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실크로드 여정기 (2 편)

(2006` 6, 17 ~ 6, 25)

눈 인 천산산맥 연봉들 다가와

홍산 정상에 세워진 날아갈 듯한 누각 원조루(遠眺樓)에 오른다. 시내가 한 눈에 들어온다. 멋진 고층 빌딩과 아파트가 높이를 자랑한다. 또 이 고원을 둘러싸고 있는 붉은 암반의 민둥산과 저 멀리 흰 눈을 머리에 가득 인 천산산맥의 연봉들이 맑은 하늘아래서 아련하게 다가든다. 그 옆 바위 위엔 1788년 붉은 벽돌로 만들어진 9층 진용탑(鎭龍塔)이 외로이 버텨 의연하게 품새를 뽐낸다. 그 아래쪽엔 아편전쟁의 영웅이며 수리시설의 귀재인 청조 임칙서(林則徐: 1785 ~ 1850)의 서있는 돌조각상이 자리 잡았다. 임칙서가 이곳의 수리시설에도 관여했기에 그 공로로 석상을 세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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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산공원 정상부근에 서 있는 진용탑. 붉은 산에 붉은 벽돌로 세워진 9층 탑이다. 멀리 뒷편으론 붉은 민둥산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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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산공원에 세워진 아편전쟁의 영웅이며, 수리시설의 전문가 임칙서의 흰 돌조각상이 서있다.)

이 산은 암석이라 원래 벌거숭이다. 녹화사업으로 나무를 많이 심어 제법 짙푸름을 갖췄다. 누각이나 정자, 갖가지 조각상을 갖추고, 동물원 시설도 만들어 산기슭 일대를 시민들이 즐기는 공원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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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무치 인민광장. 중국공산당을 기리는 높은 석조물이 우뚝 서있다. 이 광장 주위엔 고층빌딩들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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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광장 한 쪽엔 부채춤으로 몸을 단련하는 여성들이모여 한창 춤을 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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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광장의 또 다른 구석엔 여성들이 둘러앉아 포거놀음에 빠져있다. 카메라를 의식하지도 못했다. 드럼통을 의자 대용으로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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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여가 함께 포거놀이를 즐긴다. 노소 동락 게임임을 대변해 주었다.)

우린 인민광장으로 옮겼다. 너른 광장 사방은 높은 빌딩들이 둘러쌌다. 광장엔 중국공산당을 상징하는 붉은 별을 새긴 높은 비석모양의 돌조각이 자리했다. 일행은 촬영에 열중했다. 광장 주변 벤치엔 많은 시민들이 나와 포커놀이를 하거나 아니면 부채춤으로 체력을 단련했다. 포거놀이는 남녀가 따로 없었다. 한 데 어울리거나 아니면 남자 따로 여자 따로 모여 배팅에 정신을 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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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펫 공장에서 수작업으로 카펫을 만들고 있다. 남성도 예외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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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 카펫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그녀의 손놀림이 얼마나 재빠른지?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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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한 카펫을 진열해 관광객을 맞고있다. 고급품은 1천 5백만 원을 호가하기도 했다.)

아직도 점심시간이 되지 않았다. 우린 카펫과 실크를 짜 판매하는 상점으로 인도됐다. 남자와 여자가 함께 카펫 짜는 현장을 봤다. 그리곤 상품을 소개받았다. 몇 천만 원을 호가하는 멋진 제품도 있다. 일행 중 한 분이 기백만 원하는 엄청 품격 높은 카펫 한 장을 구입했다. 그 분은 서울근교에 펜션 두 채를 운영하고 있다고 했다. 그 분이 삼십 명의 체면을 세웠던 셈이다.


‘파오’에서 석양 붉은 불기둥을~

점심 먹곤 바로 남산목장(南山牧場: 난샨무창)으로 이동했다. 천산산맥 북쪽 자락에 펼쳐진 목장지대다. 우루무치에서 남쪽으로 75km 떨어졌다. 차량으로 한 시간을 좀 넘겼다. 도로 좌우 산야와 계곡엔 나무와 풀이 점점이 나있어 그렇게 삭막하진 않았다. 농가도 띄엄띄엄 보였다. 계곡엔 높은 산에서 눈 녹은 물이 흘러 농수로를 채웠다. 자갈밭에 심겨진 농작물은 이 물로 자랐다. 이름 모를 야생화도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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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목장 가는 길에 자리한 농가들. 흙벽돌 집이다. 비가 거의 내리지 않기 때문에 지붕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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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화된 농촌주택. 시멘트 건물이다. 유채꽃이 활짝 피었다. 천산의 눈 녹은 물을 관개수로로 이용해 농사를 지었다.)

높은 산들이 시야에 다가왔다. 산 한쪽 면은 전나무들이 푸른 숲을 이루고, 다른 쪽은 푸른 목초지다. 목초지 중간 중간에 카자흐 족 가옥 파오가 그림처럼 펼쳐진다. 파오는 흰 천으로 둘러친 몽고의 겔과 흡사했다. 그 뒤편으론 말 떼가 풀 뜯기에 여념이 없다. 높은 봉우리는 암벽으로 이뤄진 산들이다. 암벽에도 전나무들이 드문드문 자란다. 참 별천지다. 마치 몽골 울란바토르 근교 국립공원 ‘테렐지’와 흡사해 그곳이 머리를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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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목장의 푸른 목초지에 세워진 카자흐 족의 주택 '파오'. 몽골의 '겔'과 흡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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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화가 핀 산기슭. 그 뒤쪽으론 천산산맥의 고봉들이 눈을 잔뜩 머리에 이고 있다. 침엽수들이 하늘을 찌를 듯 자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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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 족이 마권을 파는 건물. 이곳에 말타기 체험을 위해 마권을 사 마부들과 함께 체험에 들어간다.)

이곳은 카자흐 족 집단부락이다. 카자흐 족은 위구르족과 마찬가지로 이목구비가 뚜렷해 외모로도 한족과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이곳 파오에서 하루 밤을 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테렐지’ 겔에서 석양 붉은 불기둥을 보지 못했는데~~~”라는 생각이 언뜻 일었다. “여기서 해넘이를 봤으면~”하는 마음 간절했다. 일정에 쫓겨 불가능하다는 걸 알기에 소망은 더 간절해졌다.

그곳과는 기온이 달랐다. 다 같은 유월이면서도. 여긴 차에서 내리자마자 오싹했다. 점퍼를 빌려주는 상인들이 차량 주변에 몰려들었다. 준비한 옷이 없는 분은 두터운 점퍼를 빌려 입어야했다. 곧 말 타기 체험에 들어갔다. 번호표를 받아 목에 걸고 나니 마부들이 나타나 자기 번호를 찾았다. 나의 마부는 30대 초입의 카자흐 여성이다. 얼굴에 기미가 끼었고, 가무잡잡했으며, 좀은 야위었지만 미인이다. 같은 값에 다홍치마라고 기분이 좋았다.


높새바람, 높은 산 맞아 비 뿌려

관광객을 말에 올려놓곤 그 뒷자리에 마부가 함께 타 산길을 오른다. 물살 센 계곡을 건너기도 하고, 돌무더기 산길을 오르내리기도 했다. 말고삐는 마부가 잡았다. 내가 탄 말은 너무 야위었다. 오르막을 오를 땐 퍽 안쓰러웠다. 속도가 제대로 나올 리 만무했다. 카자흐 여성은 고삐를 움켜쥐고 채찍으로 후려친다. 그를수록 말이 더 안쓰러워졌다. 난 그녀에게 채찍을 뺏곤 대신 2달러를 손에 쥐어줬다. 그러자 마부는 뒤따라오던 다른 마부에게 뭔가 얘기를 나눴다. 뒤따라온 말엔 가이드 장진영양이 탔다. “쉼터에 가서 말을 바꾸기로 했다”고 통역을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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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교 모양의 철로 만든 다리. 그 위에 카자흐 족 모델 아가씨가 관광객을 기다린다. 뒷 편은 폭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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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수가 흘러내리는 암반의 모습이 여성의 둔부와 흡사하다. 엄청난 량의 눈 녹은 물이 떨어져 내렸다.)

이렇게 25분정도 계곡으로 올라 쉼터에 닿았다.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빗방울이 떨어진다. 천산산맥을 넘는 높새바람이 높은 산맥을 맞아 팬(fan)현상을 일으키며 비가 되어 대지를 자주 적셔주기도 한단다. 비를 뿌려버린 바람은 높은 산을 넘어선 건조해져버려 사막을 이룰 수밖에 없다. 이때도 높새바람이 후드득 비를 뿌린 것이다. 말에서 내려 도보로 계곡을 오른다.

폭포가 있단다. 꼴찌로 도착해 오르니 이미 먼저 도착했던 친구들은 폭포를 보고 내려오면서 마주친다. 폭포는 울창한 전나무 숲에 꼭꼭 숨어있다. 홍교처럼 만들어진 철로 만든 구름다리를 건너자 흰 포말과 물줄기가 눈에 들어왔다. 폭포의 외관은 마치 여성의 가랑이를 연상시켰다. 수직으로 이뤄진 바위봉우리 사이로 시원한 물줄기가 내리 뻗친다. 물론 눈 녹은 물이다. 수량이 엄청 많았다. 폭포 높이는 20여m에 달했다.

이곳저곳에서 폭포를 찍었다. 아쉬웠다. 날이 맑았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반드시 무지개가 피어올랐을 텐데. 영롱한 오색빛깔 대신 성긴 빗방울이 가끔씩 후드득 스친다. 그 때마다 몸이 오싹해진다. 좀은 을씨년스러웠다. 다시 쉼터에서 기다리던 말을 탔다. 바뀐 말이다. 살이 찌고, 힘이 좋았다. 내려오는 길 내내 마음이 편했다.


‘톤라’ 통해 별 헤일 수 있다면~

다 같은 말 타기 체험이지만 몽골의 드넓은 초원을 달리는 그 기분은 낼 수 없었다. 말 등에 올라 바라본 몽골의 초원은 정복의 대상이며, 질주하고픈 충동이 절로 인다. 탁 트인 평원은 저절로 말고삐를 당겨 달릴 수밖에 없다. 그렇다. 여긴 신강지방이 아닌가. 그 지방마다 각각의 특색이 있을 수밖엔.

일행은 파오가 모여 있는 카자흐 족 주거지역을 찾았다. 한 파오에 들어가 봤다. 내부 또한 겔과 별 차이가 없다. 여기서 하루 밤 묵으면서 톤라(천장의 숨구멍 통)를 통해 비쳐진 수많은 별들을 헤일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러다 잠이 들어 으스스한 어둑새벽을 맞을 순 없을까? 찬란한 아침 햇빛은 이 푸른 목초지를 어떤 모양으로 바꾸고 말까? 이런 환상에 젖다가 그만 카자흐 족이 권하는 말 젖술도 받아먹지 못하고 말았다. 또 그들의 생활상을 느껴본다는 것도 잊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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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포를 구경하고 내려가면서 말 위에 앉아 포즈를 취해 봤다. 주제넘은 표정이 역력해 몇 번 망설이다가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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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 족의 파오가 늘어선 지역에 들렀다. 파오 톤라를 통해 밤 하늘의 별을 헤어보는 상상에 빠지고 만다.)

장준환 이사는 몽골에서 말 타기로 아픈 허리를 고쳤다. 그 때 복띠를 허리에 두르고 억지로 말에 올랐으나 2시간 30분 동안 말을 타고나선 바로 복띠를 풀었다. 이번에도 말 타기에 앞서 자랑이 대단했다. “말은 이렇게, 저렇게, 타야한다”면서 많은 설명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랑 끝에 쉬슨다!”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그는 이 번 말 타기로 안상(鞍傷)을 입었다. 룸메이트 곽청언 사장이 그의 엉덩이에 약을 발라 주느라 애를 먹었다고 했다. 스스로 약을 바를 수 없는 곳에 살갗이 헤어졌으니깐. 더운 날씨에 며칠 동안 단단히 고생을 했었다.

Posted by 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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