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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지만 익숙한 파리의 볼거리
하. 지. 만 너무 많은 사전 정보와 기대 때문이었을까? 눈으로 확인한 그 장소들과, 그 유적, 예술품들은 너무나 익숙해 보였다. 아니, 항상 보아온 것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여서, 감동보다는 확인 도장을 찍는 기분이었다.
두 번째는 정말 번화하지만 너무 익숙하다는 것이었다. 들었던 만큼이나 화려한 거리에는 다양한 상점들과 카페들이 즐비했다. 특히 샹젤리제 거리에 천막을 친 노천카페들은 거리 초입부터 개선문 끝까지 자리란 자리에는 모두 의자와 테이블을 가져 놓은 듯했다. 그런 의자와 테이블 수가 무색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들을 빼곡히 채우고 있었고, 거기에 한 배쯤 되는 사람들이 거리를 걷고 있었다. 건물들은 원형만 오래 전 건물일 뿐 화려한 간판을 달고 실내장식을 해 최신 건물이나 다름없었다. 마치 놀이공원에 꾸며놓은 유럽형 건물과 그 안에 있는 최신 놀이시설 같은 모습이라고나 할까? 전체적인 모습은 사람 북적대는 명동과 별 차이가 없었다. 라데팡스에서 미래도시를 보다 즐비한 동양인 손님으로 발 디딜 틈이 없는 루이비통 매장이 있는 샹젤리제 거리와 중고등학교 미술책 확인 숙제를 온 듯 한 오르세 미술관, 너무나 더운 나머지 짜증만 나던 파리의 거리까지, 파리의 처음 삼일은 솔직히 실망의 연속이었다. 현기를 만나 처음으로 같이 돌아다니며 가게 된 라데팡스를 보기까지는 계속 그런 마음이었다.
더더욱 놀라웠던 것은 나중에 알게 된 내용으로, 이런 도시가 50여 년 전에 계획되고(1958년) 30~40여년에 걸쳐 완성되었다는 이야기였다. 50여 년 전에 이런 도시를 계획한 선견지명도 대단하지만, 원칙을 가지고 4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꾸준히 조성했다니, 심심하면 신도시를 발표하고 몇 년이면 뚝딱하고 만들어대는 우리 실정과 너무 비교되는 것이었다.
주로 업무용 건물들이 많은 탓에, 우리가 찾은 토요일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한가한 풍경이었다. 쇼핑을 하는 사람들과 유모차를 끌고 가는 아이엄마의 모습 등이 파리 주말의 여유로움을 듬뿍 말해주고 있었다. 파리 시내 방면으로 조금 걸어가다가 본 라데팡스의 풍경은 정말 부러운 도시의 모습이었다. 넓게 조성된 분수와 더운 날씨에 그곳에 발을 담가 쉬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여유의 극치였다. 분수에 들어가 뛰어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그런 모습이 좋아 보이기도 하고, 덥기도 하고 해서 현기랑 나도 신발을 벗고 분수에 발을 담갔다. 파리는 밤이 더 예쁘다 라데팡스에서부터 개선문까지 걸어오자 벌써 저녁이 다 되었다. 해가 긴 유럽의 여름 특성상 7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도 날은 대낮처럼 밝았다. 하지만 민박집의 저녁시간을 놓치면 밥을 사먹어야하는지라, 한 푼이 아쉬운 우리는 숙소로 우선 돌아가야 했다.
복잡한 파리의 지하철은 파리 체류 4일째에도 여전히 어려운 문제로, 유람선 선착장을 찾느라 또 고생을 했다. 어찌어찌 찾아간 바토 무슈(Bateaux Mouches) 유람선 선착장에서 해가 어둑어둑해지던 10시경 유람선에 올랐다. 유람선에 오를 적 만해도 아직 어스름하던 해가 오르세 미술관을 지날 때쯤엔 완전히 사라졌다.
유람선 안에는 다양한 안내방송만큼이나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다. 여행시즌에는 다수의 한국 사람들도 볼 수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유럽여행시즌 전인 6월이라 그런지 한국 사람들은 그렇게 많이 보이지는 않았다. 그 중 우리와 바로 옆 자리의 네덜란드 학생 한 무리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들이 하도 시끄러워서 말을 걸어보았다. 그냥 보기에는 노숙한 얼굴에 대략 20대 초중반쯤으로 보이던 녀석들이 17~19살이라는 말에 우리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중요한 것은 그 녀석들이 하도 시끄러워서 조용히 하라고 말하려 말을 걸었는데, 결국엔 우리도 그 무리들과 시끄럽게 놀게 된 것이었다. 'South Korea'라는 우리말에 그 녀석들이 'Guus! Guus!'하며 소리를 지르는 것이 아닌가. 처음엔 어리둥절했는데, 알고 보니 히딩크 감독을 말하는 것이었다. 기분이 좋아진 우리도 같이 'Guus! Guus!'하고 어울리며 사진을 찍었다. 말이 잘 통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름 하나만으로 왠지 가깝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 'Guus'란 이름은 이후 여행하는 동안 네덜란드와 호주 사람을 만나면 언제든지 친해질 수 있는 마법을 부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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