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취재] 긴 여정, 짧은 여행 ‘시드니­-발리’(1)

호주와 인도네시아는 이웃한 나라다. 하지만 두 나라의 대표적인 관광도시인 시드니와 발리는 비행기로 한나절이 넘는 거리에 있다. 어차피 타야하는 비행기라면 너무나 다른 두 곳을 한꺼번에 방문하는 여행이 흥미로울 것 같기는 한데…

긴 여정엔 우여곡절도 많다

인천-자카르타-발리-시드니. 가루다 인도네시아가 취항한다는 것 말고는 도무지 공통점이 없을 것 같은 이 도시들을 14명의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다. 한국시간을 기준으로 2시간이 느린 자카르타와 1시간이 느린 발리, 한국보다 1시간이 빠른 시드니를 이동하는 동안 오로지 정신을 차리고 있는 시계는 배꼽시계뿐이다.

‘꿩 먹고 알 먹고’하려면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 천국의 휴양지 ‘발리’와 낭만적인 항구도시 ‘시드니’를 한 눈에 담아오려면, 우선 비행기의 소음을 자장가로 삼고, 기내식을 최고의 요리로 즐길 줄 아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아무리 인도네시아와 호주가 이웃한 나라라고 해도 알다시피 호주의 땅덩어리는 한반도의 33배나 된다. 그러니 발리와 시드니간의 비행은 한나절을 꼬박 잡아먹는다.

계산이 복잡하니 이렇게 설명하자. 오전 11시30분에 인천에서 가루다 인도네시아의 비행기를 탄다. 자카르타에 1시간 정도 내렸다가 다시 발리에 도착해 비행기를 갈아타고 시드니에 도착하는 시간은 한국시간으로 대략 다음날 새벽 6시. 그렇게 거의 하루 밤낮을 날아오면 모두들 어제 아침에 봤던 그 사람이 아니다.

이른 아침 시드니 도착. 일찍 시작될 것 같던 첫날 투어는 공항에서 발목이 잡혔다. ‘칼’이다 ‘지팡이’다 하며 여러 가지 의심을 샀던 최 모 대리의 ‘낚시대’가 발리 공항에서 주인을 놓쳐 버렸다. 짐을 확인하러 간 그가 돌아오면 즉시 출발한다는 엄포에 1시간 동안 화장실도 마음 편히 못 갔던 일행은 그에게 ‘낚시’라는 별명을 선사했다. 호주 비자를 미리 받지 않아 출발 아침에 소동을 일으켰던 ‘여권’양에 이어 두 번째다. 발리야 무비자라지만 호주 비자는 반드시 사전에 받아 둘 것. 짐은 시드니까지 한꺼번에 보낼 것. 이것이 여행사 스터디 투어다.

푸른산을 하산하다

어쨌든 늦어진 시드니 투어의 첫 코스는 시드니 서부의 카툼바(Katoomba)에 위치한 국립공원 블루마운틴(Blue Mountain)이다. 차는 있는 듯 없는 듯한 경사로를 부드럽게 올라가더니 어느새 산 정상이라며 사람들을 내려준다. ‘그린’이 아니라 ‘블루’인 산도 처음이지만, ‘등산’이 아니라 ‘하산’을 해야 하는 산도 처음이다.

화산처럼 급격한 지각활동이 없는 호주의 땅덩어리는 완만한 침식과 융기작용으로 지형이 형성됐다. 푹 패인 분지에 대규모의 숲을 만든 주범은 유칼립스다. 이 나무에서 증발되는 유액이 태양빛에 증발되어 푸른 연무가 형성된 것이 바로 ‘블루’의 비밀이다. 거대한 기암인 세 자매봉(The Three Sisters)의 뒤쪽으로 숲은 끝없이 이어져 어느새 파란 안개에 휩싸인 호수인가 싶더니 망망대해 바다가 된다. 고개를 들면 머리가 ‘어찔’할 정도로 짙푸른 하늘이 술술 바다로 풀려 내려온다.

전망대에서의 기념 촬영후에는 식순에 따라 매 10분마다 운행하는 궤도열차(Katoomba Scenic Railway)와 케이블카(Sceniscender Cable Car) 탑승이 기다리고 있다. 왕복 이용은 물론이고 열차를 타고 내려가서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온다든지, 혹은 그 반대도 가능하다. 일단 케이블카에 먼저 올랐다. 경사도 급하지만 속도감도 만만치 않다. 거리가 짧은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고,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다.

궤도열차를 타기 위해 유난히 아름다운 그늘을 드리우는 숲 사이를 걷는 동안 기분이 상쾌해 진다. 국립공원 내에는 여러 산책로와 정원, 숙박시설 그리고 카누, 래프팅, 암벽 오르기, 산악 자전거 등의 레포츠 시설들이 입주해 있다. 올라오는 길은 뒷덜미를 확 끌어올리듯 뒤로 솟구쳐 올라가는 궤도열차에 몸을 맡겼다. 열차가 통과하는 어두운 광도는 마치 시간을 뒤바꿔놓는 블랙홀 같다. 푸른 낙원에서의 시간은 짧기만 했고, 사람들을 출발 장소로 순식간에 복귀했다.

시드니 발리 글·사진=천소현 기자joojoo@traveltimes.co.kr
취재협조=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 02-753-8848

호주의 보물에 손자국을 내자

호주에는 그 곳에서만 볼 수 있는 진귀한 보물들이 있다. 그것도 살아 움직이고 엄청난 먹이를 먹어치우고 배설을 하는 그런 보물들이다. 호주야생공원(Australian Wildlife Park)에서 만난 보물들도 호주 정부의 정책아래 철저하게 보호받고 있다. 코알라야 그 사랑스러움에 있어서 견줄데가 없고, 어디선가 나타나 총총 뛰어가는 작은 캥거루 월러비는 만화에서 튀어나온 것 같다.

만져보고 사진을 찍는 열기는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차이가 없다. 자이안트 염수 악어는 이끼 낀 푸른 물속에서 오랜 잠수를 하고, 박쥐는 피곤한 날개옷을 접었다. 두툼한 쿠션처럼 생긴 웜배트는 부지런히 땅을 훑고 시드니 올림픽 마스코트였던 쿠카부라는 큰 부리 때문에 다른 새와 섞여 있어도 바로 알아볼 수 있다.

이 동물들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원측에서 매일 1~2회씩 공연하는 시골 양털 깍기 시범, 뱀들의 행진, 코알라와 생애 등의 쇼를 관람하면 되는데 집중탐구를 원한다면 고아나 혹은 민물 악어와의 대화 시간을 활용하면 된다. 그도 모자라면 광적인 악어와의 대화시간도 있다.

[현지취재] 긴 여정, 짧은 여행 ‘시드니­-발리’(2)

10월의 시드니는 따스한 미풍이 가득할 뿐 아니라 누가 매일 청소라도 하는지 푸른 하늘에는 티끌하나 없다. 본능에만 충실한 아이 때부터 백지라면 그냥 두고 보지 못하는 것이 인간의 심리가 아닌가. 호주의 미항 시드니에는 하늘에다 낙서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필기도구 비행기.

처음 시드니를 방문한 건 한 겨울로 접어드는 5월이었다. 하지만 때 마침 찾아온 이상 기후로 시드니의 기온은 겨울 코트를 입고 다닐 정도로 뚝 떨어져서 ‘열대의 한파(tropical freeze)’라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다시 찾은 10월의 시드니는 따뜻한 미풍이 불어오는 전형적인 봄. 뿐만 아니라 우리의 눈부신 가을하늘까지 고스란히 안고 있다. 그 푸른 하늘에 낙서를 하겠다고 조그만 경비행기 하나가 어지럽게 날아다닌다. 하얀 연기를 뿜어내며 무얼 쓰나, 고개가 꺽어져라 쳐다봤더니 고작 아그파 필름 광고다.

‘A.G.F.A’. 하지만 가끔은 푸른 하늘에다 사랑을 고백하는 낭만파도 있단다. 고백의 단어들은 얕은 바람에도 쉬이 흩어지지만, 가슴속에 새겨진 사랑은 모진 풍랑에도 거뜬하지 않겠는가.

시드니의 둘째날은 시드니 하버와 동부 해변을 둘러보는 일정이다. 지난밤 우리의 컵라면을 벌써 2개나 축냈다는 ‘유쾌한 라면’씨의 육성 고백을 듣다보니 금세 ‘맥쿼리스 부인의 의자’에 도착했다.

미시즈 맥쿼리스 의자(Mrs Macquaries Chair)가 있는 왕립 식물원의 끄트머리 전망대는 기념사진 찍기의 경연장 같다. 시드니의 상징인 오페라 하우스(Opera House)와 하버 브릿지(Harbour Bridge)를 가장 아름답게 조망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 볕이 잘 드는 둔턱에 웃통을 벗은 채 다정하게 누워있는 한쌍의 ‘남남(男男)’도 이방인들의 사진속에 겹치기 출연을 한다.

멀찍이서 우아한 ‘자태’를 감상했으니, 이제 가까이서 뜯어볼 시간. 그러나 뉴사우스웨일즈 아트갤러리(Art Gallery of New South Wales)에서 너무 지체한 탓인지 시간이 빠듯하다. 요령부득 급한 마음에 멀찍이서 사진기만 찰칵찰칵 눌러본다. 켜켜이 지붕을 겹쳐놓은 오페라 하우스의 독특한 디자인은 ‘요트의 흰 돛’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한다. 지붕은 온통 100만 장이 넘는 스웨덴제 세라믹 타일로 덮여 있다.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오페라 하우스의 매력은 그 독창성뿐 아니라 좌우대칭을 깡그리 무시하고 지은 대담성에 있는 것 같다.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매번 새롭고 낯설다. 최고의 명소답게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는 이 곳에서 서큘러 키(Circular Quay)쪽으로 노점상들이 쭉 늘어서 있다. 질서 정연한 하얀 파라솔 아래 손수 만든 여러 가지 악세서리와 기념품 등이 팔려 나가고 있다. 그 짧은 시간에도 표지가 귀여운 핸드메이드 앨범을 사고야 말았던 두 여인을 재촉해 빠른 걸음으로 크루즈에 오른다.

배가본드 크루즈(Vagabond Cruises)의 점심 뷔페에는 김치까지 준비되어 있다. 하지만 김치 보다 인기가 높았던 것은 무한정 제공되는 새우. 서로 사이좋게 껍질까지 벗겨주며 새우를 동내고 난 다음에야 창 밖으로 고개를 돌린다. 어디서나 선명한 랜드마크를 이루는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 브릿지야 너무 익숙한 장면. 요트 선착장까지 갖추고 있다는 해변의 고급주택이나 식민의 역사가 실린 건물들을 스쳐가는 동안에도 다들 잠잠하더니 일순간 배안이 소란스러워진다. 저 앞에 누드비치가 있다는 비보를 접한 디지털캠코더들이 일제히 줌(Zoom) 성능을 시험하고 나섰다. 물론 한국에서 건너온 카메라들만. 약조대로 나중에 시사회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볼 사람들은 다 봤다고 한다.

해는 정점에서 내려오고 있지만 기온이 가장 올라가는 오후의 본다이 비치(Bondi Beach)에는 반라의 남녀들이 가득하다. 크루즈에서부터 머리위에 떠 있던 ‘아그파’라는 글자는 이 곳까지 따라왔고, 벗은 몸에 대한 사람들의 호기심도 역시 따라왔다. 톱플리스(Topless)를 찾아 헤매는 눈길들은 여기에서도 발군의 실력들을 발휘한다. 서로 정보 교환도 활발하다.

잠깐 숨을 돌리고 나서 파도가 부서지는 절벽이 장관을 이루는 갭(The Gap)으로 올라갔다. 한국에서는 추석 명절로 떠들썩할 시기인데, 여유롭게 여행을 즐기는 중년의 한국 부부들도 보인다. 몸을 지탱하기 어려울 정도로 불어대는 바람에 밀려 왓슨 베이(Watsons Bay)로 내려오니, 바다의 풍경이 한결 호젓하다. 경사도 사투리를 질펀하게 쓰는 한국인을 보고 북한 사람들이라는 터무니없는 오보를 날렸던 모 이사님께 따뜻한 커피와 코코아를 한잔씩 얻어 마시는 동안 오후의 바다에는 은빛이 내렸다.

시드니 글·사진=천소현 기자 joojoo@traveltimes.co.kr
취재협조=자유여행사 02-777-7501

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 ‘시드니-발리 연합상품’

10월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간 시드니-발리 연합상품은 가루다인도네시아 항공의 야심작이다. 가장 큰 장점은 물론 저렴한 가격. 호주와 인도네시아라는 두 나라를 여행하는 7박8일 상품이 89만9,000원(11월)이다. 7만원 가까운 시드니와 발리의 공항세도 모두 포함되어 있다. 매년 한국인이 가장 가보고 싶어하는 나라를 조사하면 당당 1위를 차지하는 호주의 매력도 대단하지만, 최근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발리에 대한 동경도 만만치 않다.

시드니에서는 관광을 충분히 즐기고 발리에서는 편안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역시 가장 큰 단점은 비행시간이 길다는 것. 시드니까지 거의 꼬박 하루 밤낮을 날아가야 하는 여정은 고생스럽다. 하지만 이틀 동안 아름다운 도시 시드니를 여행하고, 다시 3일 동안 발리에서 ‘천상의 휴가’를 보내고 나면 돌아오는 길은 멀지 않다. 매주 금요일에 4인 이상이면 출발 가능하다. 현재 자유여행사에서 간사를 맡고 나스 항공, 인터 파크 등의 패키지 여행사에서 연합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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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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