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이 좋다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금강산 구룡폭포와 상팔담 가는 길
정현순(jhs3376) 기자
▲ 구룡폭포를 향해 가는 사람들.
ⓒ 정현순
금강산 여행이 시작된 지난 27일 아침 8시. 구룡폭포와 상팔담 산행은 4시간 코스로 계획이 잡혔다. 숙소를 나설 때부터 등산화을 신고 가벼운 옷차림과 마음의 각오도 단단히 했다. 구룡코스는 아름다운 여성스럼움이 있는 코스라고 했다. 그래서인가, 처음 출발은 수월한 듯이 보였다. 하지만 산행이 1시간을 넘기고 나니 조금씩 지치기 시작했다. 그래도 그렇게 좋다는 구룡폭포는 가봐야지 하는 생각에 가끔씩 쉬면서 그곳을 향했다.

▲ 흔들다리.
ⓒ 정현순
그곳은 이런 흔들다리가 몇 개나 있었다. 장난기가 발동한 사람들은 흔들다리가 더 많이 흔들리라고 마구 뛰기도 했다. 그런 그들을 보면서 생각나는 일이 있었다. 실향민인 어느 할머니의 이야기다. 한국전쟁이 일어나기 전, 임신한 언니와 형부가 흔들거리는 이 다리를 건널 때 임신한 언니가 걱정이 되어 형부가 언니를 안고 건넜다고 한다.

뒤에서 그 모습을 본 할머니의 장난기가 발동되어 다리가 더 흔들리라고 마구 뛰었다고 한다. 할머니는 훗날 이곳에 와서는 한가운데 주저앉아 언니 생각이 나서 엉엉 소리내어 울었지만 끝내는 그 언니의 생사조차 모르는 채 그만 저 세상 사람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니 가깝고도 먼, 같은 지도상에 자리 잡은 남쪽과 북쪽이다. 이런 저런 사연이 있는 실향민은 또 얼마나 많을까?

▲ 금강문 입구.
ⓒ 정현순
▲ 물이 옥 색깔을 띈 옥류담.
ⓒ 정현순
물 색깔이 옥색깔이라해서 옥류담

구룡폭포가는 길이 힘들 때 가끔씩 보이는 가을꽃과 옥색깔의 물이 피로를 잊게 해 주었다.

▲ 관폭정을 오가는 사람들.
ⓒ 정현순
구룡폭포를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보기 위해 관폭정으로 올라가는 사람들. 산행한 지 1시간40분 정도 지나니깐 구룡폭포가 보이는 관폭정이 보였다.나도 그곳으로 갔다.

▲ 구룡폭포.
ⓒ 정현순
드디어 용이 아홉 마리가 살았다는 구룡폭포에 도착했다. 구룡폭포를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있는 관폭정에 올랐다. 구룡폭포는 개성의 박연폭포, 설악의 대승폭포와 함께 한국의 3대 폭포 중에 하나라고 한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물소리가 시원스럽게 들려왔다.

구룡폭포에서 잠시 머물다 길을 다시 재촉했다. 산행을 시작하고 1시간은 족히 넘었을까? 구룡폭포를 가기 전 상팔담과의 갈림길에서 안내자가 지키고 있었다. 안내자는 상팔담은 구룡폭포를 갔다온 후 결정하라고 한다.

상팔담은 올라가는 곳은 경사가 무척 심하고 조금은 멀다고 했다. 노인들이나 가끔 지팡이를 짚고 산행을 하시는 분을 보면 안내자는 "그곳에 가시기가 만만치 않을 텐데요"라고 조심스럽게 부탁하기도 했다. 구룡폭포에서 이곳 갈림길까지 오니 시간은 오전 10시10분 정도 되었다.

최종 모이는 시간은 12시 30분이었다. 평소 운동 부족이었는지 구룡폭포까지 가는 길에 무릎관절이 조금 아파 오는 듯했다. 하지만 구룡폭포에서 내려올 때 아프던 곳이 괜찮아지는 듯도 했다. 조금 망설이다 상팔담을 가기로 결정했다. 멀고 힘든 산행이 시작됐다.

▲ 오르는 철 계단.
ⓒ 정현순
상팔담 가는 길은 이렇게 높은 철다리와 돌계단이 셀 수 없이 많았다. 또 언덕도 많았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서 이렇게 오르기 편하게 계단을 만든 사람들의 노고도 생각해 보았다. 그런 계단이 없었다면 나같은 사람은 감히 오를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으리라.

어느 정도 올라가니 벌써 올라갔다 내려오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들에게 "아직 멀었어요?"하고 물으면 그들은 한결같이 "아니요 조금만 가시면 됩니다. 안 올라가면 후회합니다. 힘내세요"하며 격려해 주었다. 그러나 조금만 남았다는 그 상팔담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난 그제야 그 길이 힘든 산행이기에, 또 그곳이 가 볼 만한 곳이기에 포기하지 말라는 뜻이었다는 것을 알았다.

너무 힘들어 도로 내려가고 싶은 마음도 여러 번 들었다. 그러다 나보다 연세가 더 많으신 부부가 그곳을 다녀오는 것을 보고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그들도"이젠 정말 다왔습니다. 가보시면 좋을 겁니다"하며 내려간다. '그렇지 저들도 이렇게 힘든 과정을 겪었을 텐테.' 다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리곤 생각했다. '그럼 무엇이든지 좋은 것은 거저 쉽게 얻어지는 것은 없는 법이니까. 좋은 것을 보려면, 아름다운 것을 보려며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지'하며 다시 기운을 차렸다. 내려오는 사람들을 또 만났다. 그들이"이젠 이런 계단 4~5개만 올라가면 나옵니다"한다.

그 말을 들으니 덜 힘든 것 같았다. 한숨을 깊게 내쉬고 속으로 숫자를 세면서 올라갔다. 그보다 더 높고 더 심한 경사의 철계단, 돌계단, 언덕을 올라가면서, 올라가는 것도 힘들지만 내려가는 길도 만만치 않을 텐데. 하며 내려 갈 각오도 단단히 하기 시작했다.

정말 그들의 말처럼 몇 개의 계단을 지나니 정상에 도착할 수 있었다. 환호성이 절로 나왔다. 바로 그런 맛에 정상에 오르고 있는 것이란 것을 새삼 알게했다. 이렇게 힘든 길을 마다 않고 가고 있는 것은 그 앞에 지금보다 더 좋은 그 무엇이 있기에 그럴 것이다. 우리의 삶도 이와 같으리라. 현재는 힘들지만 미래의 내 앞 날에 지금보다 더 좋은 내일이 기다리고 있다는 희망 때문에 고통을 참을 수 있는 것이다.

심호흡을 가다듬고 나뭇군과 선녀의 전설이 있는 상팔담을 내려다 봤다. 옥 색깔의 물로 이루어진 8개의 웅덩이. 물이 너무나 투명하고 깨끗해서 지금도 그곳에서 선녀들이 목욕을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 삼팔당.
ⓒ 정현순
경험자들의 말대로 안 왔으면 후회할 뻔했다. 앞선 사람들이 좋다고 하면 대부분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이 광경을 안 봤다면 설명을 한다 해도, 사진을 본다 해도, 직접 내가 체험한 것만큼이나 실감이 날 수는 없을 것이다. 누구 말대로 하느님이 금강산을 만드는 데 일 주일 중 하루가 걸렸다고 하더니 가히 그럴 만하다는 공감이 갔다.

▲ 내려가는 돌 계단.
ⓒ 정현순
내려 가는 길이다. 그렇게 각오를 단단히 했건만 힘든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차라리 즐겨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올라가는 길이 무척 힘들었던 만큼 내려가는 길도 힘든 것은 뻔한 일이었다. 잠시 쉬노라면 다리가 저절로 흔들거렸다. 무릎 관절이 다시 아파왔다.

구룡폭포 갈림길에서 왕복 1시간 거리라고 했지만 나에게는 턱없이 모자라는 시간이었다. 그래도 정해진 시간에는 출발점까지 도착해야만 했다. 천천히 그러나 열심히 걸었다. 겨우 턱걸이로 출발점에 다시 도착할 수 있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내가 걸어 온 멀고도 먼 그 길들을 되돌아봤다. 때로는 구불거리고, 때로는 커다란 돌고 있고, 나무도 있고, 언덕도 있고, 시냇물도 있고, 강도 있는 그 길을. 힘들었지만 무사히 잘 걸어왔다. 그길은 내가 살아 온 길이었다. 앞으로의 내 앞 날에는 내가 내려가야 할 일만 남아 있는 듯했다. 내 나이가, 내 젊음이, 내 열정이, 내 정열이, 내 사랑이....

▲ 실루엣을 걸친 듯한 하늘.
ⓒ 정현순
구름이 거치고 실루엣을 걸친 듯한 파란 하늘에 떠가는 흰 구름이 보였다.그런 하늘을 보면서 그렇게 낙담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희망을 버린다면 이렇게 좋은 일도 안 생길 테니깐. 난 금세 새로운 희망을 가져본다. 내일은 나에게 또 어떤 좋은 일이 생길까? 그래서 세상은 그래도 살아볼 만한 것이라 했을 것이다.

'금강산(2006)'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금강산 기행 2  (0) 2006.10.08
금강산 기행 1  (0) 2006.10.08
신령스런 봉래산 2박3일 여행기  (0) 2006.08.09
디지털로 만나는 금강산 1만 2천봉  (0) 2006.07.24
축늘어져 물에잠긴 남근  (0) 2006.07.24
Posted by 동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