 기념 촬영을 하는 데 만족한다. 그러나 이제는 거기 담긴 문화 콘텐츠까지 살펴볼 수 있는 여유를 가져야 할 때가 아닐까. 그래서 티켓을 샀다. 콘서트홀(2700석)에서 펼쳐진 재즈 매스터 해리 코닉 주니어의 공연이었다.

▲07년6월 유네스코의 세계유산에 지정된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 시드니항의 시드니오페라하우스. [사진제공=뉴사우스웨일스주 관광청]


그날 해리 코닉 주니어의 무대는 열정 그 자체였다. 공연도 좋았지만 그 멋진 건축에서 퍼져 나오는 소리의 울림 또한 기막혔다. 재즈가 전 연령층의 감성을 아우르는 음악임을 보여준 공연이었다. 한국인으로는 1999년에 패티 김이 여기서 공연했다. 이번 시즌에는 오페라 라보엠과 카르멘이 공연되고 있다.


일정 중 하루쯤은 항구 근방의 고급 호텔에 투숙해 보자. 하버브리지와 오페라하우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36층 규모의 ‘샹그릴라 호텔 시드니’를 권한다. 옛 세관 건물을 개보수한 ‘카페 시드니’의 디너는 시드니항 투어의 하이라이트로 남을 만한 멋진 곳이다. 귓불을 간질이는 부드러운 바닷바람을 느끼며 즐기는 고급스러운 만찬. 당신이라면 충분히 누릴 자격이 있다.

호주의 대표축제 총 출동 '로열이스터쇼 흥미진진

혹시 내년에 호주로 자유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들. 3월 중순을 적극 권한다. ‘시드니 로열이스터쇼(Sydney Royal Easter Show)’ 때문이다. 이 쇼는 호주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축제(장소 시드니올림픽콤플렉스)로 올해는 3월 20일∼4월 2일 열렸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장이나 축제 관계자는 꼭 한번 봤으면 한다. 삼겹살 굽는 냄새가 나지 않고 정체불명의 물건을 파는 어수선한 팔도장터에 축제장이 점령당하지도 않는 깔끔한 축제여서다.


오전 9시 시드니 중앙역. 기차는 25분 만에 행사장으로 데려다주었다. 행사는 다채로웠다. 꽃 정원 다듬기 쇼, 울 패션 수상작 퍼레이드, 마장 마술대회, 차력과 스턴트쇼, 통나무 자르기 대회, 양털 깎기 대회, 우유 짜기 대회, 가축 퍼레이드, 애완견 장애물 통과 경기 등등…. 포대 자루를 깔고 타는 미끄럼틀은 종일 붐볐다.


대형 돔에는 농수산물과 특산품 장이 섰는데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5개 지역의 대표적 특산 과일과 곡물로 그린 초대형 그림 앞에서는 입이 절로 벌어진다. 거기에는 럭비 경기와 농촌 풍경 그리고 토종 동식물이 조각그림 맞추기 형식으로 정교하게 들어 있었다. 즉석에서 사과 수박 초밥 연어 등을 사먹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여행정보

◇항공로=아시아나항공이 인천∼시드니 직항로 운항. 10시간 소요. 시차는 2시간.

◇환율=1호주달러가 900원 정도.

◇즐길 거리

▽어트랙션 △제트 블래스트 라이드 : 성인 65달러(이하 호주달러), 어린이(16세 이하·키 130cm 이상) 45달러, 4인 패밀리티켓 190달러(어른 2명+어린이 2명). www.sydneyjet.com.au
▽시드니 아쿠아리움: www.sydneyaquarium.com.au
▽와일드 라이프 월드: www.sydneywildlifeworld.com.au
▽시드니 쇼 보트 디너크루즈: 다섯 가지 향신료를 발라 구운 바닷가재에 계절 야채요리를 곁들인 음식 값은 1인당 125달러. 기념사진 촬영은 15달러. 한글 메뉴도 있다. www.sydneyshowboats.com.au
▽하버브리지 클라이밍(Harbour Bridge Climbing)=12명 단위로 조를 이뤄 가이드를 따라 아치의 정점을 오른다. 다리 점검을 위해 제작 때 미리 만들어둔 통로와 난간을 통해 오른다. 지상 교육(무전기 및 안전 확보장치 사용법)을 포함해 모두 4시간 소요. 가격은 시간대별로 다르다. ①평일 낮밤: 어른 220달러, 어린이 140달러 ②해질녘: 어른 270달러, 어린이 195달러 ③새벽: 어른 295달러, 어린이 195달러. 등정증명서도 발급한다. www.bridgeclimb.com
▽시드니오페라하우스=1973년 국제공모로 완공. 거대한 조가비 혹은 바람을 가득 안은 세일보트의 돛 모양 구조물 10개로 구성됐다. 겉은 타일(100만 개)로, 내부는 콘크리트와 나무로 장식됐다. 티켓 창구(남쪽)를 기준으로 왼쪽이 콘서트홀, 오른쪽이 오페라하우스. 세계 최대 규모의 파이프 오르간이 있고 음향 구조는 합창 공연에 최고다. 30분짜리 한국어 안내투어도 있는데 가격은 16달러. www.sydneyoperahouse.com
◇식사 △닉스 바 앤드 그릴(Nick's Bar & Grill): 바닷가재 78달러, 연어구이 필레 33달러, 티본스테이크(600g) 35달러. 키드메뉴는 13.50달러. www.nicksbarngrill.com.au △카페 시드니: www.cafesydney.com
◇숙박 △샹그릴라 호텔 시드니 www.shangri-la.com
◇시드니 로열 이스터쇼=www.eastershow.com.au


시드니=오명철 전문기자 oscar@donga.com

Posted by 동봉
,

47km 골드코스트! 매혹적인 최고 휴양지

《이제부턴 호주여행이 좀 더 화려해진다.지난달 대한항공의 멜버른 취항 덕분이다. 멜버른은 호주 대륙 남쪽에 위치한 빅토리아 주의 주도. 시드니, 브리즈번(뉴사우스웨일스, 퀸즐랜드 주)과 더불어 호주를 대표하는 도시다. 대한항공은 이 두 도시에 이어 관광중심지인 멜버른에 취항한다. 이를 계기로 찾는 이가 더욱 많아질 골드코스트(브리즈번 근방)와 그레이트 오션 로드(멜버른 근방)를 중심으로 2회에 걸쳐 관광지를 둘러본다.》


47km 금빛 해변… 자연-테마파크 매혹적인 최고 휴양지
‘The Biggest island, the smallest continent’(세상에서 가장 큰 섬, 세상에서 가장 작은 대륙). 호주를 이르는 말이다. ‘오대양 육대주’인 지구에서 호주(오세아니아 대륙)는 섬이 아닌 ‘육대주’에 포함된다.


호주대륙 개발의 역사, 퀀태스 항공
1786년부터 뉴사우스웨일스 주에 죄수 송출을 시작으로 호주대륙 경영에 나선 영국. 20세기가 열리면서 영국은 고민에 빠졌다. 땅은 너무 크고 대륙의 중심은 사막이며 브리즈번 북부의 동부해안은 대보초가 있어 선박 출입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영국 왕실은 공군 조종사 2명을 호주에 파견했다. 대륙 경영을 위한 필수 조건인 도로망 확충을 위한 답사가 그 임무였다.


이들 두 사람은 귀국해 보고를 마친 다음 전역을 신청했다. 퇴역하자마자 이들은 호주를 다시 찾았고 곧바로 항공사를 차렸다. 대륙북부(현재의 노던테리토리 주)의 다윈과 대보초 해안의 중심관광지 케언스(퀸즐랜드 주)를 오가는 우편행낭 배달이 주 업무였다. 당시 다윈은 인도네시아로부터 끌어댄 해저케이블로 영국과 전보통신이 가능했던 호주 유일의 통신포스트였다. 케언스는 열대플랜테이션 작물(사탕수수 열대과일)을 실어 나르던 대보초해안의 유일한 무역항이었다.


이들은 다윈에서 주로 모르스부호로 전달된 전문을 옮겨 적은 편지와 서류를 무역항 케언스로 배달하는 우편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다. 항공사 이름도 ‘퀸즐랜드와 노던테리토리를 오가는 항공서비스’(Queensland And Northern Territory Aerial Services)라고 지었다. 이 항공사의 약자는 ‘QANTAS’였다. 호주국적항공사 퀀태스의 시초는 이랬다.

▲호주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해안으로 꼽히는 골드코스트. 천혜의 자연과 현대적인 시설이 잘 어우러진 곳이다. 윈드서핑 테마파크 골프 헬기관광 등 어린이부터 청소년,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레저활동을 즐길 수 있다. [사진제공= 퀸즐랜드주정부 관광청]

샌프란시스코를 닮은 브리즈번
항구도시 시드니는 ‘세계 3대 미항’이다. 들고남이 복잡 다단한 해안선에서 그 아름다움이 시작된다. 진면목을 보고 싶으면 ‘하버브리지 클라이밍’이 제격이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아치형 다리의 철골 구조물 꼭대기까지 걸어 오르는 투어다. 수면 위 134m 지점의 아치 꼭대기에 서면 바다와 시드니 항이 360도로 조망된다.


브리즈번의 아름다움은 그 성격이 다르다. 시드니가 뉴욕이라면 브리즈번은 샌프란시스코다. 유려하게 굽어 도심을 관통하는 브리즈번 강변 풍광은 일품이다. 그리스 복고풍의 시청사로 상징되는 도심(킹조지 광장)은 조용하면서 기품 있고 깔끔하다. 반면 사우스뱅크로 상징되는 강변 도시의 풍광은 마치 공원처럼 아기자기하다.


사우스뱅크야말로 상큼한 도시 브리즈번의 매력이 발산되는 곳이다. 얼마나 매혹적이었던지 이곳을 찾던 첫날 은퇴 후 정착지 가운데 하나로 생각하게 되었을 정도다. 사우스뱅크의 명소는 파크랜드다. 1988년 세계엑스포가 열린 곳으로 강변에 카페와 레스토랑이 자전거도로 산책로와 더불어 펼쳐진다. 이곳은 주말이면 시민들이 즐겨 찾는 피크닉 장소다. 바비큐 화로에 가스버너까지 설치돼 있을 만큼 시민에 대한 배려가 지극하다.


브리즈번은 날씨도, 기후도 좋다. 온대성인 시드니와 달리 아열대성이어서 늘 팜트리 잎이 하늘거리는 도시에서 추위 없이 지낼 수 있다. 바다가 지척이지만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모턴과 사우스스트라드브로크라는 두 섬이 태평양의 바람과 파도를 막아 준 덕분이란다.

▲퀸즐랜드주 브리즈번시 근처의 탕갈루마 리조트에서는 관광객들이 야생 돌고래를 관찰하고 먹이도 줄 수 있다. [사진제공= 탕갈루마 리조트]

브리즈번 주변의 아일랜드 리조트
모턴 섬에는 탕갈루마 리조트, 사우스스트라드브로크 섬에는 코란코브 리조트가 있다. 재미있게도 이들 리조트의 테마는 모두 ‘친환경’이다. 탕갈루마 리조트의 모턴 섬은 전체가 사구(砂丘)지형의 국립공원이다. 반면 코란코브리조트의 사우스스트라드브로크 섬은 레인포리스트(열대우림)가 우거졌다. 휴식과 야외활동이 모두 이 자연 환경 안에서 펼쳐진다.

▲코란코브 리조트의 호수 위에 자리잡은 워터프런트 호텔. 골드코스트 근방의 사우스스트라드브로크 섬에 있는 생태관광형 고품격 리조트다.


탕갈루마 리조트는 지구상 유일하게 야생 돌고래와 휴양객의 만남이 이뤄지는 이코투어(생태관광) 리조트다. 매일 밤 7, 8마리가 십수 년째 리조트를 찾는다. 밤이면 해변에서 이 진귀한 방문객에게 휴양객이 직접 생선을 주는 체험행사가 펼쳐진다. 코란코브 리조트는 에어컨 대신 자연 환풍 구조를 갖춘 숲 속의 통나무집, 에너지 소모량을 객실 모니터로 확인하는 호화로운 워터프런트 호텔로 이름난 곳. 레인포리스트 체험, 한밤중 천체 관측, 해변 산책과 선셋크루즈 등 자연을 즐기는 이벤트가 많다.


47km의 금빛 모래 해변, 골드코스트
브리즈번에서 남쪽으로 70km쯤 가면 금빛 모래 해변이 아름다운 휴양지, 골드코스트가 나온다. 3만 km의 호주 해안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고 소문난 곳이니 만큼 호주 여행길에 빼놓을 수 없는 ‘머스트 시’ 관광지다. 여기의 백미라면 서핑 해변 ‘서퍼스 파라다이스’다. 서핑은 직접 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구경하는 것도 즐겁다. 헬기를 타고 골드코스트 해안을 공중에서 감상하면서 서핑까지 눈으로 즐긴다면 더 부러울 게 없다.


이런 골드코스트지만 10년 전부터는 테마파크 관광지로 더 인기다. 워너브러더스 무비월드, 시월드, 드림월드, 웨튼와일드 워터월드 등 대규모 테마파크가 몰려 있어서다. 디즈니월드와 유니버설스튜디오, 타이푼라군, 부시가든 등 초대형 테마파크로 하나의 도시를 형성한 미국의 올랜도(플로리다 주)를 그대로 옮긴 듯한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여행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

▲탕갈루마 리조트가 있는 모튼 섬의 사구에서 즐기는 모래썰매. 모턴 섬은 온통 사구로 이뤄진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섬으로 면적의 97%가 국립공원 지역이다.


무비월드에 가면 워너브러더스 제작 영화의 주인공과 캐릭터는 물론 그 영화를 소재로 한 갖가지 라이드와 체험관으로 이뤄진 영화 주제 테마파크. 유니버설스튜디오와 비슷한 콘셉트다.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영화 ‘폴리스아카데미’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자동차스턴트 쇼. 시월드 역시 미국 샌디에이고의 호주 판이라 할 만한 해양생물 파크. 돌고래쇼와 수상스키쇼가 역시 최고 인기다. 드림월드는 120m에서 낙하하는 자이로드롭과 시속 85km 속도의 롤러코스터 등으로 이뤄진 호주판 디즈니랜드 놀이공원. 웨튼와일드 역시 미국을 대표하는 워터파크로 호주 것도 이와 비슷하다.

골퍼스 파라다이스, 골드코스트
골드코스트에는 고품격의 골프 리조트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하얏트호텔이 있는 생추어리코브와 호주여자마스터스 개최지인 로열파인스 리조트. 골프코스는 물론 전용선착장까지 갖춰 라운드 후에는 선상파티까지 즐길 수 있는 고급 리조트다. 골드코스트 주변의 골프장 수는 약 200여 개. 이 중 챔피언십 코스만 40여 개가 있다.


브리즈번= 여행전문리포터 동분서분report2@dkbnews.com

◇항공편
▽브리즈번 직항 노선=대한항공이 주5회 운항. 9시간 소요. △인천 출발=화 수 목 토 일요일 오후 7시 40분 △브리즈번 도착=수 목 금 일 월요일 오전 6시 20분(10월 28일부터 시작되는 동계스케줄 기준).


◇관광 정보
▽호주정부=www.eaustralia.or.kr ▽퀸즐랜드 △주정부=www.tq.com.au △브리즈번(www.ourbrisbane.com)=북반구인 한국과 달리 남반구의 호주는 이제 막 봄을 맞았다. 브리즈번 기온은 봄(9∼11월) 15∼25도, 여름(12∼2월) 20∼25도. 여행하기에 아주 좋은 기온과 날씨다. △골드코스트=www.goldcoasttourism.com.au △리조트 ①코란코브 리조트=www.couran-cove.com ②탕갈루마 와일드 돌핀 리조트=www.tangalooma.co.kr ③시월드 나라리조트(http://seaworldnara.com.au)=시월드와 모노레일로 연결. △테마파크


①WB무비월드=www.movieworld.com.au ②시월드=www.seaworld.com.au ③드림월드=www.dreamworld.com.au ④웨튼와일드 워터월드=www.wetnwild.com.au ⑤파라다이스컨트리(www.paradisecountry.com.au)=양털 깎기 등 호주 전통 삶을 보여 주는 곳. △골프리조트 ①생추어리 코브=www.sanctuarycove.com ②로열파인스 리조트=www.royalpines.com.au


○ 골드코스트&브리즈번 패키지여행
시월드나라 리조트에 묵으며 테마파크와 와이너리 투어가 포함된 5박 6일 일정의 상품이 판매 중. 12월 16일까지 매주 토 일요일에 출발. 169만 원. 현대드림투어 02-723-2233

Posted by 동봉
,

47km 골드코스트! 매혹적인 최고 휴양지

《이제부턴 호주여행이 좀 더 화려해진다.지난달 대한항공의 멜버른 취항 덕분이다. 멜버른은 호주 대륙 남쪽에 위치한 빅토리아 주의 주도. 시드니, 브리즈번(뉴사우스웨일스, 퀸즐랜드 주)과 더불어 호주를 대표하는 도시다. 대한항공은 이 두 도시에 이어 관광중심지인 멜버른에 취항한다. 이를 계기로 찾는 이가 더욱 많아질 골드코스트(브리즈번 근방)와 그레이트 오션 로드(멜버른 근방)를 중심으로 2회에 걸쳐 관광지를 둘러본다.》


47km 금빛 해변… 자연-테마파크 매혹적인 최고 휴양지
‘The Biggest island, the smallest continent’(세상에서 가장 큰 섬, 세상에서 가장 작은 대륙). 호주를 이르는 말이다. ‘오대양 육대주’인 지구에서 호주(오세아니아 대륙)는 섬이 아닌 ‘육대주’에 포함된다.


호주대륙 개발의 역사, 퀀태스 항공
1786년부터 뉴사우스웨일스 주에 죄수 송출을 시작으로 호주대륙 경영에 나선 영국. 20세기가 열리면서 영국은 고민에 빠졌다. 땅은 너무 크고 대륙의 중심은 사막이며 브리즈번 북부의 동부해안은 대보초가 있어 선박 출입이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영국 왕실은 공군 조종사 2명을 호주에 파견했다. 대륙 경영을 위한 필수 조건인 도로망 확충을 위한 답사가 그 임무였다.


이들 두 사람은 귀국해 보고를 마친 다음 전역을 신청했다. 퇴역하자마자 이들은 호주를 다시 찾았고 곧바로 항공사를 차렸다. 대륙북부(현재의 노던테리토리 주)의 다윈과 대보초 해안의 중심관광지 케언스(퀸즐랜드 주)를 오가는 우편행낭 배달이 주 업무였다. 당시 다윈은 인도네시아로부터 끌어댄 해저케이블로 영국과 전보통신이 가능했던 호주 유일의 통신포스트였다. 케언스는 열대플랜테이션 작물(사탕수수 열대과일)을 실어 나르던 대보초해안의 유일한 무역항이었다.


이들은 다윈에서 주로 모르스부호로 전달된 전문을 옮겨 적은 편지와 서류를 무역항 케언스로 배달하는 우편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다. 항공사 이름도 ‘퀸즐랜드와 노던테리토리를 오가는 항공서비스’(Queensland And Northern Territory Aerial Services)라고 지었다. 이 항공사의 약자는 ‘QANTAS’였다. 호주국적항공사 퀀태스의 시초는 이랬다.

▲호주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해안으로 꼽히는 골드코스트. 천혜의 자연과 현대적인 시설이 잘 어우러진 곳이다. 윈드서핑 테마파크 골프 헬기관광 등 어린이부터 청소년,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레저활동을 즐길 수 있다. [사진제공= 퀸즐랜드주정부 관광청]

샌프란시스코를 닮은 브리즈번
항구도시 시드니는 ‘세계 3대 미항’이다. 들고남이 복잡 다단한 해안선에서 그 아름다움이 시작된다. 진면목을 보고 싶으면 ‘하버브리지 클라이밍’이 제격이다. 바다를 가로지르는 아치형 다리의 철골 구조물 꼭대기까지 걸어 오르는 투어다. 수면 위 134m 지점의 아치 꼭대기에 서면 바다와 시드니 항이 360도로 조망된다.


브리즈번의 아름다움은 그 성격이 다르다. 시드니가 뉴욕이라면 브리즈번은 샌프란시스코다. 유려하게 굽어 도심을 관통하는 브리즈번 강변 풍광은 일품이다. 그리스 복고풍의 시청사로 상징되는 도심(킹조지 광장)은 조용하면서 기품 있고 깔끔하다. 반면 사우스뱅크로 상징되는 강변 도시의 풍광은 마치 공원처럼 아기자기하다.


사우스뱅크야말로 상큼한 도시 브리즈번의 매력이 발산되는 곳이다. 얼마나 매혹적이었던지 이곳을 찾던 첫날 은퇴 후 정착지 가운데 하나로 생각하게 되었을 정도다. 사우스뱅크의 명소는 파크랜드다. 1988년 세계엑스포가 열린 곳으로 강변에 카페와 레스토랑이 자전거도로 산책로와 더불어 펼쳐진다. 이곳은 주말이면 시민들이 즐겨 찾는 피크닉 장소다. 바비큐 화로에 가스버너까지 설치돼 있을 만큼 시민에 대한 배려가 지극하다.


브리즈번은 날씨도, 기후도 좋다. 온대성인 시드니와 달리 아열대성이어서 늘 팜트리 잎이 하늘거리는 도시에서 추위 없이 지낼 수 있다. 바다가 지척이지만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는다. 모턴과 사우스스트라드브로크라는 두 섬이 태평양의 바람과 파도를 막아 준 덕분이란다.

▲퀸즐랜드주 브리즈번시 근처의 탕갈루마 리조트에서는 관광객들이 야생 돌고래를 관찰하고 먹이도 줄 수 있다. [사진제공= 탕갈루마 리조트]

브리즈번 주변의 아일랜드 리조트
모턴 섬에는 탕갈루마 리조트, 사우스스트라드브로크 섬에는 코란코브 리조트가 있다. 재미있게도 이들 리조트의 테마는 모두 ‘친환경’이다. 탕갈루마 리조트의 모턴 섬은 전체가 사구(砂丘)지형의 국립공원이다. 반면 코란코브리조트의 사우스스트라드브로크 섬은 레인포리스트(열대우림)가 우거졌다. 휴식과 야외활동이 모두 이 자연 환경 안에서 펼쳐진다.

▲코란코브 리조트의 호수 위에 자리잡은 워터프런트 호텔. 골드코스트 근방의 사우스스트라드브로크 섬에 있는 생태관광형 고품격 리조트다.


탕갈루마 리조트는 지구상 유일하게 야생 돌고래와 휴양객의 만남이 이뤄지는 이코투어(생태관광) 리조트다. 매일 밤 7, 8마리가 십수 년째 리조트를 찾는다. 밤이면 해변에서 이 진귀한 방문객에게 휴양객이 직접 생선을 주는 체험행사가 펼쳐진다. 코란코브 리조트는 에어컨 대신 자연 환풍 구조를 갖춘 숲 속의 통나무집, 에너지 소모량을 객실 모니터로 확인하는 호화로운 워터프런트 호텔로 이름난 곳. 레인포리스트 체험, 한밤중 천체 관측, 해변 산책과 선셋크루즈 등 자연을 즐기는 이벤트가 많다.


47km의 금빛 모래 해변, 골드코스트
브리즈번에서 남쪽으로 70km쯤 가면 금빛 모래 해변이 아름다운 휴양지, 골드코스트가 나온다. 3만 km의 호주 해안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고 소문난 곳이니 만큼 호주 여행길에 빼놓을 수 없는 ‘머스트 시’ 관광지다. 여기의 백미라면 서핑 해변 ‘서퍼스 파라다이스’다. 서핑은 직접 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구경하는 것도 즐겁다. 헬기를 타고 골드코스트 해안을 공중에서 감상하면서 서핑까지 눈으로 즐긴다면 더 부러울 게 없다.


이런 골드코스트지만 10년 전부터는 테마파크 관광지로 더 인기다. 워너브러더스 무비월드, 시월드, 드림월드, 웨튼와일드 워터월드 등 대규모 테마파크가 몰려 있어서다. 디즈니월드와 유니버설스튜디오, 타이푼라군, 부시가든 등 초대형 테마파크로 하나의 도시를 형성한 미국의 올랜도(플로리다 주)를 그대로 옮긴 듯한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여행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

▲탕갈루마 리조트가 있는 모튼 섬의 사구에서 즐기는 모래썰매. 모턴 섬은 온통 사구로 이뤄진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섬으로 면적의 97%가 국립공원 지역이다.


무비월드에 가면 워너브러더스 제작 영화의 주인공과 캐릭터는 물론 그 영화를 소재로 한 갖가지 라이드와 체험관으로 이뤄진 영화 주제 테마파크. 유니버설스튜디오와 비슷한 콘셉트다. 가장 인기 있는 곳은 영화 ‘폴리스아카데미’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자동차스턴트 쇼. 시월드 역시 미국 샌디에이고의 호주 판이라 할 만한 해양생물 파크. 돌고래쇼와 수상스키쇼가 역시 최고 인기다. 드림월드는 120m에서 낙하하는 자이로드롭과 시속 85km 속도의 롤러코스터 등으로 이뤄진 호주판 디즈니랜드 놀이공원. 웨튼와일드 역시 미국을 대표하는 워터파크로 호주 것도 이와 비슷하다.

골퍼스 파라다이스, 골드코스트
골드코스트에는 고품격의 골프 리조트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하얏트호텔이 있는 생추어리코브와 호주여자마스터스 개최지인 로열파인스 리조트. 골프코스는 물론 전용선착장까지 갖춰 라운드 후에는 선상파티까지 즐길 수 있는 고급 리조트다. 골드코스트 주변의 골프장 수는 약 200여 개. 이 중 챔피언십 코스만 40여 개가 있다.


브리즈번= 여행전문리포터 동분서분report2@dkbnews.com

◇항공편
▽브리즈번 직항 노선=대한항공이 주5회 운항. 9시간 소요. △인천 출발=화 수 목 토 일요일 오후 7시 40분 △브리즈번 도착=수 목 금 일 월요일 오전 6시 20분(10월 28일부터 시작되는 동계스케줄 기준).


◇관광 정보
▽호주정부=www.eaustralia.or.kr ▽퀸즐랜드 △주정부=www.tq.com.au △브리즈번(www.ourbrisbane.com)=북반구인 한국과 달리 남반구의 호주는 이제 막 봄을 맞았다. 브리즈번 기온은 봄(9∼11월) 15∼25도, 여름(12∼2월) 20∼25도. 여행하기에 아주 좋은 기온과 날씨다. △골드코스트=www.goldcoasttourism.com.au △리조트 ①코란코브 리조트=www.couran-cove.com ②탕갈루마 와일드 돌핀 리조트=www.tangalooma.co.kr ③시월드 나라리조트(http://seaworldnara.com.au)=시월드와 모노레일로 연결. △테마파크


①WB무비월드=www.movieworld.com.au ②시월드=www.seaworld.com.au ③드림월드=www.dreamworld.com.au ④웨튼와일드 워터월드=www.wetnwild.com.au ⑤파라다이스컨트리(www.paradisecountry.com.au)=양털 깎기 등 호주 전통 삶을 보여 주는 곳. △골프리조트 ①생추어리 코브=www.sanctuarycove.com ②로열파인스 리조트=www.royalpines.com.au


○ 골드코스트&브리즈번 패키지여행
시월드나라 리조트에 묵으며 테마파크와 와이너리 투어가 포함된 5박 6일 일정의 상품이 판매 중. 12월 16일까지 매주 토 일요일에 출발. 169만 원. 현대드림투어 02-723-2233

Posted by 동봉
,

새들과 친구가 되는 색다른 경험
[호주 골드 코스트 여행기 ⑥] 커럼빈 야생동물원의 '진홍잉꼬 먹이주기'
정철용(ccypoet) 기자
이미 1950년대에 프랑스의 문예사상가 롤랑 바르트는, 격투기와 레슬링 관전에 바쳐지는 관중들의 열광에 대한 사회심리적 분석을 통하여, 현대 사회가 '스펙터클(spectacle)'의 사회임을 밝혀낸 바 있다.

이후 각 가정마다 급속히 보급된 텔레비전의 대중화에 힘입어 스펙터클은 더욱 일상화되었고, 낯선 곳에서의 비일상적이고 모험으로 가득 찬 새로운 경험이 되어야 마땅한 여행조차도 이제는 스펙터클에 물들고 말았다. 요컨대, 여행이란 이미 익숙해진 이미지들을 실제로 가서 보고 확인하고 소비하는 행위, 즉 관광의 동의어로 전락해버리고 만 것이다.

관광 상품으로 전락한 여행

관광에서는 일상의 시간과 여행의 시간을 구분해주는 경계인 모험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모험이 사라지고 난 그 빈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익숙한 스펙터클이다. 매년 휴가철마다 호객행위를 하는 여행 패키지 상품은 그 대표적인 예다. 우리는 우르르 떼로 몰려가 똑같은 배경에 얼굴만 달라진 사진 몇 장을 찍어 와서 그 여행을 추억한다. 그러나 그것은 여행이 아니라 관광이다.

이러한 휴가철의 여행 패키지 상품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우리가 다녀오는 대부분 여행이 관광이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하지 못한다. 우리에게 있어, 여행이란 단지 낯선 곳에서 좀 더 한갓지게 보내는 특별한 일상의 형식이 된 지 벌써 오래이기 때문이다. 아니 패키지 여행의 경우에는 오히려 일상보다 더 바쁜 일정인 경우가 허다해서, 여행을 통해서 우리가 얻으려는 삶의 재충전이나 휴식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우리가 이번에 다녀온 골드 코스트 여행은 이미 일정이 짜여져 있는 패키지 상품이 아니었으니, 그런 면에서는 다행이었다. 하지만 골드 코스트에서 우리가 다녀온 곳들은 관광지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인공적인 볼거리의 극치인 세 군데의 테마 파크들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자연 속에 자리잡고 있는 커럼빈 야생동물원도 마찬가지였다. 테마 파크와 동물원은 모두 볼거리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점에서, 스펙터클의 사회에 가장 부합하는 관광상품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들 관광지에서 시간대 별로 보여주고 있는 각종 쇼(show)들은 이러한 사실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씨 월드'의 돌고래 쇼와 물개 쇼, '무비 월드'의 폴리스 아카데미 스턴트 쇼와 올스타 퍼레이드, '드림 월드'의 농장 쇼, '커럼빈 야생동물원'의 딩고, 뱀, 새들이 등장하는 각종 야생동물 쇼와 원주민 민속공연 등은 그 자체가 커다란 볼거리인 이들 관광지 안에서 마치 시간대 별로 편성해 놓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처럼 운영되고 있었다.

떼거리로 몰려와 의자에 앉아서 바라보아야 하는 그 쇼들은 텔레비전에서 우리가 익숙하게 보아 온 스펙터클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 접시 안의 먹이를 홀짝이는 진홍잉꼬새 무리
ⓒ2005 정철용

이번 여행에서 건진 뜻밖의 보물

우리가 커럼빈 야생동물원을 거의 다 둘러보고 나오면서 마지막 남은 볼거리인 '진홍잉꼬새 먹이주기(Lorikeet Feeding)'를 거의 기대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나는 이것도 그저 다른 야생동물 쇼처럼, 조련사가 나와서 잉꼬 새들을 불러 먹이를 주고 그러면 새들은 재롱부리는, 평범한 쇼의 하나인 줄로만 여겼던 것이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가 그 어디에서도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것이었다. 모든 여행지마다 보물 하나씩은 숨겨져 있는 법인데, 이번 골드 코스트 여행에서 우리가 발견한 뜻밖의 보물은 바로 커럼빈 야생동물원의 이 '진홍잉꼬새 먹이주기'였다고 주저 없이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것은 몹시도 인상적인 경험이었다.

이른 아침과 늦은 오후 시간에, 하루 두 차례씩 벌어지는 '진홍잉꼬새 먹이주기'를 구경하기 위하여 우리가 출입문 안쪽의 넓은 광장에 도착했을 때는 오후 4시가 조금 안 된 시간이었다. 벌써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둥그렇게 설치해 놓은 철책 바깥쪽에 빽빽이 들어서고 있었고, 주위 나무들에도 깃털 색이 화려한 잉꼬들이 몰려들어 시끄러웠다.

예정된 시간인 오후 4시가 되자, 동물원의 직원 몇 사람이 커다란 은색의 금속통과 주전자와 접시들을 들고 나왔다. 그러자 주위 우거진 나무들에 몰려든 진홍 잉꼬새들의 술렁거림이 더욱 커졌다.

▲ 새들이 몰려 들기 전의 나뭇가지와 철골 바람개비는 텅 비어 있다.
ⓒ2005 정철용
▲ 잠시 후 새들이 몰려들어 앉아 있는 모습은 마치 화려한 꽃이 피어난 듯 하다.
ⓒ2005 정철용

사람들 접시로 몰려든 잉꼬들

동물원 직원들이 둘러 선 사람들에게 은색 접시들을 나눠주기 시작하자, 딸아이 동윤이도 잽싸게 사람들 틈을 비집고 들어가 접시 하나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나서 직원들은 주전자를 들고 다니면서 금속통에서 덜은 쌀뜨물 같은 새의 먹이를 사람들의 접시에다 부어주기 시작했다.

그리고 광장 가운데에 설치되어 있는 바람개비 모양의 철골 구조물 두 개에도 새의 먹이를 가득 담은 접시 몇 개를 올려놓았다.

과연 잉꼬들이 날아들 것인가. 사람들의 긴장된 마음은 단 몇 초가 지나기 전에 탄성이 되어 터져 나왔다. 잉꼬 몇 마리가 그 접시들 위에 날아들고, 그 무게 때문에 철골 구조물이 바람개비처럼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 옆에 가지만 앙상하게 드러나 있는 나무에도 잉꼬들이 수십 마리 몰려들어 마치 단풍 곱게 든 가을 나뭇잎처럼 보였다. 그 주위 나무들에는 족히 수백 마리가 넘어 보이는 잉꼬들이 앉아 마치 꽃이 핀 것 같고 주변 하늘에도 소식을 듣고 몰려드는 새들로 새까맸다.

눈치만 보고 있던 수백 마리의 그 새들 역시 오래지 않아 광장으로 내려와 앙상한 나뭇가지에, 다시 철골 바람개비에, 그리고 마침내는 사람들이 들고 서 있는 접시 위에까지 날아가 앉았다. 얼굴 가득 웃음을 물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야생의 진홍잉꼬들은 전혀 두려움 없이 접시 위의 먹이를 홀짝였다.

여기저기서 들리는 탄성과 웃음소리. 비록 먹이를 매개로 한 새와 인간과의 만남이었지만, 그 모습은 감동적인 데가 있었다. 천진난만한 자연의 친구였던 아씨시의 성 프란치스코 수도사의 모습이 저러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동윤이가 서 있는 쪽으로는 어쩐 일인지 좀처럼 잉꼬들이 날아들지 않았다. 동윤이는 부러운 눈으로 반대편 쪽을 쳐다보면서, 자신의 접시에도 잉꼬들이 날아들기를 안타깝게 기다렸다. 그렇게 아무 소득도 없이 벌받는 자세로 30분 정도를 보냈을까. 잉꼬들이 몰려들어 먹이 먹이기에 성공한 한 떼의 사람들이 무리에서 빠져나가자, 참지 못한 동윤이는 마침내 그 쪽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러나 새들은 이미 배가 많이 불렀는지 좀처럼 날아들 기미가 안 보였다. 거의 울상이 다 된 동윤이의 얼굴. 옆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아내와 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동윤이에게 그만 가자고 말할 수가 없었다. 여기서 포기한다면, 딸아이는 새들로부터 버림받은 기억을 평생토록 간직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래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

▲ 30분을 기다렸어도 딸아이의 접시에는 새들이 날아와 앉지 않았다.
ⓒ2005 정철용
▲ 마침내 날아든 새들의 모습에 딸아이의 얼굴이 활짝 피었다.
ⓒ2005 정철용
오랜 기다림은 마침내 보답을 받았다. 뒤늦게 찾아온 가슴 부근이 빨간 잉꼬들이 동윤이의 접시에 가득 몰려들었다. 동윤이의 얼굴에 가득 번지는 웃음. 너무나 많이 몰려들어서 그 무게 때문에 접시를 들고 있을 수가 없을 정도가 되었다.

잉꼬들은 사진을 찍어주느라 접시를 들고 있지 않았던 내 머리 위에까지 날아와 앉았다. 괜히 기분이 좋았다. 마치 내가 성 프란치스코처럼 착한 사람이라는 보증을 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내가 살고 있는 뉴질랜드의 새들도 사람들을 별로 무서워하는 기색이 없기는 해도, 이렇게 내 머리 위에까지 날아와 앉은 새들은 한 마리도 없었던 것이다.

뉴질랜드에서 카페 안에까지 들어와 접시를 쪼는 참새들과 먹을 것을 좀 던져달라고 빤히 사람들의 얼굴을 쳐다보는 갈매기들도 야생의 본능은 남아 있어 늘 사람들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을 생각해 볼 때, 이렇게 사람이 들고 있는 접시 위에 날아들어 아무 두려움 없이 먹이를 홀짝이고, 사람의 머리와 어깨에까지 날아와 앉는 야생 새들의 모습은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 사람의 머리 위까지 날아와 앉은 새
ⓒ2005 정철용
동윤이도 이번 골드 코스트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기억으로 커럼빈 야생동물원에서 오랫동안 기다려 마침내 성공한 '진홍잉꼬새 먹이주기'를 손꼽았다. 나중에 돌아와서 꼼꼼하게 안내책자를 읽어보니, 커럼빈 야생동물원의 시작이 바로 여기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즉, 1947년에 알렉스 그리피스(Alex Griffiths)라는 사람이 자신의 아름다운 정원을 보호하기 위한 방편으로 그 주변에 살던 야생 진홍잉꼬새들에게 먹이를 주기 시작했는데, 그러면서 이 일대에 더 많은 진홍잉꼬새들이 몰려들었다고 한다. 장관을 이루는 이 광경은 오래지 않아 골드 코스트의 관광상품이 되었고, 현재의 커럼빈 야생동물원으로까지 이어지는 관광명소로 자리잡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커럼빈 야생동물원의 '진홍잉꼬새 먹이주기'는 앞서 사용한 천박한 의미로의 관광이 결코 아니다. 그리고 호주 토종동물로만 이루어진 매우 자연적인 환경의 동물원이라고 해도 '야생'과는 거리가 있을 수밖에 없는 이 동물원에 '야생'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것도 바로 이 '진홍잉꼬새 먹이주기' 때문이다.

한 번도 자연과의 친화력을 경험해 본 일이 없는 사람도 자신이 들고 있는 접시에 새들이 날아들어 먹이를 홀짝이는 모습을 바라보는 순간, 자신이 자연에 속하는 존재임을 뜨겁게 자각하게 되리라.

그러니 호주의 골드 코스트에 가거든 테마 파크들만 둘러보지 말고, 커럼빈 야생동물원에도 꼭 다녀오기를 권한다. 커럼빈 야생동물원에 가서도, 그냥 우리 속에 갇힌 동물들과 야생동물 쇼만 보고 오지 말고, 이른 아침 8시와 늦은 오후 4시에 벌어지는 '진홍잉꼬새 먹이주기'를 꼭 하고 오도록 하라.

새들과 친구가 되는 그 특별한 경험을 하고 난 뒤라면, 여행에서 돌아와서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조금 더 착해져 있을 터이고, 우리의 일상도 자연 쪽으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서게 될 터이니 말이다.

Posted by 동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