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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일수록 그럴듯한 동물원이 하나씩 있다. 자연을 접할 기회도, 자연 속의 야생동물들도 좀처럼 보기 어려운 도시인들에게 동물원은 매우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개나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을 빼놓고는 평소에 동물을 제대로 구경해 본 적이 거의 없는 도시의 아이들에게는 소나 닭, 너구리와 다람쥐 등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축과 산짐승까지도 신기한 구경거리다. 하지만 동물원에서 주목받는 동물들은 단연 이국에서 실어온 야생 동물들이다. 비싼 수송비를 들여가면서까지 원래의 서식환경이나 기후와는 전혀 다른 곳으로 동물들을 실어 나르는 것은, 바다 건너 온 동물들이야말로 도시인들의 이국취향을 만족시켜주기에 더 없이 좋은 대상이기 때문이다. 동물원에서 사람들의 눈길을 오래 잡아 두는 것은 토종이 아니라 외래종이다. 동물원의 명성은 얼마나 많은 외래종을 확보하고 있는가에 크게 의존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골드 코스트에 있는 '커럼빈 야생동물원(Currmbin Wildlife Sanctuary)'은 정반대의 접근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는 동물원이다. 이 동물원은 온통 호주의 토종 동물들로만 채워져 있다. 딩고, 태즈메이니아 데빌, 캥거루, 코알라, 악어 등이 바로 그러한 동물들이다.
그래서 그랬을까. 동물원을 구경하다 보면 으레 느끼기 마련인 우리 속에 갇힌 동물들의 답답함이나 슬픔이 이곳에서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모습은 개를 꼭 닮았는데 주둥이를 쳐들며 울부짖는 소리는 늑대와 거의 구분이 안 가는 딩고(dingo), 몹시 살이 찐 커다란 쥐처럼 보이는 태즈메이니아 데빌(Tasmania Devil), 자동차 타이어에 구멍을 낼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한 강철 가시들로 무장한 가시두더쥐(echidna), 어린 돼지와 토끼의 얼굴을 반반씩 섞어 넣은 듯한 순한 얼굴의 웜바트(wombat) 등 평범해 보이지만 호주에서만 볼 수 있는 토종 동물들을 우리는 흥미롭게 구경했다.
잠에서 깨어나 유칼립투스 나뭇잎을 질겅질겅 씹거나 느릿느릿 나무를 타고 다른 자리로 옮기는 놈들도 더러 있기는 했다. 하지만 그들도 이내 기면 발작증에 걸린 환자처럼 순식간에 잠에 빠져들었다. 설명문에 따르면 코알라는 생애의 약 90%를 잠으로 보낸다고 한다. 코알라에게 삶은 곧 꿈인 셈이다. 코알라가 이렇게 잠꾸러기가 된 것은 유칼립투스 나뭇잎만 먹는 특이한 식성 때문이라고 한다. 코알라는 몸에 필수적인 수분조차도 오직 유칼립투스 나뭇잎을 통해서만 섭취한다. 이러한 특이한 식습관이 이 동물에게 '코알라' 라는 이름을 안겨주었다. '코알라'는 호주 원주민의 말로 '물을 마시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한다.
먹고 자는 것으로 평생을 살아가다니! 매일 아침마다 단잠을 깨우는 자명종 소리가 마치 꿈속에서 터지는 지뢰의 폭음처럼 들리고, 그 모자란 잠을 채우기 위하여 점심을 먹는 즐거움마저 단 10분으로 줄이고 그 나머지 시간은 노곤한 낮잠으로 채우는 도시의 직장인들은 이런 코알라의 팔자가 부러울지니! 다 큰 어른들조차도 코알라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런 선망도 조금은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거의 모든 아이들이 코알라에 매혹되는 것은, 야생 동물에게서 흔히 연상되는 공격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그 귀엽고 평화로운 모습 때문이다. 코알라는 아이들이 꿈꾸는 장난감 나라에 더 없이 잘 어울리는 동물이다. 그래서 그의 혼곤한 잠조차도 생물학적 현상이 아니라 마법사가 걸어 놓은 잠의 저주 탓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또 어린 새끼를 데리고 이동할 때 코알라는 등에 업는 방식을 취하는 반면, 캥거루는 복부에 있는 육아낭에 안고 다니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대조적이다. 우리는 먹이 주는 시간에 맞춰 캥거루가 떼지어 있는 곳에 도착했다. 사람들을 전혀 피하는 기색이 없이 캥거루들이 몰려들었다. 캥거루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앞발을 공손하게 모은 채, 동윤이의 손바닥에 놓인 과자 부스러기를 날름날름 잘도 받아먹었다.
입장할 때 받은 동물원 안내 지도를 보면 이제 주요 볼거리는 모두 보았다고 생각하고, 우리는 남아 있는 그 볼거리에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그거야말로, 이번 골드 코스트 여행에서 우리가 얻은 뜻밖의 기쁨이 될 줄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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