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대장정 제23구간 / 점봉산] 문화
본이름은 심·인삼…지금 인삼은 재배삼 뜻해
초목을 대표하는 상징물 산삼의 문화적 가치

백두대간에는 천연기념물이나 여러 종의 보호 동식물 및 멸종위기의 생물들이 살고 있다. 백두대간은 국토의 등줄기로서 생태축이자 중첩된 산악군으로 인하여 접근도가 낮고 상대적으로 개발이 덜된 지리적 특성 때문에 고유한 동식물종들도 다양하며, 우리는 그들을 토종 동식물, 혹은 자생 동식물종이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그 중에 산삼은 백두대간 영역에 자생하는 식물을 대표하는 약용 식물이자 세계에 자랑할 만한 토종 식물이라고 할 만하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는 산삼에 대하여 ‘백두대간의 정기가 응축된 토종 식물’이라고 문화적이고 상징적인 정의를 덧붙여도 과장됨이 없겠다.

▲ 심마니들은 삼을 찾으러 나갈 때 항상 산신령께 절을 한다. 제단은 주변에서 구한 평평한 돌을 사용하고, 제단 뒤에는 흰 색, 노란 색, 파란 색, 빨간 색 무명천을 걸고 그 위에 무명실을 덮었는데, 천은 산신령께 새 옷을 입히는 것이고, 무명실은 삼뿌리가 길게 나와 달라고 비는 것. 왼쪽부터 심마니 심상준, 전양환-명환 형제, 본지 전현석 기자.<2006년 7월 촬영>

풍수에서 땅에는 생명의 기운(生氣)이 있다고 하고, 지리학에서 장소에는 혼(魂·genius loci)이 있다고 하는데, 백두대간이라는 복합적 생태계 속에서 산삼은 산맥의 비장처(秘藏處)에 드러나지 않게 뿌리내려 오랜 기간 동안 백두대간의 기운이 응축된 상징적이고 특징적인 식물이기 때문이다.

대관령 부근서 매년 산삼심기 행사

▲ 110년 된 산삼과 그 이하인 가족삼들.<2005년 11월 촬영>
지리적으로 산삼은 북반구 일대에 분포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나는 산삼의 약효가 단연 뛰어나다고 알려진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나라에서 산삼은 제주도를 제외한 전역에서 나는데, 백두대간에 산삼 분포지가 집중되어 있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특히 조침령에서 한계령에 이르는 구간에서 양양군 서면 오색리 남설악의 설악산 일대는 유명한 산삼 산지로 알려져 있다.

2006년 10월12일 강원도 평창군 도암면 백두대간 주능선인 대관령 일대에서는 ‘백두대간 산삼심기’ 행사가 열렸다. 올해로 6회째를 맞은 이 행사는 백두대간 복원의 상징인 산삼을 심어 백두대간의 생태계 보전과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추진된 것이라 한다.

이 날 행사에는 평창군수를 비롯한 각급 기관의 단체장과 시민들 및 시민단체가 참가했는데, 1천여 명의 참가자들은 3년생 어린 산삼 4천 뿌리와 씨앗 2만5천 개를 배부 받아 활엽수림이 우거진 해발 800~1,200m의 대관령 능경봉 일대에 심었다. 이 행사는 백두대간 권역에 산삼을 심는 것을 통해 국민들이 백두대간의 상징성과 자생식물로서 산삼의 중요성을 체감하고 홍보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이렇듯 산삼은 우리 겨레에 있어 금수강산에서 자생하는 초목을 대표하는 문화상징물이라고 할 만하다. 산삼은 우리의 전통적 인식에 있어 하나의 식물을 넘어서는 상징적이고 문화적이며 역사적인 대상으로 인식되었다. 따라서 단순한 약용식물 이상으로 산삼에는 수많은 전설과 교훈과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으며, 명칭만 하여도 동자삼, 용삼, 봉황삼 등 의인화되거나 신비로운 대상으로 높여 부르는 다양한 별명이 있다.

산삼에 대한 흥미로운 설화도 전국적으로 많이 전승되고 있는데, 그 중에 동자삼 설화는 산삼에 대해 전통적 효행 윤리와 결부된 신비로운 관념을 잘 표현하고 있다.

어느 아버지가 병이 들었는데 백약이 무효였다. 그런데 자식에게 누가 말하기를 오직 손자를 삶아먹어야 낳을 병이라고 하였다. 아들 부부는 아버지를 위하여 자식을 희생시키려 작정하고 서당에서 돌아오는 아들을 솥에 삶아 그 물을 아버지에게 드리니 아버지의 병이 나았다.

그런 후 조금 있으니 아들이 서당에서 집으로 들어오기에 부부는 놀라서 솥을 열고 보니 산삼이 떠 있었다.

영조 때 중국에서 역수입하기도

▲ 채삼인 은어 분포도. <심메마니 은어의 연구 2>(연호탁).
산삼은 불로초(不老草)로서 죽는 사람도 살린다는(起死回生) 약효로 하늘이 만든 것으로까지 높이 존숭되었는데, 최치원 선생도 계원필경집(桂苑筆耕集)에서 ‘해동국에 사람의 모양을 하고 있는 산삼(海東國人形蔘)은…모양과 품성이 하늘이 만든 것(形稟天成)’이라고 하였던 것이다.

이러한 산삼에 대한 신비로운 인식으로 말미암아 심마니들에게 있어서 산삼이 나는 산은 산신숭배의 신앙과 연계되었고, 성스러운 영물로서 산삼에 대한 심마니들의 금기도 생겨났다.

식물학적으로 산삼은 오갈피나무과에 분류된다. 산삼은 추위에 강한 한지(寒地) 식물로서, 생육환경은 온도가 높지 않고 직사광선이 비치지 않는 산간 경사지의 소나무와 활엽수의 혼합림 밑에 발달한 갈색토에서 잘 자란다.

약리학적으로 산삼의 약효는 한반도에서 자란 산삼이 사포닌 등의 종류에서 월등하다고 알려졌는데, 그 이유는 기후와 지형적인 이유 등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일부 연구보고서에 의하면 산삼의 효능 차이를 한국의 고려 산삼-고려산 재배산삼-길림 산삼-시베리아 산삼-미국·캐나다 산삼 순으로 발표한 바 있다.

산삼이 문헌에 기록된 것은 약 2천 년 전 전한(前漢) 원제시대(元帝時代)에 사유(史遊)가 쓴 급취장(急就章)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삼이 서양인에게 알려진 것은 1692년 네덜란드인의 저술을 통해서이며, 그 후 프랑스 신부가 중국에 파견되어 산삼에 대한 기록을 유럽으로 보내고, 아울러 캐나다의 원주민도 산삼을 약용으로 사용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 산삼의 채취는 고려 시대까지만 하여도 매우 많았는데, 고려 말기에 이르면서 중국(원)의 요구와 왕실의 수요 증가로 인하여 급격히 부족해지다가 급기야 조선 세종 조에는 희귀한 상태에 이르렀으며, 이후 계속되는 화전(火田)의 확대로 인하여 산삼의 생육과 채취 환경이 더욱 나빠졌으니 영조 대에는 중국에서 역수입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하였다.

산삼 분포지역은 북위 30도에서 48도에 이르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적인 주요 자생지는 중국의 태행산맥 일대, 만주의 봉천·길림·흑룡 일대의 밀림지대, 러시아의 흑룡강 연안지역, 캐나다의 퀘벡과 마니토바 주의 타이가 기후지역, 미국의 애팔래치아 산맥 일대, 한국의 제주도를 제외한 전 지역이다.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산삼산지로는 강원도 인제군 북면 한계리 내설악과 양양군 서면 오색리 남설악의 설악산 일대, 지리산 일대로 알려져 있으며, 그밖에 태백산, 소백산, 치악산 등이 있는데, 이들 지역에는 심마니들이 집단적으로 마을을 이루고 살았다.

원래는 인삼이 산삼…재배삼은 가삼

▲ 산에서 발견한 다섯잎짜리 줄기가 4개인 4구 산삼의 캐기 전 모습. 빨간 것이 산삼 열매인 삼달이다.<2006년 7월 전현석 기자 촬영>
산삼에 대한 우리 고유의 명칭은 심이며, 산삼을 캐는 사람을 심마니라고 부른다. 조선시대에 산삼은 인삼이라고도 하였고, 집에서 키우는 것을 가삼(家蔘)이라고 하였다. 그래서 요즘에 부르는 인삼은 재배하는 삼을 일컫는 말이지만, 예전에는 산삼을 가리키는 말이었음을 알 수 있다.

심마니(심메마니)들에 있어서 산삼은 신앙의 대상물로 여겨지기도 하였으며, 산삼이 나는 산은 산신숭배의 대상으로도 되었다. 규원사화(18세기)에 의하면 ‘백두산 일대에 때로 산삼이 나서 세상 사람들이 불로초라 하니 산에 사는 사람들이 캐내고자 하면 반드시 목욕재계하고 산에 제사를 지낸 뒤에야 비로소 캐낸다고 한다’고 하였다.

심마니들은 산삼에 대한 금기가 있다. 그들은 산삼을 캐러 들어가기 전에 1주일 전부터 부정 탈 것을 꺼려 주로 집안에서만 생활하고 사람들을 만나지 않으며 거리 출입조차 삼간다. 자주 목욕을 하여 신체를 청결히 하고 여자와 동침도 하지 않는다. 과거에는 일정기간동안 어육류를 먹지 않고 채식만 하였으며, 입산 날짜의 택일과 산신께 바칠 공물 준비 등에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고 한다.

이러한 산삼과 산악신앙을 연계하는 문화적 전통은 지금까지도 지속되어 2006년 4월28일 심마니 산신대제가 강원도 홍천군에서 개최된 바 있다. 심마니 경력 60년인 어인마니(오랜 경험을 가진 심마니) 김진성 옹(80)이 조상 대대로 유래되어 온 산신께 바치는 축문을 읽고, 제관들이 제를 올리는 전통 산신제를 재현하였는데, 심마니들이 한자리에 모여 산신께 풍삼(豊蔘)과 무탈을 기원하는 자리를 마련하였던 것이다.

산삼은 예전에 사람 인(人) 자를 붙여서 인삼이라고도 불렀으니 그 모양도 사람처럼 생긴 영물(靈物)로 인식되었다. 산삼의 별명으로는 생김새에 따라서 동자삼(어린 애의 모습으로 생긴 산삼으로 최고로 친다), 봉황삼(봉황이 하늘을 가로질러 나르는 모습), 용삼(용틀임 삼·용이 무지개를 타고 승천하는 모습), 구삼(거북이 모습), 덥석부리(털이 많은 삼), 음양삼(남녀의 생식기를 닮은 모습), 꿩부리삼(목이 긴 삼), 거미삼(뿌리에 가달이 많은 삼) 등의 이름으로도 불렀다.

지역에 따라 산삼의 형태 차이도 있다는데, 설악산에서 나는 삼은 빛깔이 누렇고 약통이 날렵한 뼈삼이며, 오대산에서 나는 삼은 색이 희고 통통하게 살이 많이 쪘다고 하니, 각기 설악의 골산(骨山)과 오대의 육산(肉山)의 모양이 산삼의 유형에 반영되고 있기에 흥미롭다.

그리고 천연 삼인지 재배 삼인지에 따라서 구별되는 명칭도 있다. 천연 삼을 천종(天種)이라고 하고, 새에 의해 삼씨가 퍼뜨려져 난 삼을 지종(地種)이라 하며, 사람이 삼씨를 산에 뿌려서 채취한 것을 인종(人種), 혹은 포삼이라고 한다. 장뇌 역시 인종의 일종으로 사람이 집에서 재배한 삼을 일컫는 말이다.

재배산삼에 대한 지리학적 연구(정월숙, 1990년)에 의하면, 산삼의 재배지로 알려졌던 곳은 강원도 삼척군 노곡면 여삼리와 상반천리, 인제군 북면 한계리와 진부리, 기린면 현리, 상남면 미산리와 미다리, 홍천군 내촌면 화상대리, 정선군 북면 남평리 등지인데, 근자에 와서는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백두대간에서 산삼을 성공적으로 재배한다면 ‘백두대간 산삼’이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적인 상표로 등장할 날도 그리 멀지 않은 듯한데, 국토의 상징축인 백두대간을 널리 알리는 계기도 되고, 산삼의 탁월한 약효를 온 인류에 보급하는 기회도 될 듯하여 전략상품으로서 기대가 크다.

최원석 경상대 연구교수

Posted by 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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