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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발 5천 미터에 자리 잡은 천지(天池)
이곳 신강의 수원이 되는 천산산맥은 카스에서 우루무치로 이어진다. 백양나무가 양쪽으로 길게 늘어선 도로의 저편에는 옥수수밭이 펼쳐져 있다. 쭉 뻗은 도로는 박격달봉(博格達峰: 보고타봉이라고도 부른다)으로 향한다. 시내에서 멀어질수록 초원은 사라지고 황량함이 더해간다. 한참을 달렸더니 맑은 시냇물이 나타났다. 초원에는 양떼들도 보인다. 멀리 눈 덮인 천산산맥이 그림처럼 나타났다. 좀 더 깊은 계곡으로 들어서니 숲이 우거지고 이름모를 꽃이 여기저기 피어 있었다. 우루무치 사람들이 신성시하는 설산은 천산의 박격달봉이다. 해발 5445m의 이 봉우리에는 늘 만년설이 빛난다. 박격달봉의 아래 해발 1980m 되는 곳에 큰 호수가 하나 있다. 이 호수가 천지다. 우리 백두산 천지와 같은 이름이다. 전설에 의하면 천지는 3천 년 전 주나라 목왕이 여덟 필 준마가 끄는 수레를 타고 서쪽 지방을 주유할 때 여신 서왕모가 성대한 환영연회를 베푼 장소라 한다. 백두산 천지와 같은 이름의 이곳의 천지는 면적은 그보다 작지만 두 곳 모두 성스러운 장소로 느끼는 건 비슷한 것 같다. 정상까지 이어진 케이블카
천지의 입장료에는 왕복 버스요금이 포함되어 있었다. 올라가는 길은 케이블카를, 내려오는 길은 속도가 좀 더 빠른 셔틀버스를 타기로 했다. 두 명씩 차례로 케이블카를 타고 천지로 오른다. 약 200대의 케이블카가 차례로 오른다. 고도에 맞게 가문비나무 군락이 내려다보인다. 간혹 산등성으로 직접 걸어서 올라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마치 우리를 감시하듯이 매가 주변을 빙빙 날고 있다. 케이블카에 내려서도 20분 정도 더 걸어 올라가야 천지가 보인다. 그 사이에 상점과 식당이 있는데 이른 시간인데도 손님들을 맞을 준비에 분주하다. 낭을 굽는 사람들, 양고기를 손질하는 사람들, 국을 끓이는 사람들…. 갓 구운 낭의 냄새에 식욕을 참을 수 없다. 아침을 잔뜩 먹고도 낭을 또 산다. 금방 구워낸 빵의 따끈따끈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깨를 살짝 뿌려 화덕에 구워 더욱 고소하다. 한 입 베어 물면 입 안 가득 주체할 수 없는 고소함이 가득 찬다. 마지막 고개를 돌아서니 천지가 웅장하게 펼쳐졌다. 가슴이 뻥 뚫리고, 아름다운 남색의 물빛은 시선을 뗄 수 없게 한다. 정면에 중심을 잡고 있는 설산과 아름다운 능선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맑은 물에 비친 설산의 모습은 마치 도화지를 반으로 접어 찍어낸 것 같다. 여름엔 허가받은 등산가들이 저 설산을 오른다고 한다. 겨울철엔 천지가 꽁꽁 어는데 5월에야 녹기 시작한다. 천지 주변에는 이미 도착한 관광객들이 많았다. 한여름인데도 시원한 최고의 피서지이기 때문에 중국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빨려 들어갈 듯한 천지의 바닥
내려오는 길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가게 앞은 낭을 굽는 모습을 보려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위구르 복장을 한 아가씨가 그 앞에서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춘다. 낭에 있는 무늬를 한번 찍어 보겠다니 선뜻 도장을 내어 준다. 겹쳐진 원모양의 도장으로 피자의 도우처럼 생긴 판 위를 꾹꾹 찍는다. 그 정도 힘으론 어림없다는 표정이다. 전력을 다해 구멍이 뚫릴 정도로 내리쳤더니 이번엔 아예 여기서 일하면서 살라고 한다. 갓 구운 낭을 모양대로 뜯어먹은 재미가 일품이다. 서부 대개발의 중심 우루무치
또 미국과 일본 등 40여 개 나라 천여 개의 회사가 진출해 앞다투어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들의 야심 찬 구호는 '경제 실크로드의 선점'이다. 지금 과거의 대상들이 다녔던 그 길을 따라 새로운 실크로드가 생겨나고 있다. 중국과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이 길을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주요 관문으로 구축하려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신 실크로드'의 태동이다. 다시 서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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