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취재] 실크로드上 - 우루무치

중앙아시아의 풍경찾아 떠나는 여행

■ 대도시가 돼 버린 오아시스도시 우루무치

2천년 전 중앙아시아 사막지대의 황량한 풍경 사이사이에 징검다리처럼 놓여 있는 오아시스는 불모지의 생명줄이었다. 신장과 간쑤성의 도시들은 대규모 캐러밴들이 다니던 길 주변 오아시스에 세워졌다. 우루무치와 둔황, 투르판, 카슈카르 등이 그 당시 번성했던 오아시스 도시들이다. 그 중 우루무치는 톈산 산맥 북쪽에 있는 중가리아 분지의 남단에 위치하는 도시로 산기슭 남쪽에는 광대한 타클라마칸 사막이 펼쳐져 있다. 1월과 7월의 기온 차가 40~50도나 되는 대륙성 기후이며 연간 강수량은 150~200mm 밖에 되지 않는다.


신장의 성도 우루무치는 일찍부터 톈산(천산)을 경계로 북방민족들이 끊임없이 남하해 정착한 곳이다. 기원전 59년 무렵 한무제가 서역과 교역로를 트기 위해 흉노를 제압하고 이 지역을 장악한 후 서역도호부를 설치하면서 한족의 병사들과 개척민들이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 13세기 들어 이 지역은 칭기즈칸에 의해 정복됐으나 1884년 청의 건륭제에 의해 다시 신장으로 명명이 되고 다시 중국의 지배에 들어가게 됐다. 그러나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어 현지의 군벌에 의해 지배되어 오다가 1949년 인민해방군이 신장의 주도인 우루무치에 진주하면서 실질적으로 중국영토가 됐다. 그리고 7년 후 1955년 10월1일 자치구가 됐다.

과거 실크로드의 거점인 오아시스 마을의 하나였던 우루무치는 현재 고층빌딩과 화려한 가로등이 대로에 늘어서 있는 대도시로 탈바꿈했다. 1963년 완공된 총 1892km의 란저우와 우루무치 구간의 철도건설도 우루무치의 현대화에 기여했다. 우루무치는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 파키스탄의 이슬라마바드로 국제열차가 오가는 등 지금도 변함없이 동서교역의 요충지이다.

베이징의 표준시간을 적용받는 이곳에서는 밤 10시 40분이 돼야 해가 지기 시작한다. 낮에는 한가롭던 거리, 일몰 후에야 거리로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사람들 사이사이로 우루무치 거리를 활보하는 짙은 적색 택시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야시장 곳곳에는 저민 양고기 꼬치를 구워 파느라 짙은 연기가 여기저기 불이라도 난 것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 아편전쟁의 영웅, 임칙서

훙산(홍산)은 산의 흙이 붉다 해 ‘훙산(紅山)’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는데 이곳의 전룽타(진요탑)는 1770년 청의 총독이 나쁜 지맥을 끊고자 건립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전룽타의 바로 아래쪽에는 임칙서의 동상이 있다. 1840년 임칙서는 아편의 불법 밀수를 막기 위해 광저우에서 영국이 보관하고 있던 2만 상자의 아편을 수거 소각한다. 이에 영국 해군은 베이징에서 멀지 않은 베이허 연안을 공격하게 되고 아편 전쟁이 시작된다. 그러나 중국은 아편전쟁에서 영국에 패하고 임칙서는 신장으로 쫓겨 온다.

임칙서는 1845년 홍산에 올라 쓰러져 가는 국운을 탄식하며 글을 썼는데 훗날 이를 기념하는 시비가 그의 동상과 함께 세워졌다. 임칙서의 동상 부근 22m 높이의 전망대인 위안타오러우에 올라 바라보는 우루무치의 풍경도 좋다.

우루무치 글·사진 박준 객원기자 tibetian@freechal.com
취재협조=웰빙차이나항공 02-771-8600


■ 침엽수에 둘러싸인 초원 남산목장

남산목장은 우루무치에서 75km 떨어져 있는데 차로 1시간 30분이 걸린다. 말을 타고 초원을 둘러볼 수 있는데 기자가 말 타는 것을 돌보기 위해 채찍을 들고 따라 나선 마부는 열 두세 살이나 되었을까 싶은 어린 여자아이였다. 강한 직사광선에 앳된 얼굴은 거칠게 그을리고 텄지만 카메라를 들어올려 보이자 손가락으로 브이 자를 그리며 웃음을 전해준다. 말타기 이외에도 남산목장에서는 카자흐족의 이동용 주거지이자 전통가옥인 파오 안을 둘러보며 유목민 생활을 엿볼 수 있다.

■ 해발 1980m의 호수 톈츠

톈츠(천지)는 우루무치 남쪽 교외 톈산 산맥 기슭에 산으로 둘러싸인 호수로 우루무치에서 128km 떨어져 있다. 이곳의 높이는 1980m로 톈츠의 주변경관은 유럽의 깊은 삼림과 같은 느낌이다. 케이블카를 타고 톈츠에 올라 유람선에 승선하면 겹겹이 드리워진 산들 너머 톈산의 만년설이 뚜렷이 보인다. 줄지어 또는 촘촘히 군락을 이루며 서 있는 나무들의 모습도 이채롭다.

Posted by 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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