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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의 맥도날드 햄버거 해장에 이어, 오늘은 버거킹 햄버거와 부르스트(독일 소시지)로 해장을 했다. 프랑크푸르트 역 바로 옆에 있는 인터넷 카페에서 전날의 승리에 대한 한국소식을 확인할 때는 어제의 감동이 다시금 밀려왔다. 우리 같은 사람들이 많았는데, 인터넷 카페에는 한국 소식을 검색하느라 바쁜 한국 사람들이 서로 남들이 못 본 소식들을 이야기 해주느라 바빴고, 우리만큼이나 느지막이 여행을 재개하는 사람들이, 우리와 비슷한 해장을 하느라 고생을 하고 있었다. 그래도 눈이 마주치면 서로 여전히 "수고하셨습니다!"라는 인사가 먼저 나갔고, 생전 처음 본 사람들인데도 서로 반갑고 기분이 좋아서 웃기만 했다. 인터라켄으로 향하는 한국 사람들
기차에선 같이 스위스로 가는 한국 사람들과 전날의 승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것도 잠시, 모두들 피곤함에 금세 잠이 들었다. 그러다 독일-스위스 국경을 넘을 때쯤 검문을 하러 기차에 오른 스위스 국경경찰에 의해 잠이 깼다. 처음엔 잠이 덜 깨서 어리둥절하였지만, "패스포트, 패스포트" 하는 말에 얼른 여권을 보여주었다. 여권을 보곤 한국 사람인 줄 안 뒤에는 어제의 경기 결과를 봤다며, 축하한다는 말도 건넸다. 우리는 고맙다는 말을 했지만, 같은 조에 있는 스위스이기에 무턱대고 감사할 수만은 없었다. 14일 밤이 다 되어서야 도착한 인터라켄에서는 현기가 미리 예약해둔 발머스라는 사설 유스호스텔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는 우리 같은 빨간 티를 입은 사람들이 수두룩했다. 또 거기엔 우리와 함께 프랑크푸르트로 왔던 정희와 자영이도 있었다. "오빠들! 이게 웬일이니!!" 반갑게 인사하는 둘이 우리도 반가웠다. 전날의 승리이야기로 몇 마디를 나눈 뒤 저녁을 먹으러 시내로 나갔다. 나가는 길에는 우리같이 늦은 저녁을 해결하러 시내로 나가는 한국 사람들이 보였다. 그중 한 무리가 선뜻 말을 걸어왔다. "저희는 맥도날드로 갈껀데, 같이 가시죠!"
융프라우요흐를 오르는 기차
전날 저녁을 함께했던 친구들은 스카이다이빙을 한다고 해서, 우리 셋과 자영이, 정희까지 다섯이서 융프라우요흐행 열차에 오르기로 했다. 그 친구들과는 저녁에 맥주한잔 같이하자는 말을 나누고 기차를 타기위해 인터라켄 동역으로 갔다. 융프라우요흐행 열차는 노르웨이 피오르드 관광 때처럼 사철구간이라 유레일패스로는 오를 수 없었다. 우리 돈으로 10만원이 넘는 적지 않은 돈을 주고 기차표를 끊었다. 유럽여행을 계획할 때부터 예정되어 있었던 것이지만, 역시나 큰 지출에 심장이 벌렁거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간단한 간식거리를 사서 기차에 오르자 금방 열차는 출발했다. 노르웨이어서의 경험도 있고 해서, 관광용 기차에서의 멋진 장면 보기, 사진 찍는 법을 연신 같이 탄 이들에게 이야기했지만 소용없었다. 사진이야 사진전문가인 동구 형, 현기 두 사람이 나보다 잘 알았고, 정희도 자영이도 사진과 풍경보기엔 이미 일가견이 있는 모습이다. 올라가는 동안 산의 중턱들에 만들어진 그림 같은 마을에 간간히 서는, 이 여유로운 관광열차를 즐기는 법은 간단했다. 그림 같은 스위스의 자연을 두 눈으로 보고, 마음에만 담기 아쉽다면 사진으로 남기면 되는 일이었다.
"모두 모여 함께 사진 찍읍신다"
우선 3000미터 대를 지날 때부터 보이던 만년설로 가득 덮여있었고, 기후는 내리쬐는햇볕이 무색하게 한 겨울이었다. 특히 당황스러웠던 것은 현기증이었다. 설마설마했지만 고산지대는 처음인 내 몸은 이렇게 높은 위치를 잘 받아드리지 못했다. 처음부터 어질어질하더니 나중에는 피곤하고 눕고 싶은 마음만 들었다. 이런 당황스런 조건이었지만, 그렇다고 그곳이 마음에 안 들거나 싫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월드컵기간으로 인터라켄에 가득했던 한국 사람들이 이 날 모두 이곳으로 올라온 듯 한 분위기는 정말 최고였다.
융프라우요흐 역의 얼음동굴 길을 지나, 눈이 가득 쌓인 눈밭으로 나오자 모두들 흥분하였다. 한두 시간 전까지만 해도 내려쫴는 햇빛에 더위를 느끼던 우리들이기에, 이 계절에 눈을 본다는 것이 더욱 색다를 느낌이었다. 우리는 눈싸움을 하기도하고, 눈밭에서 구르기도 하며 알프스의 만년설을 마음껏 느꼈다. 다른 사람들도 별 다르지 않았는데, 누군가 저쪽에서 이렇게 외쳤다. "모두들 모여서 같이 사진 찍읍시다." 눈밭에 꽂혀있는 스위스 국기 앞에서 태극기를 펼치고는 그렇게 말했다. 그곳에 있던 우리들은 너나할 것 없이 몰려가서 같이 사진을 찍었다. 역시나 시즌이 시즌인 만큼 응원가도 함께 부르며 말이다. 역시 이곳에서도 월드컵의 열기가 우리를 더욱 즐겁게 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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