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취재]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의 매력을 찾아서 Ⅷ- 블루마운틴

분명히 내륙 깊숙한 숲 속을 달리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인지 저 멀리 아득한 곳에 짙푸른 바다가 일렁이고 있었다. 아무리 공기가 맑아 시계가 좋다고는 해도 이건 좀 어이없는 노릇이다. 웬 바다냐고 따지듯 묻자 베테랑 호주 가이드 아저씨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호탕한 너털웃음과 함께 “이곳에 무슨 바다예요, 숲 아니면 하늘이겠지!”란다.

워낙 넓고 시야가 탁 트여서인지 호주에서는 숲인지 바다인지 하늘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한 두 번 숲을 바다로 혹은 하늘로 착각하고 나면 나중에는 진짜 바다를 보고도 혹시 저것도 숲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대지가 바다처럼 넓고 숲의 나무들 또한 작은 파도처럼 일렁이기 때문에 이런 착시가 종종 일어나기도 하겠지만 보다 결정적인 이유는 빛깔에 있지 않을까 싶다. 서로의 빛깔을 쏙 빼다 닮은 그 유사성이 숲과 바다와 하늘의 경계선을 흐릿하게 휘저어 놓았을 것이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 주의 대표적인 관광명소 중 하나인 ‘블루 마운틴 국립공원(Blue Mountains National Park)’은 바다와 하늘을 닮은 숲의 전형이다. 광활한 숲이 바다인양 하늘인양 아스라하게 펼쳐지고, 야생의 미를 그대로 간직한 깊고 넓은 협곡들은 파도처럼 노을처럼 하늘거린다.

인간의 섣부른 접근을 거부하는 그 웅장하고 거친 태고의 아름다움은 ‘호주의 그랜드캐니언’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약 2억년 전부터 지속돼 온 침식과 융기 작용은 해발 1,000m를 넘나드는 산들을 겹겹이 쌓아 놓았고, 기묘하고 아찔한 절벽과 협곡을 이곳저곳에 마구 흩뿌려 놓았다.

더욱 인간을 압도하는 것은 블루 마운틴이 연출하는 ‘색깔의 마법’이다. 햇볕이 뜨거운 날이면 블루 마운틴은 깊이를 알 수 없는 푸른 빛깔을 내뿜는다고 한다. 마치 푸른 안개에 휩싸이기라도 한 듯한 신비한 장관을 연출하는 것이다.

비밀은 유칼립투스 나무에 있다. 알코올 성분이 많은 유칼립투스 나무의 수액이 공기 중으로 증발되면서 푸른빛을 분출하기 때문에 산 전체가 신비한 빛깔에 휩싸이는 것이다. 블루 마운틴이라는 명칭도 여기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대자연의 웅장한 아름다움과 신비한 푸른 안개에 이끌린 호주 원주민들의 발길을 시작으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 블루 마운틴은 이후 개척시대의 금광 개발기를 거치면서 많은 관광객들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블루마운틴 매력의 집결지 카툼바!

블루 마운틴은 북쪽 퀸즈랜드 주에서 시작해 남쪽으로 뉴사우스웨일즈 주를 거쳐 빅토리아 주까지 이르는 거대한 규모인 만큼 수많은 관광명소와 프로그램을 갖고 있다. 그 중에서 관광객들이 주로 찾고 있는 곳은 블루마운틴의 상징 격인 ‘세 자매 바위(The Three Sisters)’가 있는 카툼바(Katoomba) 지역이다.

카툼바까지는 시드니에서 서쪽으로 한 시간 반 가량만 달리면 쉽게 도달할 수 있고, ‘에코 포인트(Echo Point)’라는 전망대와 ‘씨닉월드(Scenic World)’의 케이블카 등을 통해 다채로운 방법으로 블루 마운틴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어 연중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씨닉월드에는 석탄을 실어 나르기 위해 지난 1878년에 세워진 ‘씨닉 레일웨이(Scenic Railway)’를 비롯해 1958년에 마련된 케이블 카 ‘씨닉 스카이웨이(Scenic Skyway)’, 2000년에 새롭게 등장한 ‘씨닉센더(Scenisender)’가 있어 즐거움의 폭이 넓다.

이곳에서 채굴된 석탄을 실어 나를 목적으로 설치된 씨닉 레일웨이는 최고 경사도 52도의 급경사면을 오르내리는 짜릿함을 관광객들에게 선사한다. 절벽을 따라 450m의 거리를 오르내리는데 승객용 궤도열차로는 가장 경사진 열차로 기네스 북에 올라와 있다. 처음엔 아찔한 급경사면에 압도돼 안전장치를 잡은 손에 잔뜩 힘이 들어가지만 나중에는 짧은 거리를 아쉬워하며 내리게 될 정도로 재미가 쏠쏠하다.

레일웨이에서 내려서는 숲 속에 마련된 산책로(Board Walk)를 따라 옛 광산 입구와 열대림, 폭포, 야생조류와 동물, 웅장한 양치류 등과 만나며 여유로운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산책이 끝나면 매 10분마다 오르내리는 케이블카 씨닉센더를 이용해 다시 정상으로 올라갈 수 있으며, 정상에서는 다시 씨닉 스카이웨이를 타고 시원한 물줄기를 내뿜는 카툼바 폭포와 세 자매 바위 등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다. 굳이 이들 시설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정상에 마련된 극장과 레스토랑, 기념품점 등에서 시간을 보낼 수도 있어 입체적인 블루마운틴 즐기기가 가능하다.

산 정상의 낭만적인 해변 도시

블루 마운틴 국립공원이 다른 국립공원과 다른 점 중 하나는 바로 해발 1,000m가 넘는 산 정상에 크고 작은 마을이 형성돼 있다는 점이다. 정상의 완만한 언덕배기에 옹기종기 들어앉은 유럽풍 건축양식의 건물들은 블루마운틴이 뿜어내는 푸른 안개와 더 없는 조화를 이뤄 마치 유럽의 어느 해변마을과도 같은 평화로운 분위기를 선사한다.

카툼바에 오르는 길목에서 마주치는 산 위 첫 번째 마을인 ‘루라(Leura)’ 타운의 분위기가 그렇고 전망 좋은 곳에 위치한 수많은 호텔과 레스토랑들의 느낌이 그렇다. 특히 ‘마운틴 헤리티지(The Mountain Heritage)’ 호텔 등은 호젓한 경치와 낭만적인 분위기가 일품이어서 허니문으로는 물론 점심식사 장소로도 많은 인기를 받고 있다.

한국인들이 주로 찾는 블루 마운틴의 호텔로는 루라 타운에 있는 ‘페퍼스 페어몬트 리조트(Peppers Fairmont Resort)’가 있는데, 대자연 속에 안겨 있는 초특급 리조트의 빼어난 시설과 서비스로 인기가 높다. 특히 테니스 코트와 스파, 수영장 등의 다채로운 시설은 물론 18홀의 골프코스까지 갖추고 있어 투숙객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 준다.

호주 블루마운틴 글·사진=김선주 기자 vagrant@traveltimes.co.kr
취재협조=호주 뉴사우스웨일즈 주 관광청 www.tourism.nsw.gov.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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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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