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2005)..........
[네 바퀴로 가는 실크로드 35] 카슈가르 바자르 둘러보기
동봉
2007. 4. 2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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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슈가르 고성
교묘하게도 이런 장소를 관광지화 해 마을로 들어서는 어귀에서는 입장료를 받는다. 주민이 거주하는 전통 공간. 우리의 하회마을이나 낙안읍성쯤 되는 발상이다. 위구르 안내원을 앞세우고 다니는 골목의 정취가 더욱 정겹다. 그러나 골목의 끝, 사이사이로 그녀가 안내하는 곳을 따르다 보면 결국 어떤 종류의 가게로 들어서게 된다. 소소한 기념품, 인근 유적에서 발굴했다는 골동품(믿을 수 없다), 카슈가르의 특산 양탄자 등등 종류도 다양하다.
물론 경제적 여력도 문제이거니와 백구에 실을 수 있는 더 이상의 공간도 없어 큰 양탄자 따위는 언감생심. 그저 여기 사람들이 기도할 때 쓰는 자그마한 방석용 양탄자를 몇 점 사서 나섰다. 수작업으로 만들었다는 말 운운은 귓등으로 들었다. 카슈가르의 바자르(일요시장)
뜨거운 햇살에 살 섞는 장사치의 호객소리가 순풍이 되어 사막 곳곳에서 운집한 사람의 물결 사이를 표류한다. 특별한 구매 목적을 갖지 않는 단순한 소요. 나는 그들을 구경하고 그들은 나를 구경한다. 사람 사는 곳이란 어디나 그런 내음을 풍기는 것일까. 바자르는 단순히 물건이 거래되는 장소가 아니라 우리네 5일장처럼 정보가 오가고 반가운 얼굴들이 마주하는 교류의 장이다.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담소를 나누는 풍경과 진득하게 나누는 흥정에는 정겨움이 담겨 있다. 바자르의 먹거리
긁은 얼음에 우유와 시럽 같은 감미료를 넣고 머리 높이 만큼이나 그릇의 내용물을 털어 올리면 곧 잘 녹은 빙수가 된다. 더운 날씨 때문인지 손님들에게 내놓기 무섭게 다시 작업에 들어가는 그 솜씨가 현란하다.
객지 나와서 조심해야 할 게 물 갈아 마시는 것. 더구나 수백 명이 마신 유리잔에 다시 물을 부어 파는지라 위생상의 꺼림칙한 면도 있으나 그 맛에 대한 호기심이 너무 강해 한 잔을 나눠 마셨으나…. 어떤 맛인지 감지할 수 없다는 게 그 음료의 특징이다. 시장의 모습이 모두 그렇듯 카슈가르의 바자르에도 다양한 먹거리가 있다. 즉석에서 잘라 파는 과일은 물론이요 영락없는 카슈가르식 순대, 양꼬치 구이, 그리고 낭과 각종 빵들. 어떤 것은 기대감으로, 어떤 것은 두려움으로 손을 댄다. 약 700만 명으로 신장 전체 인구의 45%를 차지하는 위구르족은 돼지고기, 동물의 피, 늙어 죽거나 병사한 고기는 먹지 않는다. 남신장과 북신장이 조금 다르기는 하지만 대개 낙타, 양, 소 등의 반추동물은 먹고 통발굽 동물인 말, 노새, 나귀 등은 먹지 않는다.
신장 지역에서 느낀 건데 여기 사람들에겐 적선이 하나의 문화요 생활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슬람의 교리 때문일까? 길거리나 사원 앞에 돈통을 앞에 둔 걸인의 표정은 비굴하지 않고 그 안에 돈을 넣는 이들의 표정도 오만하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흔쾌히 걸인에게 선을 쌓으며 결코 나무라거나 지저분하다는 눈빛을 갖지 않는다. 국제무역시장의 할머니
한국에서도 재래시장에 가는 게 두려웠다. 다 팔아도 만 원이 안 될 것 같은 푸성귀 한 단을 놓고 하루를 기다리던 할머니들이 자꾸만 눈에 밟혔기 때문이다. 그 순간은 내가 사주겠지만 다음은, 그다음은? 그 할머니는 내가 사 주더라도 다른 할머니는, 또 다른 할머니는? 피한다고 보이지 않고 안 본다고 안 보이는 현실은 아니었지만 나는 무거웠다. 여기 카슈가르의 시장에서 또 무거운 마음이다. 한참을 돌아 다시 그 자리에 왔는데 어여쁜 소녀 둘이 채소 한 단씩을 사 준다. 어딜 가나 이런 마음씨의 사람들이 있다. 카슈가르의 이발사에게 머리를 맡기다
시선을 한참 붙잡아 둔 진지한 이발사에게 머리를 맡기고 싶었지만 그 옆의 익살스러운 이발사가 사람을 잡아끈다. 까짓것 머리끝만 살짝 치는데 누구면 어떠랴 싶어 머릴 맡겼다. 시장 사람들은 새 구경거리에 난리가 났다. 외국인의 머리를 다듬는 카슈가르 이발사의 가위질에 평소보다 과장된 동작으로 한껏 멋이 실리고 있음을 느끼겠다. 그러면서 연신 주변의 구경하는 사람들과 무슨 말인가를 주고받는다. 철봉씨는 위구르 말을 모르니 통역을 기대할 순 없었지만 정황으로 미루어 보아 무언가 자랑의 말임을 짐작할 뿐이다.
머리를 깎고 값을 치르려 가격을 물으니 이발사가 5위안을 부른다. 그러자 주변의 구경꾼들이 왁자지껄 몇 마디를 쏘아부친다. 이발사가 멋쩍게 웃으며 손가락 두 개를 편다. 2위안. 이 추억의 순간에도 어리숙한 외국인에게 바가지를 씌우고픈 욕심은 있었나 보다. 그의 수줍은 웃음이 순박하다. 바자르에서 카슈가르의 하루가, 실크로드의 어느 날이 저문다. 반갑다 사람 내음아. |