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웰빙여행, 시간이 멈춘 듯… 외롭고 고상한 블랙홀

코로만델[뉴질랜드]=글·사진 김미리기자 miri@chosun.com
입력 : 2005.10.19 16:24 59'


여행은 일상의 쉼표다. 숨가삐 읽어가던 일상의 행(行)을 뚝 끊어 주고, 새 숨을 불어넣어 삶의 호흡을 가다듬게 해주는…. 쉼표와의 접점이 질퍽한 생의 좌판(坐板)에서 멀면 멀 수록 휴식의 깊이와 농도는 깊고 진해지는 법.

적도 저 아래 외로운 남국(南國) 뉴질랜드는 이런 ‘여행 공식’을 만끽하게 해주는 ‘아름다운 블랙홀’이었다. 자연을 거부할 수 없는 ‘종교’로 여기며 사는 뉴질랜드 사람들에게 요새 최고의 ‘웰빙’ 여행지로 각광 받고 있는 북섬의 코로만델(Coromandel) 반도를 둘러봤다.


#기암 괴석에 노천 온천까지, 오감으로 즐기는 ‘머큐리 베이’

가이드 피터는 쉴새 없이 뉴질랜드 자랑을 늘어놓는다. “뉴질랜드는 세상의 끝(edge of the world)이자, 마지막 남은 파라다이스에요. 그 중에서도 코로만델은 산, 들, 바다를 한꺼번에 볼 수 있는 ‘천국 중에 천국’이죠. 여기 별장 하나 갖는 게 다들 소원인데 그 놈의 돈이 문제라니까요, 돈이. 하하.”

오클랜드에서 동쪽으로 하우라키만을 사이에 두고 있는 코로만델 반도. 한 때 골드러시로 몰려 든 광부들도 북적였지만 지금은 골짜기에 하나 둘 남아있는 채광굴만 과거를 말해줄 뿐 평화로운 휴양객들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우선 바다로 향했다. 휘티앙아 페리 선착장에서 ‘머큐리 베이(영국 항해가 제임스 쿡 선장 일행이 수성을 관측했던 곳)’ 투어 보트에 올라탔다. 암벽 한 가운데에 삼각형으로 거대한 동굴이 나 있는 ‘커시드럴 코브 (Cathedral Cove)’, 옆 모습이 셰익스피어를 닮은 셰익스피어 바위’, 침몰하는 타이타닉호와 똑같이 생긴 ‘타이타닉 바위’, 부서진 샴페인 잔 모양의 ‘샴페인 바위’…, 용암이 만들어낸 기암 괴석이 코발트빛 바다에 점점이 박혀 있다. 바다는 하늘 빛의 거울이었음을, 이 잔잔한 남태평양의 바다가 일깨워 준다.

눈으로 바다를 봤으니 이제는 몸으로 체험할 차례. 아직은 한기가 채 가시지 않은 봄, 바다에 뛰어들기는 아무래도 무리다. 산호빛 바다를 눈 앞에 두고 발을 동동 구르는 관광객들에게, 온천수가 나오는 해변인 ‘핫 워터 비치’는 오아시스 같은 존재. 땅을 파면 섭씨 60도나 되는 물이 샘솟는다.

해변에는 수영복 차림으로 삽을 들고 모래 사장을 파는 인파로 넘친다.

#야생 키위 재잘거리는 반도 끝 마을 ‘포트 찰스’

코로만델 반도의 북단에 위치한 포트 찰스(Port Charles). 코로만델 타운에서 비포장 도로를 달려 30여분간 첩첩산중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조그만 동네다. 여기 사는 75명의 주민은 바위 틈에 피어난 풀 하나, 나무 한 그루의 이름까지 외는 ‘자연 예찬론자’들이다. 이틀 밤을 머문 통나무 펜션 ‘키위 리트리트’의 주인장 피터와 제니 부부. 이 곳을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스트레스 없는 환경(stress-free environment)’을 주는 게 꿈이다. 폭우를 뚫고 함께 트레킹을 한 일흔 줄의 영국 출신 티나 할머니. 수전증으로 부르르 떨리는 손으로 산행 길에 만난 실버 펀(은 고사리, 뉴질랜드의 상징), 카우리 나무, 니켈 펀을 손자처럼 사랑스레 매만진다.

이들이 적도를 건너온 손님에게 귀한 기회를 줬다. 뉴질랜드 사람 가운데 0.1%도 채 못 봤다는 야생 키위(Kiwi) 새를 찾아 떠나는 모험. 국조(國鳥)인 키위는 천적이 없는 환경에 순응하다 보니 날개가 퇴화돼 날지 못한다. 보존국(Department of Conservation) 공무원 토미는 커다란 안테나를 들고 나타났다. 우리가 만날 7달 된 새끼 키위 ‘포하투’의 가슴팍에 들어있는 마이크로칩을 추적하기 위해서였다. 1시간 남짓 숲 속을 휘젓자 포하투가 나타났다. 토미는 신주 모시듯 고이 포하투를 안는다. 야행성인 포하투는 토미 품에 안기자마자 곯아 떨어진다. 인간의 품에서 잠든 키위새!

이게 뉴질랜드였다. 신(神)은 이 나라에 찬란한 ‘인간의 역사’ 대신 눈부신 ‘자연의 풍광’을 선사했고, 역사를 대신하는 대자연 속에 사람과 동물은 그렇게 하나가 돼 있었다. “최후의, 가장 외롭고, 가장 아름답고, 고상하며 외딴(last, loneliest, loveliest, exquisite, apart) 나라”(영국 시인 러드야드 키플링)가 사는 법이다.

▲ 왼쪽부터 머큐리베이 '커시드럴 코브'. 인간의 품에서 잠든 야생 키위새.
▲ 뉴질랜드의 평화로운 하늘, 초원 그리고 길.

* 여행수첩

● 항공편 : 대한항공 인천~오클랜드 매일 운항

● 뉴질랜드는 목축업과 농업을 대표적인 산업으로 하는 나라이므로 공항 검역을 철저하게 한다. 농수산물, 음식물 반입은 반드시 사전 신고할 것.

● 통화 : 뉴질랜드 달러(1달러=약 730원), 전압: 230,240V. 삼발 모양 소켓 필요.

● 숙소 : 관광청으로부터 퀄마크(qualmark)를 승인받은 숙소는 대체로 깨끗하고 안전한 편. 농가를 개조해 만든 머큐리 베이 지역의 B&B ‘뮤셀 베드’(www. musselbed.co.nz), 찰스 포트 지역의 통나무 펜션 ‘키위 리트리트’(www.kiwire treat.co.nz) 추천.

● 뉴질랜드 관광청 공식홈페이지(www. newzealand.com)에서 한국어 서비스 제공. 뉴질랜드 관광청 한국사무소 (02) 777-9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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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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