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취재] 중국 - 실크로드

☞ 천년을 거슬러 동서양 교류의 흔적을 되새기다

-산위의 눈녹아 흐르는 시원한 지하수, 푸른 포도밭 일궈
-다양한 문화 막고굴의 채색 조각상과 사방의 벽화가 백미

실크로드(Silk Road)는 비단무역으로 대표되는 인류역사상 가장 오래된 전통을 지닌 무역로 중 하나이다.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는 이 길은 오늘날의 시안(서안) 즉 중국의 옛 도읍인 장안에서 시작돼 지중해 연안까지 약 7천여 Km를 잇는 길고도 험난한 여정이었다. 실크로드를 따라 수많은 오아시스 도시들이 번성했고 이 길을 통해 수많은 상인들이 일확천금을 꿈꾸며 자신들의 목숨을 담보로 이국의 특산물들을 날랐다. 비단 물자 뿐 아니라 또한 종교와 문화가 또한 오갔다. 실크로드는 동서 문화 교류의 가장 생생한 역사이기도 하다.

전혀 다른 문명의 조우와 험난한 여정으로 실크로드와 관련한 수많은 이야기 거리들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가장 널리 알려진 이야기는 마르코폴로의 동방견문록. 이 책이 유럽에 출판된 후로는 상인들 외에도 수많은 여행가들이 모험을 꿈꾸며 이 여정에 기꺼이 동참했다. 현장법사가 서역에서 불경을 얻어오는 이야기인 ‘서유기’ 역시 무한한 상상력과 흥미진진한 내용으로 실크로드에 대한 사람들의 환상과 동경을 보여준다.


■ 사막 한가운데 꽃 핀 문명

둔황은 실크로드의 흥성과 함께 번영한 대표적인 도시이다. 사막 한가운데 위치한 평범한 오아시스 마을이었던 이곳은 실크로드의 요충지로서 이름의 뜻처럼 찬란한 황금기를 맞이했었다. 세월이 흘러 전성기의 둔황고성은 이미 폐허가 되다시피 했지만 중국 3대 석굴로 꼽히는 막고굴로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들의 방문이 이어지는 등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한 막고굴은 둔황시 동남쪽에 위치한 명사산 동쪽 기슭에 세워져 있다. 외부는 중국의 전통 건물의 모습이고 유물들은 동굴 안에 만들어졌다. 일반적인 사찰과는 또 다른 형태로 수많은 불상들과 불교와 관련된 벽화 등이 남아 있어 유적으로서의 가치가 높다.

자료에 따르면 1600m에 달하는 동굴은 5층 구조로 돼 있으며, 진나라 때 처음 창건돼 원나라 때까지 끊임없이 작업이 진행된 천여년의 문화와 예술이 집약된 산물이다. 둔황이 실크로드를 통해 여러 지역 문화의 교류의 장이었던 만큼 한족 문화 뿐 아니라 티베트, 서역 등 다양한 배경의 흔적들도 발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세계적으로 둔황에 대한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으며 ‘둔황학’이라는 전문분야로 분류되기도 한다.

492개의 동굴 안에 2415개의 조각상과 사방에 벽화가 그려져 있다. 사람들의 감탄을 자아내는 것은 다름 아닌 벽화이다. 규모에서 전해지는 웅장함과 섬세한 묘사와 아름다운 색채감 등은 그 자체로써 동양회화를 대변한다. 후레쉬를 터뜨리거나 할 경우 벽화 등이 훼손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관람 규정이 까다롭게 지켜지고 있다. 관광객들은 입장 전에 반드시 카메라, 캠코더 등을 보관소에 맡겨야 한다.

■ 푸른 포도밭 길 따라 산책

마찬가지로 실크로드 여정에서 주요 도시였던 투루판은 중국에서 포도와 포도주가 유명하다. 대구와 같은 분지 지형이어서 여름이면 50도에 육박하는 불볕 더위가 나타나기도. 하지만 이를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공기가 매우 건조한 까닭에 일단 그늘에만 들어가면 더위가 사뭇 덜하다.

또 사막에 가까운 척박한 땅이지만 끝없이 펼쳐진 푸른 포도밭을 만나면 청량한 기분마저 든다. 대표적인 곳으로 화염산 기슭에 위치한 포도구를 방문해 볼만 하다. 4km에 걸쳐 포도밭이 이어지는데 포도넝쿨로 이뤄진 긴 회랑을 따라 시원한 산책을 즐긴다. 이곳에서 포도박물관과 포도주 공장 등도 방문하고 즉석에서 딴 청포도를 시식할 수도 있다.

당도가 높고 맛있는 포도가 유럽의 건조한 지역에서 많이 생산되지만, 사막에 가까운 척박한 땅에 펼쳐진 푸른 포도밭이 신기하다. 이들 포도밭은 감아정이라는 독특한 수리시설을 통해 물을 공급한다. 산 정상에서 밭까지 이르는 길에 일정한 간격에 지하 우물을 만드는 한편 그 바닥은 서로 이어지도록 한다. 높은 산 위에 쌓인 눈이 녹아 한 여름에도 지하의 감아정에는 시원하고 맑은 물이 흐른다.

투루판은 또한 고창고성과 아스타나 고분이 유명하다. 고창고성은 중국의 한나라 때부터 명나라 때까지 번영했던 고창국의 유적으로 지금은 대부분 허물어지고 담벼락만 남아 있다. 현장법사도 서역에 가는 도중 고창국에 들렸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아스타나고분은 고창국의 공동묘지로 추정되고 있으며, 고창고성과 대조적으로 보존 상태가 양호하고 실크, 도자기, 벽화, 미라 등이 출토돼 고고학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는 모두 이 지역의 건조한 기후와 토양 덕분일 것이나 대부분의 유물들은 20세기 초에 영국인 스타인 등에 의해 해외로 밀반출 됐다.

■ 중국 서쪽 끝의 또 다른 천지

우루무치는 신지양(신강) 위구르 자치구의 구도이다. 한 때 방목장이었으나 이제는 신지양의 중심지로써 현대적인 도시로 변모했다. 평균 해발고도가 900여m로 고지대여서 여름에도 비교적 시원한 편이고 날씨도 쾌청해 여행하기 더 없이 좋다.

중국의 성도나 구도를 방문하게 될 경우 박물관에 꼭 들려보길 권한다. 오랜 역사와 다양한 문화가 발전한 중국에서는 어느 지역을 가나 풍부한 유물들이 전해져 내려오며, 해당 성의 유적들이 집결되는 곳이 바로 성박물관 및 자치구 박물관인 까닭이다. 신지양자치구 박물관 역시 신지양의 역사 및 12개 민족의 생활풍습을 이해할 수 있는 5만여점의 자료들이 전시돼 있다.

천산천지는 우루무치 최고의 관광코스로 꼽힌다. 해발고도 5445m의 이곳은 한 여름에도 눈덮인 봉우리를 감상할 수 있으며 긴팔 옷을 챙겨야 할 만큼 기온이 낮다. 천지는 이 눈이 녹아내린 물이 모여 이뤄진 호수인데, 물이 매우 맑아서 거울처럼 주위의 풍경들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중국 실크로드 글·사진=이병기 전무
취재협조=에어차이나 02-774-6886

Posted by 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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