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베네치아 위에서 내려다 본 산 마르코 광장의 모습 | ⓒ 이한철 | |
|
산마르코 광장의 주인은 ‘비둘기’
리알토 다리에서 내려 좁을 골목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산마르코 광장에 도달하게 된다. 탁 트인 광장은 두깔레 궁전, 산마르코 성당 등이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관광객들을 맞이하지만 정작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건물이 아닌 비둘기였다. 어림잡아도 관광객들보다 10배는 더 많아 보이는 엄청난 수의 비둘기들은 산마르코 광장을 이미 접수(?)하고 관광객들로부터 먹이를 상납받고 있었다. 비둘기들은 관광사업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이곳의 주인이었다. 먹을거리를 들고 있는 관광객이 있는 곳엔 수많은 비둘기들이 한꺼번에 몰려가 어깨와 머리 위에서 종종걸음을 하며 재촉하기 때문에 감히 음식을 꺼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과자를 던져주면 비둘기들이 몰리긴 하지만 피동적인 자세에 불과할 뿐. 그러나 당당하고 적극적인 이곳의 비둘기들은 한 치의 빈틈도 허락하지 않는 집요함이 있었다. | ▲ 베네치아 비둘기들에게 먹이를 주며 즐거워하고 있는 관광객들 | ⓒ 이한철 | |
|
임시 보도로 거닐어 볼까요?
나폴레옹이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고 격찬했다는 산마르코 광장. 이곳에 오면서 가장 걱정했던 것은 날씨였다. 야속하게 쏟아졌던 비는 그쳤지만 여전히 날씨는 잔뜩 찌푸려 있었다. 그러나 비에 대한 원망은 산마르코 광장에 이르러 100% 사라지게 됐다. 산마르코 광장은 비로 침수될 때마다 보도 역할을 하는 판자를 연결해 그 위를 사람들이 다니게 하는데 바로 그 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광장이 침수된 수준은 아니었지만 곳곳에 물이 고인 곳이 많아 판자를 연결해 놓은 것이다. 1년에 두 번 정도 침수된다는 광장. 맑은 날씨 탓에 볼 수 없거나 아니면 침수된 상태로 불편을 감수해야 볼 수 있는 광경을 큰 불편 없이 관람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왠지 모를 성취감이 느껴졌다. | ▲ 베네치아 판자를 연결해 고인 물 위를 건너는 관광객들의 모습 | ⓒ 이한철 | |
|
| ▲ 베네치아 산 마르코 성당의 웅장한 모습 | ⓒ 이한철 | |
|
산마르코 광장의 역사와 관광 명소?
‘비둘기의 향연’이 인상적인 산마르코 광장은 여러 가지 신비로운 풍경과관광 명물들을 볼 수 있는 곳이다. 12 사도 중 한 명인 성 마르코의 유해를 모시기 위해 세운 산마르코 성당, 그리고 두깔레 궁전, 탄식의 다리 등은 저마다 깊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높이 솟은 시계탑 역시 이곳의 명물 중 하나. 귀엽게 생긴 인형 두 개가 매 시간 종을 치며 시간을 알린다. 이는 무려 500년 동안이나 이어져 왔다고 하니 그 기술이 놀라울 따름이다. | ▲ 베네치아 산 마르코 광장의 명물 중 하나인 '시계탑' | ⓒ 이한철 | |
|
광장 바다 건너편 ‘산 조르조 마죠레 성당’을 바라보며 왼쪽으로 가다보면 작은 다리 위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촬영하고 있는 광경을 보게 된다. 사실 베네치아에서 그다지 눈에 띄는 풍경이 아님에도 사람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이유는 그곳이 지닌 역사 때문. 그곳이 바로 죄수들이 지하 감옥으로 들어가며 마지막으로 한숨을 지었다는 ‘탄식의 다리’다. 이곳을 지난 죄수로는 플레이보이의 대명사 ‘카사노바’와 ‘실비오 펠리코’ 등이 있는데 그들이 저 좁은 다리를 건너는 장면을 상상해 보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비둘기들의 요새처럼 느껴지면서도 독특한 역사와 의미를 간직한 곳 산 마르코. 그곳은 로마에 비해 한결 여유롭고 피렌체에 비해 한결 활기찼으며 빡빡한 일정에 지쳐 있던 내게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었다. 필자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다시 ‘바포레또’에 몸을 실었다. | ▲ 베네치아 바다 건너편으로 보이는 '산 조르조 마죠레 성당' | ⓒ 이한철 | |
|
| ▲ 베네치아 이처럼 골목마다 작은 다리들로 연결돼 있다. (오른쪽은 ‘탄식의 다리’) | ⓒ 이한철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