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 기행 1

금강산(2006) 2006. 10. 8. 07:00

극락에서 보낸 사흘 (1)
금강산 기행
박도(parkdo45) 기자
▲ 외금강 만물상 계곡
ⓒ 박도

아름다운 내 조국산하

최근 십수 년 사이에 이런저런 일로 세계 여러 나라를 기행하였다. 다른 나라를 살필수록 내 조국 산하가 아름답다는 것을 더욱 절실히 느낀다. 내 조국 한반도는 산과 들, 바다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비단에 수를 놓듯이 아름다운 금수강산으로, 하느님이 만든 최대 걸작품 가운데 하나다.

미국이나 중국은 땅덩어리가 너무 큰 탓인지, 승용차를 타고 시속 100킬로 이상으로 서너 시간 달려도 산 하나 보이지 않는 지평선이 이어져 볼거리가 밋밋하여 지루하기 그지없다. 이웃 일본은 산하가 어딘지 왜소하고 거무튀튀하다. 스위스는 산이 험준하고 호수가 아름다우나 편안하거나 아기자기한 들판이 없다.

네덜란드는 온 나라가 산 하나 보이지 않는 들판이고, 영국은 기후 탓인지 어딘지 음습하다. 그래도 이탈리아가 가장 아름다웠으나 세계 3대 미항인 나폴리 항이나 산타루치아 바닷가도 내 눈에는 우리나라 제주나 동해안보다 아름답지 않았다. 아무튼 여러 나라를 다닐수록, 나이가 들수록, 내 조국 산하를 곰곰 뜯어보면 그 아름다움에 소름이 끼치도록 전율하곤 한다.

나는 역마살이 있는 모양인지 그동안 살아오면서 국토 구석구석을 살펴보았다. 휴전선 철조망 때문에 가보지 못한 백두산, 묘향산, 평양도 지난해 운 좋게 다녀왔다. 한라에서 백두까지 두루 섭렵한 셈이다. 국토를 기행하면서 이래저래 쓴 글을 모두 모으니 40여 편이 되었다. 그런데 우리 국토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는 금강산 기행을 여태 못한 터라 팥소 없는 찐빵 같아 한 권의 책으로 묶기 전에 화룡점정(畵龍點睛)의 마음으로 길을 떠났다.

▲ 외금강 구룡연 무봉폭포
ⓒ 박도

원한의 38선

첫째 날.

이번 금강산 기행의 일정과 예약은 아내에게 모두 맡겼더니, 단풍의 계절인 10월은 이미 예약이 끝났다고 하면서 9월 26일부터 28일까지 잡았다고 하였다. 이나마도 갈 수 있는 게 얼마나 고맙고 다행한 일인가.

화진포 현대아산휴게소 집결시간이 오후 1시였다. 같은 강원도로 안흥 내 집에서는 느지막이 출발해도 되기에 예삿날처럼 일어나려고 했지만 이른 새벽에 눈이 떠졌다. 금강산을 탐승하러가는 기쁨 때문이었으리라. 옛 선인들은 이름난 산이나 큰절을 찾을 때는 목욕재계한다고 한 바, 나도 온몸을 닦았다. 명산대찰 탐승을 앞두고 목욕재계하는 것은 산행의 무사 안녕과 맑은 날씨로 정상 등반은 물론 산의 속살까지 잘 볼 수 있도록 하늘에 비는 그 첫 몸가짐과 마음자세이리라.

오전9시, 카사(집고양이)와 작별인사를 나누고 집을 떠났다. 핸들을 잡은 아내 곁에서 차창 밖 백두대간의 멧부리를 경배하는 마음으로 완상했다. 늘 보는 산이지만 감탄사를 연발하며 그 아름다움에 빠졌다. 시원하게 잘 뻗어진 영동고속도로를 한 시간 남짓 달리자 마침내 동해 바다기 펼쳐졌다. 탁 트인 동해바다, 언제 보아도 소름이 끼치도록 아름답다.

▲ 38휴게소의 38선 표지석
ⓒ 박도
10시30분 38휴게소에서 잠시 머물렀다. 원한의, 단장의 38선…. 이 38선으로 얼마나 많은 겨레가 죽고 다치고 생가지 찢기듯 헤어졌던가.

1945년 8월 10일, 미 육군차관보 사무실에서 조 매클로이 육군성차관보 제임스 딘 국무성 차관보 랄프버드 해군성 차관보 등 세 사람이 일본군 항복에 대비할 SWNCC(국무성과 육군성 및 해군성 합동조사위원회) 긴급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서 세 사람이 일본의 항복을 전제로 일본군의 무장해제, 그리고 한반도 점령과 전후 대책에 관한 정책입안을 만든바, 한반도를 38선으로 분할해 그 이북의 일본군은 소련에게 그 이남의 일본군은 미군에게 항복케 하는 안을 작성하였다. 이 미국 측 안을 소련도 받아들여서 분단의 선으로, 한국전쟁 이후에는 휴전선으로 고착되었다.
-박도 엮음 <지울 수 없는 이미지> 53쪽, 눈빛출판사 발간


아름다운 해안선

이 38선은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진다. 왜 미소 두 강대국은 우리나라를 시루떡 자르듯 두 조각으로 나눴을까? 우리나라는 전범국도, 패전국도 아니지 않는가. 전쟁을 일으킨 일본열도를 두 토막으로 나눴어야 옳지 않은가.

우리나라의 분단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면 한반도를 강점한 일본이 원망스럽고, 그런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긴 구한말 임금과 조정 대신이 원망스럽다. 우리나라가 식민지가 된 것은 국력이 약했기 때문에 나라를 빼앗긴 것이고, 또 온전한 우리 힘으로 국권을 회복하지 못하였기에 찾은 나라가 두 토막이 난 것이다. 해방 60년이 지나도 여태 국토는 두 동강이 난 채 서로 총부리를 겨누고 38선은 휴전선으로 변해 철조망을 겹겹이 두르고 있다.

강대국을 탓하고 원망하기 전에 우리는 지난 역사를 반성하고 국력을 길러야 이 두 동강난 족쇄에서도 벗어날 수 있고, 앞으로 또 다른 외침을 당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힘이 약한 채 강대국에게 자비를 바라는 것은 토끼가 호랑이에게 자비를 바라는 것과 같다.

▲ 동해 바다
ⓒ 박도
38 휴게소에서 목을 축인 뒤, 차머리를 북으로 향한 채 달렸다. 양양, 낙산 의상대를 지나 그동안 학생들과 수학여행으로 정이 듬뿍 든 설악산을 뒤로한 채 계속 북상했다.

왼쪽은 태백산맥의 멧줄기가 국토의 남북으로 힘차게 내리뻗었고 오른쪽은 쪽빛 바다가 펼쳐졌다. 여름 휴가철 지난 바닷가 모래톱은 한적하기 짝이 없다. 아름다운 해안선이다. 레저시설만 제대로 갖추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휴양지로 각광받을 것이다.

낙산을 지나자 곧 속초가 나오고 거진항이 나왔다. 조금 더 달리자 화진포 해수욕장이 나오고, 금강산 탐승객 집결지인 현대아산 휴게소가 길섶에 자리 잡고 있었다.

▲ 장전항에서 바라본 외금강 일출봉
ⓒ 박도

▲ 외금강 구룡연 계곡
ⓒ 박도

▲ 구룡연 계곡의 천화대 멧부리
ⓒ 박도

▲ 구룡계곡의 연주담
ⓒ 박도

▲ 구룡폭포
ⓒ 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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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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